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여행 작가와 잠깐 마주쳤는데 그분에 책에 제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책에도 출연하네요.^^

제목: 달로 가는 티켓
저자: 안영국
출판사:코크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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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곤다르 편)

새벽. 버스를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

"후~ 굉장히 빠르네."

간신히 올라탄 버스에서 마지막 좌석에 몸을 던지고 출발.

셰어에서 곤데르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울퉁불퉁한 흔들림이 있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이르러 잠을 청하고 있는데 계속 옆에 앉은 여자애가 엉덩이를 밀고 들어왔다.

"아따~ 그만 좀 밀지?"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확보했는지 해맑게 웃음을 보였다.

"웃는건 예쁘네."

분홍색 옷을 입은 그녀를 보면서, 불과 10분전에 탔던 그녀의 모습이 맴돌았다. 중간에 버스에 올라탄 그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밖을 쳐다보며 갑자기 눈물을 쭈욱- 흘리길래 무슨 일인가 밖을 쳐다보니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디서든 가족과의 이별은 슬프구나- 당연함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불과 2분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옆에 있던 차장 녀석과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던 것이다. 이건 너무나 극한 반전인데.....

태양은 뜨겁고 그녀의 미소는 아프리카 특유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되었고, 버스의 흔들림이 일어날때면 그녀의 몸이 흔들리고 그녀의 옷에서 날리는 먼지가 보이고, 육감적인 그녀의 몸과 땀 그리고 흔들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서 엉덩이를 밀고 옆에 앉은 그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의 흥미로운 풍경을 흘려보내는데 갑자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또 올라탔다. 내 옆쪽으로 몰려오는 사람들. 맨 뒤 좌석은 6명이 앉는 자리였는데 새로 들어온 그녀의 엉덩이 밀치기로 인해 지금은 8명이 낑겨서 가는 상황이었다. 좁지만 아프리카잖아 그리고 그녀의 땀과 묘한 육체의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먼지가 조금 날리고 땀이 흐르는 것뿐이잖아."

감상을 하면서 이런저런 공상을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갑자기 내 옆에서 악- 악- 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숨 넘어가는 소리. 음악을 듣고 있던 내 귀에도 무척 크게 들리는 소리였는데 내 옆자리의 여인네가 악 소리를 지르며 풀썩하고 쓰러진 것이다. 나도 놀랐고 사람들도 놀란듯 그녀를 부축하다가 바로 밖으로 내려줬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받아 한쪽으로 부축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담으며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이예요?"
"살라 살라 살라......"
"예."

언어가 달라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저씨가 가르킨 큰 나무가 그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저 나무를 지날쯤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잖아."
"그렇지. 저 나무가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모르지. 아무튼 그녀는 귀신이 씌인 것처럼 정말 정신이 없어보였잖아. 사람들도 바로 내보내고....."
"해맑게 웃으며 엉덩이를 계속 밀던 소박한 처자였는데...... 정말 무슨 일이지?"

드디어 곤데르에 도착을 하고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켰다. 바아르다르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지만 역시나 이미 끊겼다는 이야기뿐. 결국 하루 차이로 블루나일폭포는 포기하기로 하고 이디오피아의 마지막 밤은 곤데르에서 보내기로 했다. 삐끼를 보내고 혼자 방을 알아보러 호텔로 들어가는데 한 동양애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여기 가격은 싼데, 문제는 방이 없대."
"그래? 근데 나 일본사람 아니야. 일본말은 이해를 못하겠다."
"아, 미안. 일본사람인줄 알고....."
"괜찮아. 그럼 방 잘 구해."

몸이 피곤했고 이디오피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혼자 보내고 싶어서 간단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는데 듣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왜?"
"저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그래? 근데 넌 가이드니?"
"아니 난 그녀의 친구야."
"그렇군."

그녀의 친구라던 이디오피아 친구가 싼 호텔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2000원 밑의 숙소가 없었다.

"이거 너무 비싼데."
"그래도 아까 그 귀신 나올 거 같은데서 잘 수는 없잖아. 벼룩 옮기면 또 어떡해?"
"난 벌써 상당해서 사실 상관없어."
"그래?"

30분을 돌아다닌 끝에 나름대로 괜찮은 호텔을 결국 찾아 짐을 풀고 체크인을 하는데 그녀의 서명이 눈에 들어왔다. 토모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그녀의 얼굴을 계속 쳐다봤다.

"이름이 토모미야?"
"응. 왜?"
"혹시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나 기억 못하니?"
"글쎄. 나도 처음에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은 했어. 그래서 일본에서 봤나 하고 일본말로 말을 한 거고."
"그래?...... 우리 3달 전쯤에 중국- 파키스탄 국경에서 봤잖아. 이젠 생각나?"
"아, 이름이?"
"영!. 그때 니가 오키나와 섬 좋다고 추천도 해주고 했잖아."
"이젠 확실히 생각난다."
"근데 너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그때는 꽤 조용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꽤나 활기차 보이잖아. 레게머리도 그렇고..... 후후."
"뭐 여행을 하면서 조금 바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반갑다. 이렇게 다시 보다니. 그것도 이디오피아에서 말이야. 우리 주스 마시러 가자."
"그래."

파인애플 주스는 맛이 있었다.

