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여행기 1 국경을 넘어서 간 Telavi (05.8.1)

8월 1일(월)

 오전 10시 호텔을 나섰다. 먼저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 국경도시인 Balakan으로 가는 버스를 먼저 찾아야했다.

 사람들에게 물어 어렵지 않게 미니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몇몇 사람이 되지도 않은 영어로 계속 말을 걸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미니버스는 30분 정도 달려 Balakan에 도착했다.

 여느 국경도시가 그렇듯이 Balakan역시 혼잡했다. 이곳에서 국경까지는 20킬로 정도 되는데 사람들은 택시가 유용할거라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궂이 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겠지.. 주머니 속에는 34000마낫(7달러)가 있는데 어짜피 그루지아로 가면 쓸모없는 돈이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를 잡고 교섭을 해서 15000마낫(3달러)에 국경까지 가기로 했다. 아참.. 내가 왜 필사적으로 깍았지? 어쩔 수 없는 나의 본능이다. 나머지 돈은 귀국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국경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또한 산과 들판이 어우러진 한적과 농촌이다.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 국경은 긴 다리 하나로 갈라져 있다. 별 어려움없이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국경을 통과했다.

 이제 그루지아구나.. 이슬람 지역에서 기독교 지역으로 건너왔다.

 국경 통과는 이제 익숙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나라에 들어왔다는 막막함은 여전했다.
이제 무엇을 하지? 아직 환전도 안했는데..그루지아 국경 쪽은 아무것도 없고 택시 몇 대만 있을 뿐이다.

 다행히 택시 한대가 2달러를 받고 5킬로 정도 떨어진 국경도시인 Lagodekhi까지 간다.

 도시에 도착하니 더욱 막막하다. 영어가 안 통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했지만 모든 상점의 간판은 그루지아 문자로 되어 있다. 모음 5개, 자음 28개로 된 어느 문자도 흉내 내기 힘든 특이한 문자이다.

 일단 경찰에게 물어 은행을 찾아서 환전을 했다. 30달러를 주니까 54라리(그루지아 화폐단위)가 나온다. 아~ 1달러에 1.8라리구나.

 처음 계획은 그루지아 수도 트빌리시로 곧장 가는 것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이 Telavi를 추천해서 그곳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환전을 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빵에다가 치즈를 녹인 음식이 아주 맛있다. 마치 피자와 흡사한 맛이다.

 12시 30분(그루지아는 아제르바이잔보다 1시간 늦음) Telavi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보니 샤치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여행자가 있다.ㅡ.ㅡ 알고 보니 같은 루트이다.

 Telavi로 가는 버스는 완행버스라 아주 느렸다. 1시간 반 정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3시간을 달려서야 Telavi에 도착했다.(4라리)

 Telavi는 산중턱에 도시가 위치해 있다. 도시에서 평지쪽을 바라보면 끝없는 과수원과 밭들뿐이다. 버스정류장은 아주 혼잡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많은 차들이 움직였다.

 ‘그냥 트빌리시로 갈까?’

 론니를 제외하고 이곳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때문에 길을 잃은 미아처럼 아무것도 못한 채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왜 이렇게 막막한 곳에 왔을까?’ 서러움까지 몰려왔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만 보고 트빌리시로 가려고 하니까 이곳 시민들이 그걸 막는다.

 즉 내가 어렵게 물어보니 이곳 사람들이 몰려들어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 난 이곳 사람들에게 잘 통하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활짝 핀 웃음이다. 어디를 가나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주면 나쁜 게 없다는 것이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이번 역시 영어를 조금 하는 아저씨가 자신의 일을 놔둔 채 나를 숙박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찾아준다.

 이곳 Telavi는 2개의 호텔이 있지만 지금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여행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Guesthouse Tushishvili’뿐 이다. 숙박료는 숙박만 할 경우 20라리(11달러), 저녁과 아침을 곁들일 경우는 36라리(20달러) 이다.

 이곳 전통 음식을 맛볼 겸 36라리에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오니 바로 이곳의 명소인 ‘Batonistsikhe castle(성)’이 보인다. 시간이 이미 지나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로 앞에 서있는 동상과 주변 풍경이 정말 멋지다.

 성 앞을 지나가는데 아까 나를 보고 ‘I remember..(나는 기억해)'라고 장난스럽게 노래를 불렀던 여자애들이 내가 또 지나가자 같은 노래를 부른다. 아마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국인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리라.

 난 'Forget(잊어)‘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자 여자아이들이 ’OH no no'라고 외친다.

 Telavi 시내를 대충 돈 뒤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갔다.

 우크라이나인 주인아줌마는 서툰 영어이지만 친절하다. 저녁을 우크라이나 전통 음식으로 해주셨는데 입맛에 맞는 편이다.

 주인아줌마는 이곳에 일본인, 중국인, 홍콩 여행자까지 왔었지만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음..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기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갑작스럽게 손님들이 와서 내가 방을 옮기게 되었는데 괜찮다고 주인아줌마에게 웃음으로 대해주었더니 정말 좋아하신다.(이정도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 심기는 성공적..)

 여태까지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한국인 여행자들이 거의 없다. 여행하기에는 어렵지 않은 레벨인데..

 그루지아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단지 국경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사람과 문화가 다르다. 특히 이곳 사람들이 더 발랄하고 활동적인 것 같다.

 하지만 그루지아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공통점은 외국인에게 정말로 친절하고, 항상 웃음으로 대해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여행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흔해빠지고 관광객들이 우글거리는 여행지보다는 조금 어렵지만 힘들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트랜스 코카서스(코카서스 3국)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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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의 첫 도시 Lagodek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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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는 광활한 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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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 위헤서 Telavi를 바라보는 씩씩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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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호텔이었지만 지금은 일반 아파트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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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명소인 Batonistsikhe castle(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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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avi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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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저녁으로 먹은 우크라이나식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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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