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수)
오전 7시 반에 호텔 밖을 나서니 버스가 아니라 승용차가 서 있다. 아스완에서 50Km 떨어진 콤옴보까지는 승용차를 타고 간다고 말한다.
운전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코옴보 신전에 도착해 미니버스에 합류했다. 나를 포함해서 5명이다. 비수기라 그런지 투어객들을 다 채우지 못한 모양이다.
나일강변의 언덕에 위치한 코옴보신전(어른 30£E, 학생 15£E)은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 세워졌으며 착한 신인 호로스신과 악의 신인 세베크를 위해 세워진 신전이다. 때문에 신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한개가 아니라 두개이다.
굵직한 원 기둥이 인상적이며 큰 안뜰 중앙에는 제단이 있는데 죽은 가축들의 피를 받은 곳이라 한다.
또렷한 상형부조들이 눈에 들어왔으며 천장에는 흐릿하기는 하지만 색깔이 있는 부조가 있다.
신전에서 바라보는 나일강변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데 거의 모두가 서양 여행자들이다. 특히 아스완~룩소르간 크루즈 여행을 하다가 잠시 정착해서 유적지를 관람하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유명여행지에는 동양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콤보와 에드푸에서 한국, 일본 여행자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이곳도 둘러보기에 괜찮은데.. 동양 여행자에게는 외면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60Km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에드푸(Edfu)신전에 호로스를 모시는 신전으로 1798년 이집트 원정대가 도착할 때까지 신전 전체가 흙으로 덥혀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신전 지붕 쪽에 집을 짓고 사는 농부까지 있었다.
오랜 세월 흙더미에 묻힌 덕분에 신전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거의 유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집트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신전이다.
높이 36m나 되는 거대한 탑문 앞에는 호로스의 조각상이 있다.
호로스는 이시스의 아들로서 매의 머리를 가진 신이며 선한 신으로 불린다. 생긴 모습도 귀엽고 이름도 멋있어서 개인적으로 정감이 가는 신이다.
사각의 거대한 건물의 중심부에는 ‘성자중의 성자’ 방이 있는데 제단에 나룻배가 놓여 있고 뒤에는 신상 봉안소가 있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신성하고 거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자중의 성자 방을 중심으로 13개의 제실이 둘러싸여 있으며 각각의 제실마다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제실 역시 은은한 조명덕분에 신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신전건물 입구에는 왕관을 쓴 호로스 동상이 있는데 탑문 앞의 호로스와는 달리 왕관을 두개나 눌러쓰고 있어서 특이했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찍어줄 이가 없었다.
어..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바로 아부심벨신전을 둘러 볼 때부터 마주친 대만인 여행자이다. 아부심벨에서 혼자 사진을 찍는 모습이 측은해서 말을 붙이고 친해졌는데 알고 보니 7명의 일행이 있었다고 한다. 이 아저씨는 나를 볼 때마다 얼마를 주고 투어를 하는지 물어보며 비교를 한다.
오늘은 80£E를 주고 했다고 하니 만족한 표정으로 60£E에 투어를 한다고 말한다. 이집트까지 왔으면 그냥 편하게 생각하며 여행하지...
좀 있다 룩소르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룩소르 서안 투어를 입장료 포함 110£E에 했다고 하니까 자신은 115£E에 했다며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입구로 돌아가는 중 한 현지인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멋들어진 포즈 잡으며 찍어주니 돈을 내라고 말한다. 누가 모델이 되 달라고 했나? 가볍게 무시..
유적지 화장실에는 항상 직원이 지키고 있는데 화장실을 이용하면 돈을 요구한다. 25pt~50pt(100pt는 1£E) 정도 쥐어주면 된다.
이곳에서 50Km 북쪽인 에스나(Esna)신전은 아쉽게도 투어에 포함되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룩소르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을 때 호위경찰을 교대한다며 미니버스가 잠시 정차하는데 이미 여러대의 미니버스가 서 있다.
주변 상점이 시원한 음료를 무기로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공격을 한다. 콜라 한 병에 20£E나 받는다. 2~3£E면 살 수 있는 콜라를 정가의 10배를 받으려고 하다니..
그러나 현명한 여행객들은 한명도 콜라를 사지 않는다. 조금만 더 참아서 룩소르에 가면 시원한 음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궂이 이곳에서 사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가격은 10£E로 내려갔지만 결국 공치고 마는 악덕상인... 쌤통이다.^^
룩소르 시내에 도착해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룩소르 기차역을 기준으로 남서쪽 도로(Abdel Moneim al-Adasl<--길이름 길다.^^;;)에 텔레비죤(Televizyon) 도로가 나오는데 텔레이죤 도로로 들어서서 5분을 걸으면 오른편에 ‘Pizza Home’ 이라는 가게가 나온다. 피자홈을 지나친 직후 나오는 골목에서 꺾어 들어가면(50m 정도 들어감) 왼편에 오랜지색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 2층이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이다.
반가운 마음에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니 오늘 예약이 꽉 찼다고 말한다. 매월 1일에는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그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고 이야기 한다.
방 한쪽에 매트리스를 깔고 잘 수도 있었지만 직장인인 이상 그렇게까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정말 3년 전이었으면 좋다고 달려들었을 텐데.
할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대학생들이랑 피자홈에서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생들은 같이 호텔을 찾아준다며 동행을 해준다. 정말 고맙기 그지없다.
결국 룩소르 역 근처의 st-Mina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개인룸에 20£E이다.(물론 에어컨도 있음) 시설이 꽤 괜찮아서 마음에 들었다.(다음날 알아보니 15£E에 잔 학생들이 있음)
호텔 지하에 레스토랑이 있어 콜라를 시켜 놓고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레스토랑 분위기가 이상하다.
현지인들이 술을 마시며 술주정을 부리는데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이곳 사람들도 술을 마심을 알 수 있었다.
룩소르 기차역 바로 옆에는 음료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맥주도 구할 수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정직한 가격에 팔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기차역 오른쪽 첫 번째 가게에 들려 가격을 알아보았다.
1.5L물 2£E, 캔 콜라 2£E, 1리터 탄산음료 3£E, 멸균우유 1봉 2£E, 하이네켄 맥주 8£E, 스텔라 맥주 7£E.
앞으로 이 가격을 기준으로 돌아다녀야겠다.
호텔에 돌아오니 몸이 샤워할 때를 알았는지 땀이 비오는 듯 쏟아진다. 찬물로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룩소르 게스트하우스(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가 룩소르 서안 투어를 예약했다. 입장료가 포함되는 가격임으로 일반은 165£E 학생은 110£E이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마침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대학생들을 비롯해서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한국인 여행자를 만날 수 있어 좋았지만 휴가를 내고 여행을 온 한 40대 남성이 ‘교사라서 매일 여행 다녀서 좋겠어요.’라는 식의 빈정거리는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뉴스를 보거나 사람들의 인식을 보면 교사에 대해 반감이 많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뭐.. 그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고 싶지는 않고, 내가 여행하는 것에 대해 빈정거리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수업을 받으로 다닌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