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read_body.jsp?ID=0203292518&FV=여미사&searchPage=simple&collectionName=gisa&INDEX_FV=&INDEX_FV=TI&INDEX_FV=TX&INDEX_FV=KW&AU_FV=&PD_TYPE=true&PD_F0=all&PD_F1=&PD_O걸어서 옛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던 길을 답사하는 대학생 동아리가 있다.

‘여행에 미친 사람들’. 줄여서 ‘여미사’로 자칭하는 이들은 춘천교대생들로 벌써 영남대로와 호남대로를 일주했다. 영남대로는 부산, 대구 지역 선비들이 한양(서울)으로 과거보러 갈 때 즐겨 사용했던 도보코스. 대구~구미~문경~충주를 거쳐 한양에 이르렀던 길을 가리킨다. 호남대로는 광주~전주~공주~청주~충주~한양으로 이어지는 도보길이다.

고증을 통해 남아있는 옛 발자취를 답사중인 이들이 옛 선비들과 다른 점은 여행장비가 현대식으로 바뀌고, 주먹밥이 라면이나 토스트로 대체되어 예전에는 1개월내지 3개월이 소요됐던 길을 13일, 17일만에 주파한다는 점.

“한국에서 유학중인 일본인(도도요끼 히로시)이 우리의 옛 길을 되밟고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든 게 계기가 됐죠. ”

이 동아리의 최고 맏형격인 박찬수(25)씨는 “이 길을 답사하다보면 우리는 얼마나 편하게 공부하는 지를 실감하게 된다”며 “학업에 정진해야 겠다는 생각을 수 없이 다잡게 된다”고 했다. 결에 있던 이상걸(22)씨는 “이 먼 길을 줄곧 걸어야 했다고 생각하니, 중도에서 포기한 선비들이 오죽 많았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야담에서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과거보러 가는 선비와 주막의 주모간의 에피소드가 모두 있을 법한 얘기로 실감이 피어난다”고 했다. 차기 회장직에 예정된 박재웅(21)씨는 “걸으면서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며 “우리 강산에 이렇게 많은 볼거리와 유적이 있는 지 모르고 살아왔던 게 창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0도보상경코스를 모두 답사하는 것. 모두 8개 코스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중 2개는 북한에 있어 남한에는 현재 6개만이 남아 있다고 알려준다. 이와 함께 요즘들어 300m도 걷기 싫어하는 초등학생들도 한나절이면 충분한 ‘도보여행코스’를 만들어 다가오는 어린이 날에 보급하겠다고 예비초등교사다운 자세를 보였다. 오는 7월에는 지난 두 차례의 답사 때와 마찬가지로 회원1인당 10만원씩 갹출해 통영에서 한양으로 이르던 영남좌로를 답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요즘 춘천일원에 소문이 나면서 입회신청을 해오는 대학생수가 300명에 이르지만 아직은 타대학의 신입회원가입은 사양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회원수 22명. 여학생이 14명에 이른다. /김창우기자 cw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