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여행기 2 고풍스러운 도시 트빌리시 (05.8.2)

8월 2일(화)

 Telavi에서 숙소 바로 옆에 있는 ‘Batonistsikhe castle’만 보고 트빌리시로 가려고 했지만 주인아줌마께서 Telavi 주변에도 볼게 많다고 하면서 꼭 보고 가라고 하신다.

  론니를 보면서 가장 가볼만한 곳을 보니까 Alaverdi 교회이다. 11세기부터 지어진 교회이며 최근 트빌리시에 큰 교회가 지어지기 전까지 코카서스에서 가장 큰 교회였다고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교회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사람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알고보니 정류장에서 약간 외진 곳에 Telavi주변 지역으로 통하는 버스들이 출발한다.(1라리) 버스 안에서는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의 행선지를 들어준다.(빵 하나도 얻어먹었음^^)

 20분 정도를 달려 Alaverdi 교회에 도착을 했다. 명성이 자자한 교회이지만 주변풍경과 마찬가지로 한산한 모습이다. 아직 관광지화가 되지 않아서 입장료는 없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웅장함이 느껴졌다. 돈을 발라서 웅장한 것이 아니라 몇백년 된 벽화를 비롯해서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쓰여지고 있는 교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교회를 관람하고 다시 Telavi로 돌아가려 하는데 차가 지나다니질 않는다.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미니버스가 지나가겠지.

 그런데 검은 옷을 입은 목사님이 나보고 차에 타라고 한다. 알고 보니 한 교회잡지에서 이곳을 취재하러 온 기자의 차였다.(땡잡았다.~)

 나와 같이 뒤에 앉은 목사님은 영어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대해 설명을 해주려고 애쓰셨다.

 어렵지 않게 Telavi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트빌리시 행 버스를 5라리(2.8달러)에 탈 수 있었다.

 트빌리시로 향하는 주변 풍경은 그대로이다. 한적한 시골에 양과 소들이 노닐고 있고, 가끔 나타나는 도시에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고..

 3시간 정도 지나자 트빌리시가 나타났다.

 버스 기사가 내려준 곳이 어딘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했다. 다행히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다.

 무작정 지하철역에서 표를 샀다. 지하철 표(0.2라리)는 샀다. 지하철 티켓은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동전인데 마치 도박장에서 쓰는 동전 같아서 재미있다.

 플래폼에서 어디를 갈지 몰라 오늘 내가 묵게 될 숙소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을 경찰에게 물어보았다.

 아제르바이잔과 달리 그루지아 경찰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아제르바이잔도 몇몇 경찰들을 제외하고는 친절했지만 그 몇몇 경찰들이 국가 전체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

 내가 묵을 숙소는 트빌리시로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이 대부분 숙박하는 'Nasi Gyetadze's homestay'라는 긴 이름의 게스트하우스이다. 지하철로 Marjanashvili역으로 가서 역에서 왼쪽으로 100미터쯤 가다보면 있다. 간판이 없어서 처음에 찾기 힘들었지만 과일을 파는 행상 아주머니가 도와주셔서 찾을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가정집이고 이미 몇 명의 서양 배낭여행자들이 와 있었다. 할머니 한분이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영어는 잘 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하루에 15라리(8달러)이고 샤워는 찬물샤워는 1라리, 더운물은 2라리가 추가 된다.

 주인 할머니가 가져온 게스트북은 여태까지 이곳을 거쳐 간 여행자들의 이름과 국적이 나타나 있는데 한국 사람이 없다. 일본 사람은 5명 정도 보이는데..

 할머니는 작년 게스트북을 가져오더니 1명의 한국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말한다. 내가 두 번째로 이곳을 찾은 한국인이다.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군..

 짐을 풀어 놓고 지하철을 타고 시내 중심인 'Tavisuplebis Moedani'역으로 갔다. 역 이름은 그루지아 문자로 쓰여 있어서 알 수가 없지만 플래폼에 상주하는 경찰에게 물어보면 어느 방향으로 몇 정거장을 가라고 이야기 해준다.

 트리시는 바쿠보다는 기온이 덜 덥고 더욱 서양화 된 도시이다. 특히 예전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지역인 만큼 유럽적인 색채가 더욱 강하다.

 시내 곳곳에 커다란 교회들이 있으며 오래된 유럽식 건물들이 쭉 늘어져 있다.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이 건물들이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시내를 걷다가 갑자기 배가 아팠다. 이런.. 화장실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급히 다시 숙소로 돌아와 용변을 해결하고 다시 시내로 나갔다.

 트빌리시에는 인터넷 카페를 찾기가 힘들었지만 시내에서 겨우 하나를 찾았다. 속도는 아제르바이잔 보다 빠른 편이다.

 여행기를 다음 카페에 올리려고 시도를 했지만 올려지지 않는다. 다음의 까다로와진 게시판 글 올리기 프로그램 때문에 이국에서 글을 올리지 못하는 이 현실.. 많은 이들이 여행기를 궁굼해 할 텐데.. 당분간 홈페이지로 여행기를 연재 해야겠다.

