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여행가 박찬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지여행’이라고 하면 도시 또는 문명과는 떨어진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지에 대한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지여행을 이런 것이다, 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거나 볼거리와 쇼핑거리가 많은 여행지가 아닌 남들이 가지 않는 곳으로 정보가 거의 없는 여행지를 오지여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가지 않은 곳, 그래서 더 동경의 대상이 되는 세계 오지를 40여 개 국이나 방문한 오지 여행가를 만나 보았다.

글 최정훈(자유기고가) 사진 박찬수 제공

지구의 반대편, 다른 세상에 가 보고 싶었다

늘 오지여행을 꿈꾸는 이는 바로, 원주 우산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박찬수 씨(31세). 그는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지여행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전국일주를 꿈꾸게 됐는데, 그 전국일주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자, 세계 오지를 돌아보자는 어릴 적 꿈을 현실로 옮겨보기고 마음먹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오지여행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오지 여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아서 아주 어려웠죠. 잘 하지도 못하는 짧은 영어로 영문 여행 사이트를 뒤지고, 대사관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품을 팔고 가고 싶었던 곳의 정보들을 하나 둘 모으면서도 나름 짜릿짜릿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왜 좋고, 멋있는 여행지를 나두고 하필이면 오지여행이냐며 의아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하지만 저는 오지여행이 재미있는 것 같아서 선택을 했거든요. 살아가면서 ‘재미난 일’은 꼭 해봐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어서요.”  
물론 정보가 없어 고생을 하고, 교통편이나 숙박이 여의치 않는 곳이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런 과정을 해결해 가면서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와 소중한 인연들이 그에게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재산이 되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삶의 커다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고 할까요. 새로운 여행 루트를 개척해서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존의 여행지를 다니면서 느끼는 기쁨의 몇 배 정도가 감동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런 기쁨과 보람 등등의 복합 감정들이 오지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고생보다 크기 때문에 오지 여행을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이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생활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수확이기도 하다.
“평소에 일에 치여 바쁘게 살기 때문에 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그것도 오지 여행을 하다보면 마음이 많이 열리는 것을 느끼게 돼요. 저를 아는 사람도 없고, 제가 신경 쓸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마음이 열리는 거겠죠. 시간도 넉넉하고, 마음도 오픈 되어 있으니 작게는 제 생활의 반성에서부터 크게는 우리나라 정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 하게 곱씹어볼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생각은 결국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야겠다, 혹은 올해에는 어떤 일을 해봐야겠다는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여행지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될 수 있으면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여행을 다녔던 모든 곳이 모두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였을까.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질문을 가장 많이 하더라고요(웃음). 거짓말이 아니라 제가 다녀왔던 모든 곳이 좋았어요. 하나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어디가 좋다, 딱 꼬집어 말하기 진짜 힘들어요.”
첫 해외여행에서 외국인에게 금지된 동 티베트를 여행한 것과 아프가니스탄에 현지인 복장을 하고 여행했던 일, 사막 한 가운데서 목동들에게 구조되었던 일, 미얀마의 오지 마을에 들어가자 1966년 이후로 처음 외국인이 들어왔다면서 환대 받았던 일, 예멘 모카 항에서 소말리아에 가축화물선을 타고 건너간 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일, 중국 우편차를 히치하이킹해서 서 티베트를 여행한 일, 타지키스탄의 파미르하이웨이는 1년에 외국인이 100명도 여행하지 않는 곳인데 이곳을 여행한 일 등,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모든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많다.
특히 현지에서 자신이 하는 행동과 한 마디가 그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람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고 특별해 진다는 것을 알기에 행동 하나 하나도 신경을 쓰는 게 여행자로서의 자세라고.
“외국에 나가면 제가 외국인이잖아요. 여행지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무조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호의와 친절로 대해주며 많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그런 점 역시 오지 여행의 매력이고 오지여행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번 여름방학 때도 박찬수 씨의 여행, 계속된다. 오지 여행 초창기에는 아시아의 오지를 둘러보다가 최근에는 아프리카를 주로 여행했었는데, 이번 여름에는 인도네시아로 정했다. 인도네시아는 많이 알려진 나라이기는 하지만 정작 신혼 여행지인 발리를 빼놓고는 여행한 분들의 거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활화산, 불교 힌두교 유적을 비롯해 코모도의 왕 도마뱀도 보고 싶어요. 물론 때 묻지 않은 원시림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정했어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교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이들과 함께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도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그 어떤 얘기를 할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듣는 것을 볼 때도 보람을 느낀다.

오지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그는 몇 가지를 당부했다. “오지여행을 하시는 분은 여행지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한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직결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치고 힘들더라도 항상 긍정적으로 인생의 공부를 한다는 자세로 여행을 하시면 평생 잊을 수 즐거운 여행이 될 겁니다. 또, 여행을 하면서 반드시 명심 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은 안전이거든요. 오지 여행이 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지역으로의 여행은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여행하기 전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체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감과 열정, 두 가지만을 가지고 최고의 여행을 하고 있는 오지여행가 박찬수. 그는 올 여름, 인도네시아 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추억을 가지고 올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눈을 설렘으로 가득했다.

박스기사
독자 여러분에게 드리는 오지 여행 팁(5가지)

1. 많은 오지 여행지가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하며 비자가 없어 입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 전 비자 정보에 대해 확실히 조사하셔야 합니다.

2. 여행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음식에 대한 향수입니다. 특히 오지 지역은 한국 식당이 없는 곳이 다반사이기에 그 정도가 심할 겁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전투식량’을 준비해가세요. 군대 갔다 오신 분은 전투식량에 대해 잘 아실 텐데요. 비빔밥을 건조 시킨 음식으로 물만 부으면 비빔밥이 되는 유용한 아이템입니다. 찬물로도 조리가 가능하니 꼭 준비해 가세요.

3. 대부분의 오지 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입니다. 때문에 외국인만 만나면 동냥을 하려는 아이들을 많이 볼 텐데요. 불쌍하다고 해서 돈을 쥐어주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한번 동냥을 하면 외국인을 볼 때마다 동냥을 하거든요. 그래도 뭔가 베풀어 주고자 할 때는 볼펜이나 사탕을 준비해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유용합니다.

4. 사실 오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정보 수집입니다. 때문에 Lonely planet이라는 여행 가이드북을 추천합니다.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 여행을 하는 전 세계 여행자는 거의 다 들고 다니는 가이드북입니다. 정보를 비롯한 지도가 자세히 나와 있고요. 2년에 한번 꼴로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합니다.

5. 여행을 완벽하게 준비한다며 짐을 이것저것 가져가는 건 바보스러운 행동입니다. 오지 여행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짐은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괜히 가져왔다가 버리거나 한번도 안 쓰고 여행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짐은 최소한만 챙기시고 필요한 것은 현지에서 산다는 생각으로 짐을 꾸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