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여행기 6 내 여행은 ‘보이저 스타일’, 사나 항공정보 (San'a, 2007.1.6)

1월 6일(토)

아침 일찍 토모미는 레터를 받으러 일본 대사관으로 간다. 예멘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어서 레터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잘 된 걸 수도 있고 잘 못 되면 서러운 것일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와 지부티는 레터만 있으면 금방 발급을 해준다고 하는데 레터가 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단지 1년 전 지부티 비자를 받으려는 여행자가 레터가 없어 본국에서 허가가 올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정보가 있기는 하다. 지금은 제발 규정이 변했기를 바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은 관계로 비자 관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는 오늘 비행기 표를 사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에티오피아는 공항 비자가 된다.)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나기 전에 일단 노력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오전 9시 대사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에리트리아 대사관으로 갔다.

에리트리아 대사관은 지금은 명절 기간이라 다음 주까지 기다리라고 하면서 에리트리아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왕복 항공권이 필요하고, 편도 항공일 경우에는 지부티 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부티 주재 에리트리아 대사관에 가서 받으면 쉬울 것이라 이야기 한다. 사실상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지부티 대사관을 몰라 물어물어 찾아 갔는데 문을 닫았다.(알고 보니 대사관저인데 대사관인줄 알고 잘 못 찾아갔다.)

할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를 가야하는 것인가?

에티오피아는 공항 비자가 됨으로 여기서 따로 받을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일단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신청했다.

친절한 영사는 처음에 한국 대사관 레터를 요구했지만 예멘에 한국 대사관이 없다고 하자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목적이 뭐야?’라는 질문에

‘에티오피아는 오래된 기독교 국가로 많은 교회 유적이 남아있다. 특히 악슘과 곤다르 유적은 꼭 가고 싶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가 우리를 도와줘서 한국이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꼭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에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영사는 흡족한 표정으로 레터 없이 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

1달 여행비자가 20$+2000YR, 멀티비자는 30$+2000YR이다. 2시간 만에 발급이 되는데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이 없었는지 30분 만에 간단하게 받을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여행사에 들려 항공권 가격을 알아봤다. 지금 적는 것은 모두 편도 항공편이고 에어 아라비아 같은 경우는 인터넷으로 1달 전에 미리 예약을 표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음의 정보를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했으면 한다.

사나~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190$ Yemenia 항공

사나~아사마라(에리트리아) 165$ Yemenia 항공

사나~카이로(이집트) 170$ 에어아라비아

사나~암만(요르단) 168$ 에어아라비아

사나~알마티(카자흐스탄) 250$ 에어아라비아

사나~카트만두(네팔) 230$ 에어아라비아

사나~콜롬보(스리랑카) 210$ 에어아라비아

사나~인도노선 180$~200$ 에어아라비아

생각보다 항공권 요금이 저렴하다. 사나는 잘만하면 태국의 방콕처럼 아프리카, 중동, 인도권을 연결하는 여행자들의 허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에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항공권을 사려고 했지만 그 전에 토모미에게 이야기를 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일단 저녁 때 표를 사기로 했다.

호텔에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도 하다 보니 무칼라에서 헤어졌던 지로가 돌아온다.

지로는 내일 두바이로 떠나 일본으로 귀국을 한다. 2주 밖에 여행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많이 아쉬워한다.

지로를 보니 나도 이제 예멘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예멘에는 볼거리가 산재해 있는데 떠나려니 정말 아쉽기 그지없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비판이 한곳에 집중해서 보기 보다는 바쁘게 움직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 곳을 꼼꼼하게 보기 보다는 빠른 속도로 지나치듯이 보는 것이 무슨 여행이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런 나의 여행 스타일을 보이저 여행 스타일이라 말하고 싶다.

웬 뜬금없는 소리?

행성 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는 인류의 꿈을 담아 태양계 탐사의 임무를 가지고 1977년 발사되었다.

보이저 1호는 토성까지 탐사를 하고 태양계 밖으로 향했고 보이저 2호 역시 토성까지 탐사하고 태양계 바깥으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당시에 기적적으로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궤도가 일직선상에 서는 주기여서 토성에서 방향을 틀어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했다.

보이저호는 인류가 쏘아 올린 가장 빠른 물체이며 지금은 태양에서 130억Km 떨어진 지점을 하루에 160만Km의 속도로 통과하고 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1억 5천만Km이고 태양에서 해왕성까지 거리가 약 45억Km 일 때 실로 엄청난 거리이다.

어마어마한 속도의 보이저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거의 스치듯이 지나갔다. 즉 행성 근처에 접근해 빠른 속도로 지나치면서 사진을 찍어 꾸준히 지구로 전송을 했던 것이다.

비록 지나치면서 찍은 사진이지만 인류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자료이다. 목성, 토성의 수많은 위성을 새로 발견했으며 천왕성, 해왕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보이저호가 찍은 것이 유일하다.

천왕성은 거꾸로 자전하며 자그마한 고리가 있다는 사실, 해왕성에는 목성과 같은 대적반이 있다는 사실은 보이저 호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다.

보이저호의 또 다른 공로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 표면을 찍은 사진이다. 보이저호의 사진으로 인류는 태양계에서 지구 이외의 천체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 있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유로파 표면 전체는 어마어마한 얼음으로 둘러쌓고 있으며 일직선으로 갈라진 얼음 표면은 수십킬로 얼음 밑에 100km가 깊이가 넘는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그 바다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로파 표면은 영하 170도이지만 어마어마한 목성의 중력이 유로파 모양을 끊임없이 변화 시키고 있으며, 손으로 클립을 계속 구부리면 열이 나듯 유로파에는 어마어마한 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금은 보이저호가 보낸 자기력 데이터를 통해 태양계 밖으로는 어마어마한 태양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비록 스치듯 지나가지만 인류에게 희망과 꿈을 준 보이저호이다.

나 역시 보이저호처럼 스치듯 여행을 하지만, 읽는 이에게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니 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심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듯싶다.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 내 여행스타일을 ‘보이저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저녁 때 토모미에게 모레 아디스아바바로 갈 거라고 이야기 하니 토모미는 내일 지부티 비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며 기다려보라고 한다.

일본인은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이곳에 대사관이 없는 한국인은 지부티 비자를 받으려면 본국의 허가가 날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니 내일 대사관으로 같이 가보자고 한다.

만약 내일 지부티 비자를 받으면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가고 받지 못하면 곧바로 에티오피아로 가는 항공권을 끊기로 했다.

과연 나의 여행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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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 시내 야경.. 야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