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목)
어제 일찍 잔 덕분에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아니 새벽에 추위가 어슬어슬 몰려와 깼다.
오전 6시 30분 일출이 시작되었다. 사막에서의 일출은 파란 하늘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그 속에서 동그란 해가 서서히 올라오는 풍경이다.
아침식사는 르리라는 요리인데 소고기에 고구마 비슷한 것이 들어있다. 이 음식 역시 밥을 쪄서 만든 음식과 같이 먹는다. 이곳에서는 밥 이외에 반찬은 하나만 먹는 문화이다.
식사를 한 후 각자 커피를 타 마실 때 각설탕을 하나를 넣으니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한주먹 집어넣는다.
이곳 학교를 방문해 초등학교, 중학교 한반한반 다 들렀다. 우리 일행이 들어가면 학생들은 놀라는 표정과 경직 된 표정의 아이들이 보인다. 쉽게 볼 수 없는 외국인이기에 그러한 반응일 것이다. 이왕 온 김에 아이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을 남기니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친다.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아주 열성적으로 수업 시연을 하신다. 그럴 수밖에 우리 뒤에는 사무엘을 비롯한 10명 가까운 관계자가 동행하고 있으며 그 일행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육관계자도 따르고 있었으니..
교실 방문을 마치고 교장실에 들렀는데 작은 공간에 손으로 쓴 시간표와 주간학습이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와 기자재는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불러주는 것을 학생들이 따라하거나 필기하는 공부 밖에는 할 수 없다고 한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오전 카넴 박물관(Musee Du Kanem)으로 갔다. 박물관이라고 해봤자 방 한 칸에 얼마 되지 않은 골동품이 전부이다. 술탄이 사용한 물건과 프랑스에서 선물로 받은 국기가 그나마 인상적이다.
박물관은 도서관도 겸하고 있는데 한 도시의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책의 양이 너무 적었다. 안내하는 박물관장은 더 많은 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시장에서 촬영을 했다. 어제 경찰서에서 허락을 받기는 했지만 사진에 민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캠코더 영상만 찍었다.
마오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리와(Liwa)로 가는 길은 지도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길이다. 즉 사막을 그대로 가로질러가야 한다.
오전 10시 리와로 출발했다. 이제는 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차 안은 덜컹거리고 모래 바람이 날렸다.
사막의 오르막을 오르내리며 간혹 오아시스가 보이는데 그곳에는 나무가 많았다. 오아시스를 들려보고 싶었지만 리와에 언제 도착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주변 수Km가 평평한 지대가 나온다. 이곳은 혹시?
안내인 무사에게 물으니 이곳은 예전에는 호수였다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넓은 지역이 호수였다가 사막이 되다니.. 그래도 옛 호수의 영향이 있어 식물들은 많이 자랄 줄 알았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생명력 강한 식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다. 호수는 사라지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평평한 지대를 달리다가 우물을 발견했다. 우물에는 물 깃는 유목민과 그 주변에는 많은 가축들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우물은 7m 깊이이지만 물이 상당히 탁해서 먹기는 힘든 수질이다. 이 물로 유목민들은 생활하고 있다. 우물과 주변을 캠코더로 촬영했다.
그런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1980년 초에 일본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에서 때가 비슷한 장면을 인상적으로 봤는데 지금 내가 서 있는 풍경과 상황이 그 때 모습으로 들어 온 느낌이다. 이런 오지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유목민들은 처음 본 외국인이 신기 한 표정이다. 그러나 곧 일상으로 돌아가 물통을 들고 떠난다.
운전자와 무사는 길을 잘 모르는지 보이는 마을마다 들려 길을 묻는다. 아침부터 이곳을 지났지만 마주친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오후 2시 모래가 이어지더니 자동차 속도가 떨어진다. 잘 못하면 모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결국 마을을 앞두고 차량이 모래에 빠졌다. 다행히 모두가 내려 차량을 밀어 빠져나올 수 있었다.(이 장면도 캠코더에 담았음)
마을로 들어설 때 무사가 작은 조개껍데기를 보여주더니 이곳은 호수였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찾던 그 마을이다. 더구나 이곳은 무사가 태어난 마을로 7년 만에 방문한다고 이야기 한다. 무사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며 인사를 연신 한다. 이곳에서는 반갑다는 인사를 연신 말을 이어가며 하는데 반가움이 더 할수록 말이 계속 이어진다.
무사 삼촌 댁을 들리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상걸이 한데 ‘봉쥬르 마담’이라고 말한다. 상걸이가 얼굴을 보호하려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여자로 착각했나보다. 상걸이의 놀림거리가 하나 생겼다.
우리는 마을에서 큰 환대를 받으며 무사와 함께 인사를 다녔는데 마을 중심에 남자들이 모여서 쉬고 있는 그늘에서는 우리가 들어서자 모두들 일어나 사진대형으로 선다. 기념 촬영을 하자 사람들은 우리를 둘러싸더니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한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우리를 계속 따라다닌다.