 숙소 근처 가게에서 주스(2.4라리)와 햄버거 2개(1.2라리)를 사서 저녁으로 떼웠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있었다. 모두 젊은이들이고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양인이다.(그 흔한 일본인도 없다니..)

 10명 안팎의 여행자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미국인 여행자 2명이 같이 포도주를 마시자고 하며 이야기를 했다. 또 영어 공부를 하게 생겼군..

 방에서는 폴란드 여행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폴란드 역사 선생님이다. 같은 교직에 있어서 그런지 서로 영어는 서투르지만 말은 잘 통한다.

 난 평소에 궁굼해 했던 폴란드 역사를 물어보았다.

 ‘스탈린은 폴란드 군인들을 1만 3천명이나 숙청을 했고, 2차 대전 말기에도 독일군과 바르샤바 시민군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도록 방관을 해서 수많은 폴란드인들을 죽게 했는데.. 왜 스탈린은 폴란드 사람을 그토록 괴롭힌거니?’

 나의 질문에 폴란드 역사 선생님은 많은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짧아서 자세한 설명을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폴란드의 현대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한국인에 대해서는 놀란 눈치이다.

 ‘그럼 트빌리시 근처에 있는 Gori는 가볼거니?’

 Gori는 스탈린의 고향이다.

 ‘응.. 가서 많은 것을 느끼고 싶어..’

 역사 선생님은 어떤 것을 느끼고 싶기에 Gori로 가려고 하는걸까? 사뭇 궁굼했다.

 내가 묵을 방에는 두 명의 아일랜드 청년이 있었다. 이름은 코널과 코론이다. 둘은 친구사이이고 같이 그루지아를 여행한다고 한다.

 이들과는 축구 이야기로 친해졌다. 서양 여행자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축구 이야기이다.

 그들은 지난 챔피언스리그 4강전(아인트호벤 vs AC밀란)에서 박지성에게 크게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맨체스터로 이적한 박지성은 대단한 선수이고 좋은 테크닉을 지녔다고 한다. 또한 이영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제압을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 역시 아일랜드도 대니언 더프, 로이킨의 안정된 미드필더를 바탕으로 강력한 축구를 한다고 이야기 해줬다.

 유럽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코론 : 한국은 지금 많이 발전하지 않았니?
나 : 하지만 GNP는 아일랜드가 훨씬 앞서잖니?
코론 : 아일랜드는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작고, 무엇보다 서유럽에서 아일랜드를 많이 지원해주기 때문에 GNP가 높은 것이야.
나 : 한국은 7년 전에 IMF 사태를 맞이했어
코론 : IMF가 뭐야?
나 : 국제 금융기관인데 그때 한국 경제는 붕괴했었지만 많은 노력을 했었고, 다시 경제를 일으킬 수 있었어.
코론 : 지금은 한국 경제는 대단히 발전했잖니?
나 : 아무래도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대중씨의 안목이 컸지.. 경제 위기 와중에서도 IT산업을 육성했는데 그것이 지금 들어맞은 것 같아. 그런데 너희는 그루지아를 아시아로 보니? 유럽으로 보니?
코론 : 넌?
나 : 아무래도 유럽색체가 강한 것 같아.
코론 : 내가 보기에는 그루지아는 아시아인 것 같아^^
나 : 나는 아시아에 살고, 넌 유럽에 살아서 그런가봐(웃음)

 그 외에도 내가 여행한 아프가니스탄, 티벳 이야기, 한국의 영어 교육 열풍에 대해 장장 2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가 능숙하지 않은 영어인데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하는 아일랜드 청년들이 고마웠다. 알고 보니 그들은 20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니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로 옆 건물에서는 당구공이 서로 부딧치는 소리가 들린다.

 내일은 트빌리시 시내를 걸어서 관람해볼 예정이다. 원래는 아르메니아 대사관을 가려고 했지만 여기서 만난 폴란드 역사 선생님이 국경에서 30달러에 비자가 가능하다는 고급 정보를 나에게 주었다.

 오늘 이 게스트하우스에서만 아일랜드, 폴란드, 미국, 독일, 체코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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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onistsikhe castle안에 있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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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avi 주변 풍경.. 이곳 지역은 평지에는 집이 별로 없고 언덕위에 집들이 쭉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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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안의 Persian-style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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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유럽풍의 건축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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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에서 만난 신부님들.. 전통 복장이다. 운 좋게 신부님의 차를 잠시 신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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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avi 주변의 교회인 Alaverdi 교회.. 얼마전까지 그루지아에서 가장 큰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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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입구에는 오래된 벽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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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교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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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입구에서 나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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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주변에는 양들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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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교회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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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은 시골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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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한 분위기이지만 몇몇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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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목된 돼지들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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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겨운 돼지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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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진 차에 타고 있던 귀여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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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 Marjanashvili역.. 앞으로 이역을 많이 들락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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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적거리는 트빌리시 시내에 늘어선 택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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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근처에 전시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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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 지하철은 빨간색 플라스틱 토큰을 사용한다.(0.2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