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일)
아침 식사로 염소고기 볶음밥이 나왔다. 어제 잡은 염소고기이겠지? 그러나 누린내가 나서 도저히 먹기 힘들다. 형준이와 나는 어제 남은 맨밥을 먹고 상걸이와 재용이는 볶음밥을 꾸역꾸역 잘 먹는다. 특히 상걸이는 3인분어치는 먹는 것 같다. 여행하기에는 딱 맞는 식성이다.
물은 이제 거의 다 떨어졌다. 세수는 물론 설거지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무엇보다 식수도 거의 동나고 있었다.
에케메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지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짓는다. 오늘 중으로 물을 보급받을 수 있겠구나.
오후 10시에 모래사막을 향하여 출발을 했다. 50분 정도 모래사막을 달리자 마을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Bulgan(부르간)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물이 거의 다 떨어진지라그 어느 때보다도 반갑다.
가장 먼저 상점을 들렸다. Bulgan의 시장은 길쭉한 건물에 복도가 나있고 각방에는 상점이 들어서 있다.
한 가게에 들러서 그동안 미뤄놨던 모자(3000투그릭)를 사고, 음료와 물을 샀다.
또 살 물건이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나머지 E4 대원이 안 보인다. 어디 간 거지? 찾아보니 가장 끝 지점의 상점에 다들 모여 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상점 아가씨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으이그.. 남자들 아니랄까봐? 내가 봐도 순수함이 묻어나는 미인이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티내는 것 아냐? 뭐 이해는 한다... 척박한 사막에서 미인보기가 힘들지..
다른 상점 들릴 필요 없이 맥주를 비롯한 통조림은 이곳 상점에서 샀다. 특히 형준이는 물건을 다사고 미인 아가씨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는 말을 잊지 않는다.
마을 외곽에는 물을 길을 수 있는 수도관이 있는데 에케메가 수도관 핸들을 돌려도 수도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물 없이 또 버텨야 하나?
하지만 에케메는 물이 있는 다른 곳을 안내하겠다며 걸어오란다. 100m정도 걸어가니 저수지가 있고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바위사이로 지하수가 쏟아져 나온다. 물은 발이 시릴정도로 차가웠다. 마음껏 머리를 감고 세면을 했다. 물맛도 꿀맛이었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차에 돌아가려고 하니 아까 수도관에 물이 콸콸 쏟아진다. 때늦게 쏟아지기는 했지만 등목을 하기에는 좋은 여건이다.
오랜만에 웃통을 벗고 등목을 했다. 시원한 짜릿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에케메는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운다. Bulgan은 작은 오아시스마을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보급기지가 된 셈이다.
많은 실크로드 상인들이 우리와 같은 이유로 Bulgan에 들렸겠지?
중간 보급을 끝내고 Khongoryn Els(콘고린 엘스)로 향했다. Gurvan Saikhan 국립공원 내 위치하고 있으며 고비사막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모래사막이다. 높이는 300m에 이르며 너비는 12Km, 길이는 100km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사막이다.
우리가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위에 낙타를 몰고 다니는 사막을 생각하는데 사실 사막 전체로 봤을 때 모래사막의 비율은 적은편이다.
모래사막의 정취를 느끼려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Khongoryn Els를 들린다.
오후 2시 반에 Khongoryn Els에 도착해서 예약된 게르(1인 4000투그릭)에 짐을 풀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날씨가 너무 더워 게르 안에서만 있었다.
게르 주인이 오더니 낙타(1시간 3000투그릭)를 탈 생각이 없는지 물어본다. 낮에는 너무 더워 낙타타기가 힘들 것 같아서 저녁때 타자고 말했다.
막상 저녁때까지 기다리려니 지루할 것 같아 울란바토르에서 산 고스톱을 꺼냈다. E4 사나이들의 고스톱 판이 벌어졌다. 일명 건강 고스톱.. 점수가 난 만큼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물론 최대 개수는 30개로 제한했다. 시간 죽이고 건강도 챙기는데 요긴했다.
오후 6시에 약속대로 낙타를 탔다. 낙타는 혹의 개수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누는데 혹이 하나가 있으면 외봉낙타 혹이 2개 있으면 쌍봉낙타라 한다.
몽골의 낙타는 쌍봉낙타이다. 두개의 혹사이로 사람이 타면 되기에 외봉낙타에 비해 훨씬 안정감이 있다. 낙타는 앞에 낙타를 따라가려는 습성이 있어 크게 고삐를 당기지 않아도 스스로 잘 갔다.
하지만 상걸이 낙타는 물 먹는데 정신이 없어 상걸이 말을 듣지를 않는다. 짜식.. 낙타에게까지 만만하게 보이다니..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에 다다를 무렵 낙타가이드가 다시 돌아가자고 한다. 왜 그렇지? 가이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보니 거대한 모래폭풍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 모래폭풍이 온 세상을 집어 삼킨 몽골 기마병처럼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황급히 돌아가기는 했지만 결국 모래폭풍과 맞닥들이고 말았다. 강풍과 모래알갱이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게르 안에서 1시간정도 있으니 모래폭풍이 잠잠해진다. 모래폭풍은 사막의 지형마저 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만 이번에는 짧은 시간이라 다행이다. 낙타를 40분밖에 타지 못해 아쉽지만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한 것으로 위안 삼았다.
오후 8시 이번에는 걸어서 모래언덕을 올랐다. 20분 정도를 걸어 모래언덕 입구까지 다가간 다음 신발을 벗고 곧장 올라갔다.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모래 언덕의 높이가 꽤 높다. 더구나 발이 모래 안으로 푹푹빠져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지만 이곳까지 와서 되돌아가면 억울하지 않은가?
결국 모래언덕 정상까지 올라왔다. 위에서 보니 가장 힘든 코스로 우리가 올라왔던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정말 환상이다. 반대편으로는 모래사막이 쭉 이어져 있고, 바로 아래로는 게르가 장난감처럼 보인다. 저 멀리 무지개도 보인다.
해가 지고 어수룩해질 무렵 다시 게르로 돌아왔다.
어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있네? 울란바토르 UB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와 함께 사막여행을 하려다 하지 못한 한국인 여성 여행자이다. 그분은 결국 한국인 일행을 찾지 못해 네덜란드 여행자 2명과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같이 가지 않아 미안함이 느껴진다.
아줌마는 오랜만에 한국말을 해서 그런지 우리 게르에 찾아오셔서 대화를 청하신다.
밤이 늦어지자 나라가 미모의 몽골여성과 함께 들어온다. 그녀의 이름은 미카이고 에케메의 사촌동생이다. 외국 여행자들을 인솔해 왔는데 다른 게르에 잘 데가 없어 이곳에서 같이 있으면 안 되는지 청한다. 오늘따라 여행자들이 너무 많이 와서 게르가 꽉 찬 모양이다. 우리는 4명밖에 사용을 안 해서 공간이 많이 남는다. 당연히 OK..
사실상 오늘이 고비사막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부터는 먼 거리를 달려 초원지역으로 가기 때문이다. 많은 추억과 경험을 준 고비사막이다. 특히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은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한 여운이 계속 남을 것이다.
총 이동거리 - 8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