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여행기 5 우르겐치(호라즘의 영웅 잘랄웃딘과의 만남 06.1.10)

1월 10일(화)

 12일까지 타슈켄트로 가서 투르크맨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를 받은 후 15일에는 투르크맨에 입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다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적어도 12일까지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둘중에 하나를 봐야한다.

 12일 당일 오후 5시전에 투르크맨 대사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가까운 사마르칸트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늘의 가장 이상적인 일정은 이곳 누크스에서 우르겐치로 이동을 한 뒤 우르겐치에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다.

 론니에는 우르겐치에서 사마르칸트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출발 시각이 나와 있지는 않다. 그저 12시간 걸린다는 문구만 적혀있다.

 버스 운전자 입장에서 승객을 새벽에 사마르칸트에 떨어트리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적어도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아니면 오후 5시 이전에는 출발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론니플래닛 사마르칸트 정보를 보니 매일 우후 6시에 사마르칸트에서 우르겐치로 버스가 출발한다고 한다. 우르겐치도 마찬가지 일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동하기로 했다.

 만약 틀렸다면? 그때는 부하라로 가거나 아니면 타슈켄트로 가는 수밖에..

 먼저 누크스에서 우르겐치로 이동을 해야 한다. 남쪽으로 3킬로 정도 떨어진 기차역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한 청년이 어색한 영어로 말을 건다. 이름은 이슬람이고(이름이 쉬워서 좋다.^^) 18살이라고 한다.

 이슬람은 나를 도와주겠다며 따라온다.

 기차역에서는 우르겐치로 가는 차량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한국인 여행자 4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모이낙에 가기 위해 어제 누크스에 왔는데 아직 버스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모이낙가는 버스는 이미 출발했는데..

 고려인 가이드가 있기는 하지만 여행을 하기에는 론니플래닛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의 안내를 받아 10정도 걸어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우르겐치로 향하는 2대의 버스는 출발을 했고, 승용차들과 흥정을 해서 가야한다.

 흥정하기 전에 이슬람과 점심 식사를 했는데 메뉴에 밥이 있어서 오랜만에 밥으로 배를 채웠다.

 이슬람은 한국에 대한 동경이 대단하다. 자신의 꿈이 한국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곳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일본의 이미지보다 더 좋은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 기업들이 이곳으로 많이 진출을 했고 많은 우즈벡 인들이 한국에 와서 비교적 많은 보수를 받고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의 한달 월급이 6~10만원 정도하니까 당연히 한국을 동경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우리의 모습과 같다. 나 역시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국을 많이 동경해서 어른이 되면 꼭 미국에 가서 살려는 마음을 먹었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미국의 이미지와 잘 사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우리가 다른 선진국들을 동경을 했다면 지금은 동경을 받는 나라로 변모한 것이다.

 이슬람에게는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하면서 내 전화번호를 건넸다.

 승용차와 협상을 하니 처음에 10000숨(8700원정도)를 부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 누크스로 올 때 5000에 왔다.

 하지만 협상이 좀 어렵다. 빙판길이라 운전하기 어려워 돈을 더 받는다고 한다.

 결국 5000숨에 우르겐치 근처 도시까지 가고 거기서 1800숨을 줘서 우르겐치 버스 터미널로 갔다.

 교통편이 해결되자 문제는 돈이다. 타슈켄트의 로뎀 호텔에서 70달러를 환전했는데 거의 다 쓴 것이다.

 누크스에서 암달러상과 환전을 하려고 하니 50달러에 50000숨을 준다고 한다. 타슈켄트에서 60000숨인걸 아는데 어딜 속이려고..

 터미널에 가서 확인하니 오전에 세운 가설이 들어맞았다. 우르겐치에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버스는 오후 6시에 있다. 요금은 6200숨이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아직 3시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우르겐치 시내도 볼 겸 기차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자르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커다란 동상이 보이는데 어딘지 낯익다.

 가서 확인하니 호라즘의 영웅 잘랄웃딘의 동상이다.

 중앙아시아로의 여행을 출발하기 바로직전까지 KBS에서는 ‘칭기스칸’ 중국 드라마를 방영했다. 불멸의 이순신 이후 땜질용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중앙아시아를 여행할 나에게는 그야말로 중앙아시아에 대해 더욱더 흥미를 느끼게 해준 행운의 드라마였다.

