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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65개국 오지여행 박찬수 원주 교동초교 교사“풍토병 발병… 소말리아 탈출… 구석에 서니 큰 세상 보였어요”
亞·아프리카·발칸반도 여행기 홈페이지에 빼곡
연극·뮤지컬 교육 활용
태국·中 베이징 공연도
윤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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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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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 지난 10여 년 동안 지구촌 오지 65개국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교육현장에 풀어놓고 있는 원주 교동초교 박찬수 교사.


낡은 영문판 여행책자 한권과 온 몸을 압박하는 배낭, 그리고 2기통 다리엔진만으로 세계 65개국 오지여행을 떠난 초등학교 교사의 흥미진진한 여행 경험담을 듣기 위해 원주 교동초교 5학년 2반 교실을 찾았다.

전쟁 전리품처럼 두 손에 들린 4개의 여권을 만지작거리며 유년의 미소를 머금은 박찬수(34) 교사는 한껏 들떠 있었다. 무용담 자랑에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지구촌 오지를 누비며 빼곡히 적은 여행기를 담은 개인 홈페이지(www.travel4edu.com)도 벌써 손님맞이를 마쳤다.

학교 담장을 넘어 걸어서 세계 오지 속으로 몸을 던진 박 교사는 유년시절 읽은 ‘실크로드’ 만화책에 대한 추억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온 나라가 축제를 벌일 때 조용히 오지 여행에 첫발을 내디딘 박 교사의 행선지는 당연히 실크로드 상인들의 영원한 안식처 티베트(Tibet) 였다.

당시 춘천교대생이었던 박 교사는 다음해 대학 후배들과 두 차례에 걸쳐 재방문에 나설 정도로 티베트 짝사랑이 남다르다.

첫 오지 여행지 티베트 방문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 여행에 나선 박 교사가 생애 최초 오지여행지로 파키스탄으로 정했지만 국제 분쟁 등으로 비자발급에 문제가 생겨 티베트로 발길을 돌렸다. 2003년 7월 세 번째 방문에 나선 박 교사는 동부 티베트 라사의 ‘외이동초등학교’를 무작정 찾아가 연구수업 허락을 받아 대학후배들과 국제 수업에 나섰다. 박 교사의 학부졸업 논문인 ‘티베트 초등학생 미술수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귀국 후 고열로 병원을 찾은 박 교사가 정확한 진단(풍토병으로 의심)을 받지 못하고 고생한 아찔한 경험은 훈장이었다.

이후 교직에 입문한 박 교사는 2006년부터 실크로드가 지나는 중앙아시아 오지 탐닉에 나섰다.

그해 중동 예멘을 방문한 박 교사는 대한남아의 용기를 발휘(?)해 아프리카 소말리아 행 화물선에 몸을 싣는다. 오지여행의 진수를 만끽하기 위해 항공편 대신 화물선을 선택했다.

박 교사의 도전은 분쟁지역인 소말리아에서 인접국인 에티오피아로 탈출하는 3일간의 고행 길을 덤으로 선물 받았다.

박 교사는 “오지 여행 중 단연 최고의 위기상황이었다”며 “반면 아프리카 오지의 매력을 접할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낭만적인 웃음을 보였다.

다음해인 2007년 드디어 아프리카 오지 탐험 승부수를 던졌다. 가나,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서아프리카를 주 무대로 삼았다.

관광객이 전무한 아프리카 대륙 중앙의 북쪽에 있는 내륙국 ‘차드(Chad)’ 방문은 오지여행의 백미였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도 등반했다.

이 같은 경험으로 지난해에는 교육과학부에서 선정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에 도내 교사로는 처음으로 선정,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여행했다. 그해 동유럽 발칸반도도 찾았다. 관광객이 찾지 않는 지역이 여행지의 첫 선정기준이기 때문이다.

2005년 미얀마 방문은 충격 그 자체였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친족’ 집성지역인 하카시를 방문, 98%가 기독교 신자인 주민들과 ‘007영화’를 방불케 하는 한국교회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했다.

10년 동안 틈나는 대로 지구촌 오지를 누빈 결과, 상당한 비용(박 교사가 한참을 계산한 후 1억 원이라고 밝힘)도 지불했지만 온 몸으로 체험해 가슴에 담은 경험은 ‘로또 1등’보다 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힐링(healing)’을 실천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특히 작은 배낭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소유에서 발전시킨 ‘경제 패러다임’은 최고의 교과서다.

박 교사는 이 같은 오지여행의 목적을 교육에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로 오지여행과 연극·뮤지컬의 만남이다.

지난 2005년 첫 발령지인 양양초교에서 연극반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원주 우산초교 재직 시절 학교 뮤지컬반과 함께 ‘인도국제아동연극제’에 참가했다.

2010년 원주 교동초교로 자리를 옮긴 후 APEC 국제교육협력프로젝트에 참여, 태국 치트랄라다 왕립학교를 방문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 공연도 다녀왔다.

강원도 청소년활동 우수사례에 선정되며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고 2011년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 장려상, 교과부 주최 ‘방과후 학교 대상’ 우수 교사상 등은 당연한 결과였다. 박 교사는 오지 여행과 뮤지컬·연극반을 이끈 경험을 살리기 위해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최근 한양대 국제대학원 문화콘텐츠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박 교사는 “앞으로의 유일한 계획은 100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지난 10년 동고동락한 10여권의 여행책자를 낡은 배낭에 주섬주섬 챙겼다.

박 교사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여행의 백미인 ‘여행기’란 단어가 취재수첩에 빼곡히 적혀있었다. 원주/윤수용 ysy@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