오만 여행기 1 신밧드의 숨결이 살아 남아있는 무스카트 (오만 무스카트, 2006,12,28) 12월 28일(목) 오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라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2년 전 한국에게 충격의 패배를 준 축구 강호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황량하기 이를 때 없는 사막 지역에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으니 인간의 생존 능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수도인 무스카트는 실크로드 무역항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아랍제국과 포르투갈,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1938년 사이드 빈 타이무르(Said bin Taimur)가 권좌에 올랐지만 오만을 시대착오적인 중세로 몰고 갔으며 민족적인 반란을 부채질 했던 혼란스러운 역사가 있었지만 1970년 사이드의 아들 카부스(Qaboos)가 벌인 무혈쿠데타에 의해 전복 당하였다. 카부스는 재빨리 오만의 봉건적인 경제를 현대화시켰고 그의 아버지의 압제적인 사회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부족한 규모이지만 석유를 팔아서 사회 간접자본시설을 지었고 외교에 있어서도 상당한 수완을 발휘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힘썼다. 이 그 후 오만은 현대화 되고 발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바이에 이어 지도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 가장 급한 것은 환전이다. 다행히 호텔 주변에는 많은 환전소가 있는데 100$를 건네니 OR36(OR은 오만리얄의 줄임)로 환전해준다. 물가가 비싼 만큼 화폐 가치도 비싸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전 중에는 무스카트(Muscat)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니즈와(Nizwa)를 둘러본 후 저녁 버스를 타고 남쪽의 중심도시인 살랄라(Salalah)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어제 이야기 했다시피 무스카트는 3개의 중심 도시로 이어져 있는데 호텔이 있는 무트라흐(Mutrah)에서 술탄이 사는 무스카트(Muscat)까지 5Km정도 해변을 걷는 코스이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어물시장이다. 아라비아 해에서 갓 잡은 생선들을 팔고 있는데 주로 다랑어(참치) 종류가 눈에 많이 띄었다. 커다란 다랑어를 조각조각 썰어서 파는데 하나 구입해 불에 구어 먹으면 별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군침 돌게 만드네.. 무트라흐 항구에는 현대적인 화물선과 함께 오래 된 카락(이슬람 전통배)이 눈에 띄었다. 또한 현대적인 항구 시설과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라비아 전통의상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우러진 모양새이다. 무트라흐 해안지형은 울퉁불퉁 한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높은 지대에는 빠짐없이 망루가 서 있어 이곳에 해적과 외적이 많이 출몰했음을 알 수 있다. 혼자 걷는 외국인이 신기한지 현지인들이 ‘살람’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살람’이라는 인사는 중앙아시아부터 이곳까지 이슬람 지역이면 어디든 쓰이는 인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트라흐에서 1.5Km를 가니 놀이 공원이 보인다. 놀이 공원 위에는 커다란 원형 건물이 보이는데 시계탑이라고 한다. 조금 더 걸으니 항구에 레스토랑이 보이고 방파제와 망루가 보인다. ‘이곳 방파제에서 무트라흐를 바라보면 환상이겠는데?’ 방파제에 가니 현지인이 망루에서 보면 더 좋다고 한다. 망루는 레스토랑을 지나야 하지만 레스토랑은 이미 문을 닫았기 때문에 꺼릴 것은 없다. 높이가 15m정도 되면 바위에 망루가 들어서 있는데 옛 시대에 쓰던 대포가 바다를 조준하고 있다. 해적이 출몰하면 가장 먼저 이 대포에서 불이 뿜어졌으리라.. 망루에서는 무트라흐가 한눈에 보인다. 긴 항구 바로 뒤편으로 황량한 바위산들이 쭉 이어진 형태이다. 걷기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니 거대한 성문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바로 무스카트이다. 무스카트 입구에는 잘랄리(Jalali)와 미라니(Mirani)성채가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무스카트는 한나라의 수도라고 불리기에는 작은 규모이다. 하지만 주변 산악 지형이 완벽한 천연요새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무스카트가 안전한 무역항으로 각광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성문 위에는 바로 박물관(무료)이 있는데 무스카트의 역사와 발전을 알 수 있는 지도와 사진 자료들이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이제 무스카트 시내로 진입.. 모든 건물이 전통 양식에 하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비교적 깨끗한 인상을 준다. 시내 북쪽에는 Bait Al Zubair 박물관(OR1)이 있는데 옛 시대 사람들이 사용했던 무기와 도구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영문으로 된 팜플렛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집이나 옷에 멋을 냈으면 이곳 오만사람들은 칼과 총을 예쁘게 꾸몄다. 