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여행기 4 환상의 카즈베키 (05.8.4)

8월 4일(목)

 아침에 과음을 한 탓인지 머리가 띵했다. 카즈베키로 가는 버스에 타면서 좀 달래야겠다. 카즈베키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지하철을 타고 Didube역으로 가면 된다. 숙소에서는 4정거장 떨어진 역이다.

 디두베 역에 내리니 곧장 버스터미널이다. 카즈베키로 향하는 버스를 찾으려고 할 때 택시기사들이 모였다.

 택시기사와 언어소통 문제로 곤란한 상태에 있을 때 영어가 유창한 여학생이 택시기사를 도와 15라리에 카즈베키에 가면 어떠냐고 물어본다. 곧장 버스를 찾는다고 하니 10라리로 깍인다. 이정도면 타볼만 한데..

 알고보니 여학생 2명은 20라리에 카즈베키 근방에 주타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10라리에 가기에는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차는 트빌리시를 떠나 시원하게 북쪽으로 향했다. 도중에 아름다운 Zhinvani 호수를 지나 산악지역으로 들어섰다. 난 앞좌석에 앉고 뒷좌석에는 영어가 유창한 여학생 한명과 그의 친구 그리고 나이든 할머니가 앉았다. 영어가 유창한 여학생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 궁굼해하기에 유비쿼터스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여학생 : ‘그루지아는 아직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워’

 나 : ‘아니야 그루지아는 매우 빠른 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곧 많은 변화가 있을거야.’

 현지인에게 희망을 주는 것 또한 여행자들의 임무이다.^^

 산악지역은 흡사 강원도 정선의 풍경과 비슷하다. 주변을 가득채운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 마치 한국에 다시 돌아온 듯하다.

 그런데 북쪽으로 갈수록 비가 무척 많이 내린다. 이러다가 내일까지 비가 오는 게 아니야? 카즈베키를 가는 목적이자 그루지아의 제일의 절경이고 상징이라고 하는 츠민다 교회(Tsminda sameba church)의 주변 풍경을 못 볼 수도 있겠네..

 차는 잠시 메인 도로를 벗어나 뒷좌석에 앉은 나이든 노파의 마을에 들어서려고 했지만 마을을 100m 앞에 두고 비 때문에 길이 끊겨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노파는 집 앞까지 차를 태워줘야 한다며 버티고.. 택시 기사는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비가 오는 상태에서 1시간가량의 대치 상태이긴 했지만 대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고, 여학생들로부터 샌드위치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결국 기사는 노파를 태운 채 카즈베키로 향했다. 내가 보기엔 노파의 고집이 너무한 것 같다.

 도중에 노파를 내려주었다. 노파에게 돈을 받지 않아 기사는 좀 억울하겠다. 또한 잠시 메인 도로를 벗어나 두 여학생들의 마을로 데려다 주려고 했지만 많은 비 때문에 길이 막혔다.

 결국 지나가는 4WD 짚차에 부탁을 해서 여학생들을 마을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여학생들과 아쉬운 이별..

 카즈베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저 멀리 아름다운 츠민다 교회가 보이기는 했지만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Vano 홈스테이를 찾았다. 사실 다른 가까운 숙소에 머물고 싶었지만 Vano가 배낭족들에게는 가장 일반적인 숙소이고, 오늘 아침 트빌리시 숙소의 할머니가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Vano에 가게 되었다.

 길을 찾아야 하는데 비가 너무 내린다.. 아.. 그냥 아르메니아를 갔다 오고 나서 여기를 올걸.. 내일까지 비가 내리면 그야말로 허탕인데.. 정말 막막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찾는 도중 아제르바이잔 샤치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여행자를 또 만났다. 정말 질긴 인연인 듯.. 아마 상대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리..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정류장에서 다리를 건너 왼쪽길로 들어서면 Vano를 찾을 수 있지만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Vano를 찾아 가니 많은 서양 여행자들이 있었고, 난 잠시 쉴 수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아침에 트빌리시 숙소에서 받았던 편지가 통한 탓인지 바로 옆집을 소개해 준다고 한다.

