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여행기 6 (절벽의 도시 바르드지아 05.8.11)

8월 11일(목)

 아침 8시 반에 일어나니 비가 추적추적 온다. 바르드지아까지 비가 오면 안 되는데..

 짐을 꾸리고 주인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디두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트빌리시에서 바르드지아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일단 아카카라키(Akhalkalaki)행 버스를 탄 후 거기서 바르드지아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오전 9시 반쯤 버스가 출발했고, 3시간이 걸려 12시가 되어서야 아카카라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루지아 도로체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도로가 2차선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느린 트럭 한대가 한 차선을 점령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추월을 해야 하는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코카서스 지역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몇 번 정도는 아찔한 순간을 맞이했었다.

 아카카라키에 도착하자 마침 바르드지아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늘 중으로 바르드지아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니 커다란 협곡이 나타났고, 협곡을 거의 다 통과할 때 저 멀리 바르드지아가 보였다.

 바르드지아는 12세기에 지어진 수도원 겸 동굴 도시이다. 웅장한 협곡의 거대한 절벽에 도시를 세웠으며 그 규모도 큰 편이다.

 입장료 6라리(3달러)를 내고 바르드지아를 향해 올라갔다.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꽤 많은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척박한 사막 지형에 동굴도시.. 무엇인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동굴 도시는 규모가 생각보다 컸으며 우물을 비롯해 교회까지 위치해 있다.

 깊은 굴속으로 들어가 우물을 관람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벽에 부딧쳤다. 주변에 있던 현지 할머니들은 웃는다. 할머니들이 괜찮은지 묻기에 아프기는 했지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괜찮다고 했다.

 우물을 보고 다시 다른 동굴로 향하는 순간.. 쾅.. 또 머리가 부딧쳤다. 같은 자리에 또 머리가 부딧친 것이다.

 할머니들은 내가 무릎을 구부리며 머리를 감싸 쥐자 그게 우스꽝스러운지 또한번 웃고..
좀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

 동굴 도시를 살피다보니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군대 가기 직전에 여행을 온 3명의 이스라엘 여학생들이다. 트빌리시에서 보고 여기서 또 보다니..

 세명 중에 한명은 동굴의 끝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리고, 한명은 리코더로 구슬픈 노래를 연주하고, 한명은 글을 쓰고 있다. 동굴의 맨 끝이고, 바로 앞에는 절벽이지만 그들은 무서워하지 않고 쓸쓸함을 즐기는 듯하다.

 난 여학생들에게 2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군대 가기 직전의 심란함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스라엘은 주변에 적들로 둘러쌓여도 당당하게 자기목소리를 내는 강한나라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토록 젊은이들의 무고한 희생이 뒷 바탕이 되는 것이다.

 바르드지아 관람을 끝내고 다시 버스를 타려고 하니 이미 버스는 오후 3시에 떠났다고 한다. 지금 시각이 4시.. 아까 내가 타고 온 버스가 마지막 버스가 맞긴 맞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무대포로 걷기 시작했다. 사실 걸으면서 웅장한 협곡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1시간정도를 걸으니 힘이 짝 빠진다. 건조한 사막 기후에 차들은 히치가 안되고.. 어떻게든 이곳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보조미(Borjomi)까지 가야하는데.. 시간상 힘들 듯 하다.

 휴.. 왜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생고생을 사서 할까?

 히치를 하려고도 했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나를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30분 정도 지나자 저 멀리 승합차 한대가 달려온다. 팔을 벌려 히치를 하자 차는 내 앞에 바로서고..

 배낭을 맨채 승합차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웃는다.

 알고 보니 아까 동굴에서 머리를 부딧쳤을 때 한참 웃었던 할머니 일행이다. 그들은 즐거워하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말을 건다.

 할머니 일행은 오늘 나의 목적지인 보조미에서 바르드지아까지 단체 관람을 왔다고 하면서 삶은 감자, 과일, 오이, 빵 등을 주시며 배고플텐데 어서 먹으라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제대로 먹지 못했네.. 이것저것 맛있게 먹으니 한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몽땅 싸주신다.

 보조미까지 태워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먹을 것까지.. 정말 고맙기만 하다.

 보조미는 그루지아에서 미네랄워터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미네랄워터 공원까지 있을 정도인데 할머니들은 물을 뜨려고 공원에 들어서려는 순간 경찰들이 막는다. 알고 보니 이 고원으로 그루지아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한다. 2003년 시민혁명이 일어나 민주 정권이 들어섰다고 하지만 아직은 권위적이군..

 보조미 시내에서 할머니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찾는 순간 카즈베키에서 마주친 두 이스라엘 여행자를 만났다. 참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많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Joint Stock Campany Hotel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앞의 이름을 대면 사람들이 모르고, 트빌리시 호텔을 물어보면서 길을 가다가 찾을 수 있었다.

 호텔 숙박비는 6라리(3달러).. 부엌 사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샤워를 할 수 없는 불만이 있다.

 숙소에 두 가족이 여행을 왔는데 반갑다며 인사를 한다. 그들은 나와 사진을 같이 찍으며 저녁 식사도 대접해 주었다.(오늘은 많이 얻어먹는 날이다.)

 마침 부엌을 사용할 수 있기에 시내에 나가 라면을 사서 끓여먹으려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라면의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맥주 2캔에 소세지를 안주삼아 마셨다. 그루지아에서 가장 맛있는 카즈베키 맥주이지만 술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마시는 게 훨씬 더 즐겁다.

 싸구려 방이라 그런지 모기가 정말 많다. 내일은 그루지아의 제 1의 항구 바투미로 갈 예정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무대포로 걸으며 히치하기가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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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카라키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보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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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카라키(Akhalkalaki)시 버스정류장.. 이곳에서 바르드지아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3번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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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카라키 도심에 세워진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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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에서 바라본 바르드지아 전경.. 절벽위에 도시가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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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유일한 호텔.. 5달러로 저렴하기는 하지만 주변 시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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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찍은 바르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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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계곡을 따라 쭉 가다보면 터키 국경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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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도시의 시작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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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들이 아슬아슬하게 파 있다.. 예전에는 이런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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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도시에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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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안에서 바라본 주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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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자동 기능을 이용해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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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곳에 웅장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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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절벽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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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내부의 교회.. 바르드지아는 수도원 역할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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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교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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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안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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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군대에 입대하는 이스라엘 세 여인(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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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바라본 절벽도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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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아슬하지만 나도 절벽에 걸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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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지게 나온 사진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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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현지인들이 이곳을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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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안전 파이프도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곳을 지나다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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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아슬하지만 이곳은 주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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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만난 이스라엘 여인..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 앉아 있다. 저러다 떨어지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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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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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드지아를 내려오는 길에 찍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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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도시와 어우러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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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을 나누며 승객들을 기다리는 운전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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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바라본 절벽도시 전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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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미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사막과 초원은 중간 기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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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은 거대한 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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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을 중심으로 협곡이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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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동안 강은 멋진 자연 풍광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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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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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마주친 작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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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녹색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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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치한 승합차에 타고 계신 할머니들이 주신 저녁 식사.. 진수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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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할머니가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