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여행기 4 누크스, 모이낙(사라져가는 아랄해 06.1.8~9)

1월 8일(일)

 오늘은 우르겐치에서도 북서쪽으로 166km떨어진 누크스(Nukus)까지 이동을 해야한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타슈켄트~사마르칸트~부하라까지 여행을 하거나 시간이 조금 더 있는 여행자들은 이곳 히바까지 여행을 하지만 누크스까지 여행 한 한국인 여행자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누크스를 가는 이유는 하나.. 바로 사라져 가는 아랄해를 보기 위해서이다. 6학년 교과서에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라져가는 아랄해 문제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에 관한 사진은 하나도 없다.

 내가 직접 말라버린 호수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교육 자료가 될 것이다.

 누크스에서도 북쪽으로 210km를 더 가면 모이낙(Moynaq)이 나오는데 예전에 아랄해의 대표적인 항구였다고 한다.

 누크스에서 모이낙까지는 단 1대의 버스가 있는데 오전 9시에 출발해서 4시간이 걸려 모이낙에 도착하면 오후 3시에 다시 출발한다고 한다.

 오늘 모이낙까지 가기는 힘들고 누크스에서 하루 묵었다고 내일 모이낙으로 가야겠다.

 히바성 북쪽에 가면 우르겐치로 가는 많은 차량들이 있는데 그중에 미니버스 한대를 잡아 35Km 떨어진 우르겐치(500솜)로 갔다.

 버스는 30분 정도 달리자 우르겐치에 도착을 했는데 누크스로 가는 차량을 어디서 찾을지 몰라 옆 좌석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바자르가 성황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수많은 차량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누크스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에 있다고 한다. 2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하기에 그냥 승용차(일명 택시)를 타고 누크스로 가려고 운전자와 협상을 하니 7000솜(5800원)을 부른다.

 몇 대의 차량과 협상을 하니 5000숨까지 내려간다. 그 이하로는 불가능한 듯하다.

 10분정도 기다리자 4명의 승객이 다 채워지고 누크스를 향해 출발했다.

 우르겐치를 벗어나자 일직선의 도로가 이어지고 처음에는 목화밭이였던 주변 풍경은 어느새 황량한 사막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쭉 달리다보니 눈발이 휘날린다.

 누크스로 가는 도중에 승용차는 한 농가로 들어갔는데 우즈벡 농촌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개발되기 전의 우리나라의 농촌의 모습과 비슷하다. 승용차가 농가에 들어간 이유는 가짜휘발유를 사기 위해서이다.

 여기 휘발유 가격이 1L당 대략 300~400원 하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싼 휘발유를 찾다니..

 오후 2시정도가 되어서 누크스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눈이 쌓여있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듯한 타슈켄트 호텔에 가니 하루에 12000솜(10000원)을 달라고 한다.

 요금을 지불하고 10층의 방으로 가니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난방은 히터하나로 견뎌야하고 물은 아예 나오지 않아 받아서 쓴다. 샤워는 물론 세면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곳에 별 다른 호텔이 없다.

 호텔에서 쉬다가 오후 7시경에 식사를 하려고 호텔 밖으로 나섰다. 매서운 추위가 나를 맞이해줬다.

 그런데 아무리 시내를 둘러봐도 식당은커녕 상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론니플래닛에 나와 있는 700m 떨어져 있는 Sheraton Cafe에 가서 닭요리와 삶은 달걀을 곁들여 푸짐하게 밥을 먹었다.(맥주도 곁들여서^^)

 호텔은 외국인이 나 하나밖에 없는 듯 하며 손님도 거의 없는 분위기이다.

 방안은 여전히 추워서 히터를 침대 쪽으로 바짝 대고 손난로를 발쪽에 집어넣고 잠을 청했다.

 

1월 9일(월)

 오전 9시에 남쪽의 터미널에서 모이낙으로 향하는 유일한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8시 20분에 호텔을 나섰다.

 터미널 가는 방법을 몰라 호텔 앞에서 한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가주신다. 도중에 한번 갈아탔다.

 터미널에서 모이낙까지 가는 표(1800숨)을 사고 잠시 기다리니 버스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다.

 뭐.. 버스은 오래된 것은 물론이고 청소가 전혀 안되어 있다. 무엇보다 히터가 없어서 추위에 떨면서 가야했다.

 남쪽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북쪽 모이낙으로 가면서 누크스 시내에 한번 정차를 하니 터미널로 가는 것보다 잘 물어보고 시내에서 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느새 승객은 가득차고 버스는 모이낙을 향해 내달렸다.

 달리는 내내 추위가 몸 안으로 엄습해 왔다. 특히 발가락 쪽이 시리다 못해 마비되는 것 같다. 이러다 동상에 걸릴 것 같아 계속해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움직였다.

 승객은 버스복도까지 꽉 차서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모두 다 힘든지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늦은 오후 1시 반이 되어서 모이낙에 도착했다. 이곳은 타슈켄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끝머리에 있는 그야말로 오지 중에 오지이다.

 모이낙의 첫 인상은 매서운 추위와 그야말로 죽어가는 도시 분위기이다. 버스 요금 수납원에게 몇 시에 다시 누크스로 출발하는지 물어보니 오후 3시에 다시 떠난다고 한다.

 모이낙에 있을 시간은 1시간 반..

 그런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일단 시내 쪽으로 쭉 걸었다. 이미 모이낙은 항구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사라졌고 농촌분위기가 난다.

 북쪽으로 40분정도 걸으니 언덕이 나타나고 거대한 전쟁 기념탑이(War memorial) 세워져 있다.

