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귀국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니 이제 며칠 안남았네그려. 그야말로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남은 기간동안이나마 필름을 소진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오. 오늘도 정처없이 적잖게 걸었소이다. 운동화에서 발냄새가 많이 나는데 이거 걱정이네. 큰 코 자랑하는 서양아이들 환각에 빠뜨릴까봐서 걱정이야. 여행 중반을 넘어설 즈음 남은 필름 부피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이거 어떻게 다 찍나 그랬는데 이젠 찍은 필름이 압도적으로 많고 남은 것은 이제 갯수를 헤아릴 정도이니 그럭저럭 만족스럽다고나 할까. 아쉬운 것은 필름 한롤을 실수하여 감기도 전에 필름 뚜껑을 열어 손상을 입었을 것 같아요. 대약 쉰 롤 가까이는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쿠르족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시리아에 거주하는 이라크인도 만나서 짧은 인터뷰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아주 좋았던 일, 그럭저럭 만족스런 날, 아쉬운 날, 아주 기분이 안좋은 사건들이 서로 뒤범벅된 일정이었던 것 같소이다. 여행자 모두가 다들 그러한 경험을 하였겠지만 말이지요. 막판에 이르니 우리 음식이 많이 그립구만. 지금은 이스탄불에 입성하여 남은 기간 정리하고 있다오. 내일은 이스탄불 대학과 그 일대를 누비며 가벼운 스냅 사진을 찍을라오. 오늘 몇 컷의 재치있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서 기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