마을에서 큰 낙타를 볼 수 있는데 직접 타보니 그 높이가 만만치 않다. 낙타의 모습이 스타워즈의 낙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붕 떠오르기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웃는다.
사람들과 함께 야자수들이 있는 지대로 들어갔다. 이곳 역시 호수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흙먼지 날리는 땅으로 변했다. 우물이 있기는 하지만 벽돌을 만드는데 사용해 마실 수는 없는 상태이다. 그마저도 2개 중에 하나는 말랐다. 잠깐 손으로 찍어 맛을 봤는데 짠 맛이 난다.
이곳 여자아이들은 상걸이와 재용이에게 붙어 서로 손을 잡으려고 한다.(나는 마을 어른들과 함께 다녀서^^) 아이들의 머리 스타일이 독특하다. A특공대의 비에이와 비슷한 스타일인데 꽤 귀엽다.
마을을 둘러보고 청년들이 모인 곳에서 녹차 대접을 받고 있는데 한 청년의 옷에 DAEWOO라고 쓰여 있다. 물어보니 리비아에서 일할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무사 친적집이다. 사람들은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기 일순간에 누그러진다. 안에는 병에 걸린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
밖에서 무사를 기다리는데 무사는 나에게 잠깐 들어와 보라고 한다. 상걸이와 재용이를 밖에 두고 혼자 집에 들어갔다. 안에는 향냄새가 가득하고 한 사내가 죽어가고 있다. 온 몸에 고름이 터져 나온 걸로 봐서는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난 의사가 아니지만 무사는 외부인인 나에게 어떤 병인지 묻고 싶었나보다.
사내와 이야기를 하니 7개월 전부터 증상이 심해졌다면서 지금은 움직일 수 없다고 이야기 말한다. 약국과 병원은 찾을 수 없으니 그대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친척을 두고 가는 무사의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그래도 무사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약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통제를 주었다. 그러면서 이 약은 고통만 약간 줄여주기 때문에 병을 고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무사는 내 마음이 고마웠나보다.
무사의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리와로 출발했다. 영어가 약간 통하는 모하메드가 우리를 모래가 빠지지 않는 도로로 안내를 해 주었다.(그 과정에 모래에 한번 빠짐)
저녁 무렵 Liwa에 도착하니 무사는 어제와 같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어제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경찰서에서 허락을 맡고 관공서로 가서 면담을 하였다. 시장으로 보이는 사내와 이곳에 대해 잠간 인터뷰를 했다. 과거 리와는 호수로 둘러싸인 마을로 어디에서나 수영을 하고 낚시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호수가 45km나 멀어져서 도저히 갈 수 없는 거리에 있다고 말한다. 강변이었다가 사막으로 변한 곳은 혹독한 풍경이다. 모래 바람이 날리고 있으며 주변은 모래 언덕이다. 마을 중간에는 고장나서 버려진 차량이 방치되어 있으며 마을의 활기를 찾을 수 없다.
마을 남쪽에는 굿네이버스에서 지어 준 우물이 있는데 그 옆집이 오늘의 숙소이다. 어제 마오에서 묵었던 사무엘이 연락을 해 두어서 그런지 우리를 극진히 대접해 준다. 집은 마을과 떨어져 사막 한가운데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안락한 느낌이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험한 여정을 겪는 중간에 집 한 채만 있는 숙소 분위기이다.
저녁 식사는 물고기 스프와 옥수수 가루로 만든 떡 비슷한 음식이다. 먹는 방식은 손으로 옥수수 덩어리를 떼어서 스프에 찍어 먹는다.
식사 도중에 누군가 들어와 앉는다.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정중히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옆 중학교 교장이라고 하면서 내일 꼭 자기 학교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부탁하시는데 안 갈 수 없지.. 흔쾌히 승낙하고 같이 녹차를 마셨다.
일몰이 지나고 밖은 어두워졌다. 숙소는 흙집이지만 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춥지 않고 아늑했다. 당연히 전기가 없기에 일찍 잠들어야 했다.
오늘은 이동 수단만 차량이었을 뿐 사람들의 생활 방식, 외국인을 대하는 모습, 의상, 음식 등 이 모든 분위기가 1700~1800년대 탐험의 느낌이 든다. 여러 여행가의 전기를 읽으면서 나도 저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부러워했는데 이곳 차드에서 짧지만 강렬하게 그 체험을 하고 있다.
차드 호수 탐사에서 마오(Mao), 리와(Liwa), 볼(Bol) 이렇게 세 군데를 들리는 것은 마오는 전형적인 사막 오아시스 도시, 리와는 호숫가였다가 사막으로 변한 도시, 볼은 현재 호숫가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마오와 리와를 조사함으로서 2/3은 끝냈다. 호수였던 도시 리와는 마오보다 더 사막화가 된 모습이다. 호수가 사라지는 것이 이곳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불행인지 직접 볼 수 있었다. 내일 볼에서 호수를 볼 수 있다면 이번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