 앞선 여행기에서 말했다시피 몽고 전역을 장악한 칭기스칸은 서역의 제국 호라즘과 교역을 하기 위해 450명의 대상을 호라즘으로 보내지만 호라즘 왕국의 입구인 오트랄(지금의 카자흐스탄)에서 그곳 성주의 욕심으로 상인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재물들은 강탈당하게 된다.

 다시 칭기스칸은 사신을 호라즘왕 무하마드에게 보내지만 사신마저 죽임을 당한다.

 칭기스칸은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결국 훗날 유럽까지 완전히 뒤흔든 서역 원정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만약 호라즘에서 대상을 받아들였다면 역사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렇게 동방의 떠오르는 몽고와 당시 서역에서 가장 세력이 강했던 것은 사마르칸트를 도읍으로 하는 호라즘 제국이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기동력을 앞세운 몽고군 앞에서 호라즘 제국은 추풍낙엽과 같이 무너지게 된다.

 무하마드가 채택한 전법은 70만 군사를 분산시켜 각 성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고구려, 고려가 채택한 전법으로 성을 확실히 지키며 침입한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전법으로 수, 당, 거란, 여진족의 침입을 저지하는 효과적인 전법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를 산악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 호라즘은 끝없는 평지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잘랄웃딘의 주장대로 아무다랴강에 군사를 집결시켜 몽고군의 도강(강을 건너는)을 저지했으면 어땠을까?

 몽고가 송나라를 멸망시키는데 80년이 걸린 이유는 바로 양쯔강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이고, 고려가 강화도에서 40년 가까이 저항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빠르게 흐르는 물살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결국 일본을 정벌하지 못했다.

 결국 몽고의 약점의 물이고 잘랄웃딘의 주장대로였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계속 되는 패배에도 잘랄웃딘은 항전 주장을 하지만 그의 주장을 속 무시한 무하마드는 결국 연전연패를 하게 되고 카스피해의 외딴섬에서 비참하게 숨을 거둔다.

 잘랄웃딘은 남은 전력들을 모아 몽고군을 상대로 2차례나 대승을 거두지만 결국 인도로 달아나고 평생 몽고군에게 항전을 하며 몽고군과 싸우다 전쟁터에서 산화 한 인물로 이곳 우르겐치에서는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중에 하나이다.

 잘랄웃딘 동상은 KBS에서 방영한 복장과 같은 복장이다.

 어느새 친숙해진 잘랄웃딘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네고 다시 바자르로 향했다.

바자르에 가니 암달러상들이 접근을 하는데 결국 50달러를 60000숨에 환전 할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로 돌아와 따뜻한 터미널 식당에서 양고기와 차한잔을 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는데 버스표를 파는 할머니가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나보고 꾸짖듯이 버스에 빨리타라고 한다.

 나를 찾기 위해서 터미널 근처와 화장실까지 돌아다녔다고 한다. 아직 출발시각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이유는 버스에 타고나서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자리가 없어서 12시간동안 서서 갈 뻔했다. 정말 고마운 할머니이다.

 오후 6시 버스는 사마르칸트를 향해 출발을 했다. 물론 시대의 영웅 잘랄웃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IMG_2660.jpg

  외형은 멋지지만 시설만큼은 최악인 타슈켄트 호텔

IMG_2662.jpg

  누크스에서 모처럼 만에 발견한 한글

IMG_2663.jpg

  화물 열차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IMG_2666.jpg

  친절한 이슬람과 함께

IMG_2667.jpg

  터미널에서 바자르로 가는 도중 발견한 공원(저 멀리 잘랄 웃딘 동상이 보인다.)

IMG_2670.jpg

  호라즘 영웅과의 만남

IMG_2671.jpg

  징기스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잘랄웃딘

IMG_2672.jpg

 얼음위에 내린 눈을 위에 누군가 글씨를 그렸다.

IMG_2673.jpg

  우르겐치 시청 앞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IMG_2674.jpg

  바자르에서 고추를 파는 광경

IMG_2675.jpg

  우르겐치 기차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