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티베트!
히말라야 너머에서 가슴 아픈 소식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자유와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 인들이 중국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또다시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순결한 피가 설산의 흰 눈을 붉게 적시고 있습니다.
1959년 3월 10일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해방군은 침략에 항의하는 1만 5천 명의
티베트 인들을 하루만에 사살했고, 그들의 시신이 수도 라싸 거리에 뒹굴었습니다.
그 이듬해에는 8만 7천 명이 사살되었습니다. 수십 만의 사람들이 고문, 폭행,
구금당했으며, 6천 2백 곳이 넘는 인류의 정신 유산인 불교 사원이 불과 몇 곳만 남고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성스런 경전들은 불태워지거나 휴지로 사용되었으며, 불상과 벽화와
세공품들은 전부 중국으로 실려가 녹여서 다른 쇠붙이를 만들거나 세계 골동품 시장에
내다팔려 외화벌이가 되었습니다.
그 파괴와 살상이 지금 이 순간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내세우는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중국 정부에 의해서. 그러면서 그들은 이것이 '달라이
라마 집단의 음모'라는 터무니없는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나라를 빼앗기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어도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단 한 번도 테러를 명령한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복수를 다짐한 적이 없습니다. 세계 역사상 자국을 침략한 나라에
대해 자비와 용서를 역설한 지도자는 그이밖에 없습니다.
1990년대 중반 처음 티베트를 여행했을 때, 수도 라싸의 심장부 조캉 사원 앞에는
중국 정부가 내건 기다란 플랭카드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의식의 개혁만이
문명의 시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을 읽고 나는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인간 의식의 근본적인 혁명과
깨달음을 가르치는 불교를 말살하고 수많은 수행자들의 목숨을 빼앗은 중국 정부가
인민군 복장과 무기로 무장하고서 티베트 인들에게 의식의 혁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후 몇 차례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해마다 사라져가는 히말라야 고원의
순수한 문화, 그리고 해마다 늘어만 가는 지저분한 한족의 이주와 싸구려 화장을
한 중국 처녀들이 길밖까지 나와 앉아 호객을 하는 싸구려 술집들의 무수한 등장을
보면서, 뿌연 먼지를 날리며 연이어 지나가는 군용차량들과 지하자원을 가득 실은
덤프 트럭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중국 정부는 또다시 무고한 티베트 인들을 죽이고 감금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 언론과 지성인들, 종교인들, 수많은 인권 단체,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까지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고 중국의 반성과 침략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
엠네스티는 이번 사태에 대해 UN의 독립적인 조사를 중국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현재 개회중인 UN 인권위원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부, 불교계,
인권 단체 등은 여전히 중국의 눈치만 보며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인이
분노하고 있는데, 오늘 뒤늦게 한국의 외교 통상부 대변인이 내놓은 발표는 고작 "티베트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원만히 수습되기를
희망한다."가 전부입니다. 이 정부 관리는 대체 무엇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무엇이 원만한
수습이라고 여기는 걸까요? 그 대변인은 "인권이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점에 비춰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티베트를 여행 제한 지역으로
지정하고 우리 국민의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이런 한심하고 개념 없는 정부
관리들과 동시대, 동일한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울 뿐입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 북한과 더불어 달라이 라마의 입국이 금지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국과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일본은 거의 해마다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대중 법문을
열고 책까지 출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 대한민국의 아시아나 항공사는 한국 공항을
경유해 몽골로 가려는 달라이 라마의 비행기 탑승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세계 80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탑승 거부입니다. 그가 테러리스트인가요?
그가 국제적인 범죄자인가요? 그가 공짜로 비행기를 타려 했거나, 비행기 안에서 소란을 피울
가능성이 있었나요? 오히려 그는 어느 곳에 있든 주위 모두에게 평화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영적 수행자입니다. 그 특유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세계 어느 곳이든 분쟁이 있는 곳마다 찾아가 평화와 자비를 역설해 왔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사 측은 그러한 훌륭한 인물이 단순히 한국 공항을 경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탑승을 거부한 것입니다. 이것이 소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김대중 정권 때 일어난
일입니다. 위선과 졸렬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노선은 아시아나 항공의 최대 시장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아시아나 항공은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자 꼭 자사의 비행기를 이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애원한 사람들입니다. 전세계 어떤
기업체도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를 상대로 이렇듯 수치스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뉴욕의 한
모임에서 여러 외국인들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전해 듣고 저는 너무도 창피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결코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 결심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중국에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중국은 자국의 정신적인 문화 유산과 지성인들을 다 파괴했을 뿐 아니라,
히말라야 산중의 아름다운 나라 티베트까지 침략해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신령한 산을
마구 파헤치고, 저급한 의식 세계를 가진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켜 토지와 상권을 장악하고,
이에 항의하는 티베트 인들을 무차별 살상하는 영혼 없는 나라로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모택동은 자국의 지성인 수백만 명을 학살했을 뿐 아니라 인류의 정신 유산으로
가득한 티베트를 침략한 장본인입니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 씨는 이러한 모택동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삶을 사는 걸까요?
우리는 중국이 만들어 외국에 내다파는 불결하고 독성이 섞인 음식물, 싸구려 공산품에만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중국에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일만을 최우선으로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인간 삶의 가치를 진정으로 결정짓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도를 떠난 불교는 만년설로 둘러싸인 티베트에서 그 마음의 추구를 깊이 깊이 추구해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밀라레빠를 비롯한 수많은 영적인 별들이 탄생했으며, 그 정신적인
깨달음들이 지금의 우리의 삶을 지켜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깨달은 영혼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인간의 삶은 대지 위를 바쁘게 질주하는 동물의 무리들 그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인들에 대한 살상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인류의 영적인 보고
히말라야로부터 모든 군대를 철수하고 티베트의 독립을 인정해야 합니다. 중국의 지성인들과
언론 예술인들은 자기 나라의 잘못을 지적하고 양심적인 발언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행위는 참으로 불행한 까르마가 되어 그들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고, 인간
존재의 영적 성장이라는 큰 흐름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비굴하게 중국 눈치를 보지 말고 중국 정부의
만행을 지적하고, 올림픽을 보이콧해야만 합니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운동 선수들 개개인이
보이콧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것이 메달을 따는 것보다 당신들의 삶을 아름답고 위대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현재의 티베트 사태에 가슴으로부터의 깊은 관심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 히말라야 만년설이 더 많은 피로 물들기 전에...
류시화
*류시화 시인의 홈페이지(www.shivaryu.co.kr)에서 옮겼습니다.
티베트의 자유와 평화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