그 이야기는 우리 민족은 농경문화로 한곳에 정착을 하면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기에 큰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한겨울인 지금도 햇볕이 따가우니 농사짓기는 불가능하고 오직 믿을 것은 국제 무역 밖에 없었으리라. 시내 남쪽에는 술탄 궁전이 있는데 한나라의 왕의 거처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느낌이 들지만 분위기는 제법 엄숙하다. 술탄 궁전 바로 남쪽에는 항구가 있다. 전성기에는 수많은 무역선으로 드나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역할은 다른 항구에게 넘겨줘서 그런지 한적하기 그지없다. 마치 은퇴한 노인 분을 만난 느낌이다. 무스카트에서 택시(OR1)을 주고 다시 무트라흐로 돌아왔다. 항구에 인접한 곳에 시계탑이 있는데 바로 이어지는 건물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현지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시장을 둘러보니 인도, 파키스탄인들이 무척 많다. 아라비아 전역에 인도와 파키스탄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몰려오고 있다. 지금은 UAE, 오만, 예멘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정부에서도 이들의 이주를 묵인해 주는 편이다. 식당에서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를 시키니 OR1 300바이사(바이사는 OR1의 10분의 1, 1000바이사가 OR1)가 나온다. 비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생과일주스가 2명이서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양이 많다. 이제 무스카트 탐방은 끝내고 아름다운 성채로 유명한 니즈와(Nizwa)로 가야한다. 무트라흐에서 무스카트의 신시가지인 루위(Ruwi)로 가야한다. 어시장 바로 옆에는 많은 택시들이 있는데 4명이서 타는 택시를 타면 100바이사(240원)에 루위까지 갈 수 있다. 루위 버스터미널에 가면 여러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데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승용차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출발하는 버스 편수는 많이 않다. 니즈와로 가는 버스(OR1 800바이사)는 오전 8시와 오후 2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 2대가 있으니 잘 참고하기 바란다.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오니 바로 산악지형이 끝나고 바로 평평한 사막이 나온다. 2시간 20분을 달려 니즈와에 도착했다. 주의할 것은 무스카트~살랄라 도로에 인접한 니즈와 버스터미널에 내리지 말고 다음 정거장인 시내 중심에 내리면 바로 니즈와 성채가 보일 것이다. 니즈와의 성채는 17세기 중엽에 알야리비(Al-Ya'ribi)왕조의 최초 이맘인 술탄 빈 사이프(bin Saif)에 의해 세워졌다. 이후 300년 동안 복합 왕궁, 정부와 감옥 등으로 사용되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거대한 성을 주변으로 도시가 제법 발달 되어 있으며 지금도 성채 안의 옛 건물들은 그대로 보전이 되어 있으며 지금은 기념품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마치 지난겨울 여행했던 우즈베키스탄의 히바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슬슬 날이 어두워져 살랄라로 가는 버스를 찾았으나 무스카트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다고 하는데 살랄라로 가는 버스 정보는 현지인들도 잘 모른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바로 미니버스를 세워주더니 타고 가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무스카트에서 니즈와로 들어서기 바로 전 도착했던 버스 터미널과 니즈와 시내를 왕복하는 버스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미니버스 기사가 200바이사(480원)을 요구한다. 현지인들은 100바이사를 내는 걸 봤지만 그냥 기분 좋게 냈다. 문제는 다음부터.. 내리는 순간... 헉.. 어제에 이어 또 대실수를 했다. 바로 론니플래닛을 미니버스 안에 두고 온 것이다. 아직 예멘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버스는 떠나고.. 아 정말 여행 초반부터 이렇게 악재가 겹치다니.. 혹시나 싶어 아까 내린 지점에서 기다렸지만 무심한 미니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 론니플래닛이 없다고 여행을 못하나? 생각을 정리하니 여태까지 너무 론니에 의존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보를 찾기는 힘들기는 하지만 론니 없이 여행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되었다. 미련 없이 7시 30분에 살랄라(OR6)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새벽에서야 살랄라에 도착하게 되겠지? 흔들리는 버스에서 슬슬 잠이 들었다. 버스 TV에는 현지인들이 즐겨 보는 영화가 내 귀를 시끄럽게 때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