 체스를 두는 것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비가 멎었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순간 난 ‘아~ 이때다’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곧장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프랑스 여행자가 ‘너 물과 음식은 있니?’

 '아니 없는데.. 그냥 가지 뭐~‘라고 대답했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프랑스 여행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패트병에 물을 채워주고 아래층에 내려가 주인 할머니에게 빵 두어 조각과 치즈 한 조각을 얻어준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끼도 안 먹었었는데 이렇게 챙겨줘서 정말 고맙다.

 츠민다 교회는 산꼭대기에서 마을을 바라보는데 올라가려면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과 계곡길이 있다.

 내 성격은 속전속결.. 힘들더라도 계곡길을 선택했다.

 가파른 산이라 힘들지만 주변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특히 비가 온 직후라 채 걷히지 않은 구름이 산을 감싸고 그 밑으로 마을이 위치한 모습이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
40분 정도를 올라 츠민다 교회로 갔다.

 환상이고.. 또 환상이다..

 여태까지 여행을 하면서 제일 멋진 경치이다. 교회 바로 밑에는 급경사를 이루는 절벽이고 그 밑으로 마을이 보인다. 또한 주변은 만년설로 덮힌 고봉들이 보인다. 저 멀리 카즈베키산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주변 풍광과 환상적으로 어울리도록 이곳에 교회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인 나머지 디지털 카메라로 비디오 촬영도 했다.

 내려오는 길은 찻길로 갔는데 츠민다 사원에서 만난 러시아, 프랑스 여행자가 차를 태워주었다.

 그 두명은 유명한 패션잡지 기자이고, 마침 시간이 나 이곳을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패션잡지는 한국에서도 발행된다는데 잡지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난 패션하고는 거리가 머니까..)

 Vano에 돌아오니 옆집을 소개해준다. 잠만 자면 10라리.. 식사까지는 18라리.. 난 따로 밥 챙겨먹는 과정을 겪기 싫어 그냥 18라리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는 나 혼자 방을 쓴다. 혼자서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저녁 식사는 최악이다. 주인아줌마가 정성스럽게 했지만.. 그토록 내가 싫어하는 향채(샹차이)가 잔뜩 뿌려진 음식이다.ㅡ.ㅡ

 결국 맛은 최악이지만 웃으며 최고라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마치 내가 일본인이 된 듯하군..(일본인은 음식이 맛이 없어도 무조건 맛있다고 표현함)

 따로 할일이 없이 곧장 잠들었다. 이제 여행의 절반이 지났다. 불빛이 없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저 멀리 계곡 소리가 잔잔히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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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즈베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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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지아 북쪽은 강원도와 흡사한 산악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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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지대로 들어서자 나무들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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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위에 생성된 마을.. 같이 택시에 탄 할머니가 가려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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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장한 산과 강사이로 놓여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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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택시를 탄 그루지아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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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즈베키.. 산 정상에는 그루지아의 상징인 츠민다 교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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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한창 왔지만 저녁이 다 되자 날씨가 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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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민다 교회로 올라가는 도중.. 산 중간에 세워진 성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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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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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중턱에서 바라본 아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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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은 계곡을 따라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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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아래에서 본 성곽.. 구름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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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거의 다 왔다. 츠민다 교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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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편에는 해발 5047m인 아름다운 카즈베키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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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거의 다와서.. 들고 있는 봉지 않에는 치즈와 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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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아래에서 바로본 츠민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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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민다 교회에 다다라서 바라본 아름다운 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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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풍경.. 바로 아래 마을과 구름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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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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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장관이 사진으로는 설명이 안된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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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밑이 절벽이기는 하지만 기념은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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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민다 교회.. 해발 2170m에 위치하며 14세기에 지어진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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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지아의 여느 교회와 양식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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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바라본 츠민다 교회와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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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니에 그루지아의 상징이라고 하며 소개된 사진..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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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기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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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중세 시대에 모험을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자동차가 조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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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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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오면서 신세를 진 러시아 패션잡지기자(왼쪽)과 프랑스기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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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암탉이 병아리를 몰며 모이를 주워먹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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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도 친근하고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