 이곳에 올라가니 예전에 푸르름으로 가득 찬 아랄해였던 곳이 완전히 사막으로 변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랄해는 1960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4번째로 컸던 호수이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중앙아시아의 진주라 불렸다. 풍부한 어족자원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이곳 모이낙에서 카자스트탄의 아랄스크까지 페리가 운행되기도 했다.

 구소련 시절 이곳 중앙아시아 사막에 대대적으로 목화와 곡물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사막이었던 이곳은 세계적인 목화산지가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문제는 물을 아랄해로 흐르는 가장 큰 강인 아무다랴강을 비롯해서 주변 강에서 끌어섰다는 것이다.

 아랄해는 주변 강에서 흐르는 물들이 바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랄해에서 그대로 증발을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때문에 주변 강에서 흐르는 수량이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아랄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소련 정부는 이미 개발을 해놓은 목화밭을 더욱 더 확장시키는데 주력을 했다. 사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환경문제는 개발논리에 밀려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아랄해는 점점 줄어들어만 가고 결국 1986년에는 남북으로 나눠진다. 이미 그때의 모이낙은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된 시점이다.

 지금은 처음 수량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할 뿐이다.

 하나의 호수가 사라지는 데에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루어야 했다. 176종이던 동물들은 이제 38종만이 살아남아 있고, 무엇보다 수증기를 공급해줄 공급원이 없어 이곳 날씨는 비가 내리는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더울 때는 더 더워지고, 추울 때는 더 매서운 추위가 왔다. 즉 사막화가 더 가속화 된 것이다.

 아랄해의 수량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지중해~카스피해~아랄해를 잇는 운하가 건설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러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상태가 심각하다. 이미 호수는 이곳 모이낙에서 150킬로 정도 후퇴를 했기 때문에 호수를 직접 보려면 짚차를 타고 7~8시간을 달려야 한다고 한다. 수 만명이었던 모이낙은 2000명의 인구만 남았으며 그마저도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묻지마 개발 논리가 얼마나 커다란 재앙을 가져오는지 직접 체험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 쓸 사진들을 찍고,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5분 터미널까지는 가려면 3킬로가 넘는데..

 그냥 죽자 살자 걸었다. 만약 버스를 놓치면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걷다보니 땀이 나고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에 열기가 넘친다.

 결국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좌석은 물론 복도까지 사람들이 꽉 차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사람들이 더 탄다. 괴롭기는 하지만 한 가지 좋은 건 수많은 36.5도의 난로들이 뿜어내는 입김으로 춥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버스는 2시간을 달려 콘기랏(Qongirat)에 도착을 하니 사람들이 우루루 내려 여유가 생긴다.

 오후 7시가 돼서야 누커스에 도착을 했다. 오늘 우르겐치로 가는 건 불가능하고 일단 어제 묵었던 타슈켄트 호텔에서 하루 묵은 후 내일 우르겐치로 가야겠다.

 호텔에 가니 프런트에 어제와 다른 아줌마가 지키고 있고 숙박비가 10000숨으로 줄어있다. 어제보다 2000숨이 줄어있네.. 이제 보니 요금이 제각각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깍았어야 하는데..

 바로 뒤에 오는 일본 여행자는 요금을 계속 깍으려 노력을 한다.

 어제보다 작은 방이라서 덜 춥다.(왜냐하면 히터는 1개이므로)

 근처에 식당도 없을뿐더러 추운날씨에 호텔 밖으로 나가기는 더욱 싫었다. 배낭 안에 있는 신라면 2개를 뽀글이(뜨거운 물을 봉지 안에 넣어 불려 먹는 것)해서 맥주와 곁들여 먹었다. 인청공항에서 신라면 3개를 샀었는데 이제 그 아이템을 다 써버렸다.

 내일부터는 다시 따뜻한 동쪽으로 가야한다. 12일 오후 5시까지 투르크맨비자를 받으러 타슈켄트로 가야함으로 그 동안에 부하라나 사마르칸트중 하나를 본 후 타슈켄트로 돌아가면 딱 맞을 것이다.

 남은 시간은 3일..

 내일 하루 종일 이동한다고 치면 2일이다. 촉박한 시간이다.

 오늘은 환경파괴의 심각함을 직접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환경파괴하면 그저 추상적으로 생각하거나 간혹 TV를 통해서 심각함을 알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몸으로 직접 체험을 해보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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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르겐치 바자르에서 수많은 티코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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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를 가나 바자르는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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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펫과 옷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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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수선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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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구두수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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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크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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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은 목화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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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눈이 내려 길이 온통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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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가 잠시 들린 농가.. 정겨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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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아지가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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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린 평화로운 시골.. 우리 나라 시골과도 비슷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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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피하고 있는 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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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크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아무다리야강을 건너야 한다. 다리는 수많은 보트로 만들어져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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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려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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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슈켄트 호텔에서 바라본 누크스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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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가 온통 눈으로 뒤덮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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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모이낙으로 향하는 버스터미널로 안내해진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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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이낙으로 가는 유일한 버스~ 내부는 완전한 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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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이낙까지 가는 길은 온통 초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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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드넓은 호수였겠지만 지금은 좁은 호수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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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추웠던 모이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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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랄해는 북쪽으로 150킬로나 후퇴를 해서 이 배는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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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올림픽(1980년)에 그려진 듯한 올림픽 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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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황량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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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날씨에도 환한 미소를 짓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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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역시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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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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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초원.. 저 멀리 작은 호수가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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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야 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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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으로 후퇴한 호숫가에 가기 위해서는 짚차로 7~8시간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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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 버린 아랄해는 쓸모없는 초원으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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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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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랄해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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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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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를 노다니는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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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손자가 썰매를 끄는 정겨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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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이낙의 작은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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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명 인구에 걸맞지 않은 큰 규모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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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전 이곳이 항구였을 때 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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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