"정말 이런데서 다시 만날줄은 몰랐는데 재밌다."
"그래. 근데 타지키스탄이 그렇게 좋았어?"
"응. 한달동안 있었는데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돈도 100달러밖에 쓰지 않았다니깐."
"어떻게?"
"사람들이 손만 들면 알아서 차를 세워주고,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너무 너무 좋았어. 너도 다음에 꼭 가봐."
"그래."

"근데 토모미, 아까 얘기했던 가이드북 복사해 준 한국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글쎄 아마도 랄리벨라쯤에. 그는 초등학교 선생이라 시간이 별로 없대."
"아차, 지금이 방학이지. 근데 학교 선생이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구나."
"가만 적어준 메모가 있을텐데..... 이런......"
"왜?"
"젖었네. 그래도 이름은 남아있네. 찬수."
"찬수?"

설마 그 친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키스탄, 서티벳, 타지키스탄에서 남긴 기록을 봤던. 그렇지만 그 친구는 늘 아시아를 헤매잖아. 가우뚱 거리고 있는데 세명의 동양인이 한꺼번에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스터 박- 이라며 반색을 하는 토모미.

"미스터 박! 어떻게 된거야?"
"그러게. 토모미. 너도. 하하. 반갑다."
"여기도 한국인이야."
"여기 있는 두분도 한국인인데."

그렇게 이디오피아 지방도시 곤데르에서 한꺼번에 한국 사람이 모이게 됐다.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놀랬다. 토모미와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등장을 할 줄이야. 밝은 모습, 음성 그리고 뭔가 신이 난다는 표정. 이런 아프리카 그것도 지방도시에서 한국 사람을 무더기로 만나니 그럴만 하기도. 그런 모습을 보고 넌지시 물어보고,

"타지키스탄 최초 한국인, 그거 진짜예요?"
"아, 근데..... 그거 진짜데. 타슈카르칸으로 나오는 건요."
"예."
"그리고 이번 00도 제가 최초인듯 해요."
"그렇군요."

"그럼 이젠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무대를 옮기신 거예요?"
"그렇죠. 다음에는 이집트, 수단을 관통할 거 같고, 그 다음에는 서부 아프리카를 갈 거 같아요."
"저도 사하라 사막은 관심이 있는데 3년전쯤에 한국사람 두명이 사하라 사막 관통한 여행기 아세요? 딴지 일보에서 봤는데 괜찮은거 같더라구요. 차가 지나갈때까지 마을에서 보름정도 기다리고 차가 나타나면 무조건 히치를 하고."
"그래요? 근데 니제르, 차드쪽은 정통 사하라는 아닌거 같아요. 그 위쪽인데 아직 제대로 건넌 사람이 많지 않지요."
"괜찮겠어요?"
"그럼요. 제 여행이 원래 도전적이고 무모하면서 모험적이잖아요. 하하."
"예."

코이카 한국청년과 이티오피아 정치, 경제, 치안 이야기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이야기까지. 대화에 참여하고 생각이 어떤지 듣고 나도 생각을 말하고 싶었지만 혼자 한국인들 틈에 끼여 심심해 할 토모미를 위해 토모미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세히 듣지 못한 이야기.

"나중에 여행 관련 일을 하실 생각은 있어요?"
"그러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출판이나 미디어쪽 관련일도요?"
"뭐 책 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배운다는 입장이예요."
"예."
"코이카 활동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구요."
"학교는요?"
"뭐 휴직해야죠."

파키스탄에서 그건 말도 안돼 라고 하며 도마에 올렸던 기억이 있어서 나는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의 한국 여행자를 이런데서 만났다는 반가운 표정을 보니 조금. 사실 나도 이디오피아 한달을 여행하며 처음 만나는 한국 여행자잖아. 그래선지 나도 꽤 반가웠다.

이동국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야기. 그리고 두번째로 들어간 술집에서 전통 춤을 추던 이디오피아인을 흥미있게 보다가 이내 스테이지로 나가 몸을 흔들던 모습. 이어서 코이가 청년도 나가고 토모미도 나가고 나는 뭐. 이디오피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토모미에게 물었다.

"토모미, 미스터 박 어땠어?"
"음 그는 재미있어. 근데 때론 어려워."
"어려워? 그건 무슨 말이야?"
"그는 때론 짧게 낮에 돌아다니고, 밤에는 노트북만을 만지거든. 그럼 난 조금 심심하지."
"음..... 그게 그의 취미인 거 같은데....."
"하하, 맞는 말 같다. 그래도 그는 술을 먹으면 꽤나 재미있어."
"그렇군."
"그리고 내가 한달 가까이 같이 다녔다는 건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기도 하지. 근데 너는 Mr.Park에 대해 자주 묻는거 같다. 그를 잘 알아?"
"그건 아니지만 그냥 궁금하거든. 파키스탄에서의 사건도 있고 말이야."
"음 그렇구나."
"아무튼 토모미도 계속 좋은 여행 하고 내가 추천한 코스 돌고 연락 주는거 잊지 말고."
"그래, 사진하고 에피소드 보낼게."
"여행 잘해. 안녕."

랄리벨라보고 내가 추천해 준 티그레이- 메켈레- 메갑- 아브네예마타 교회 그리고 코르코 교회- 아트시비-그리고 다나칼 사막을 정통으로 관통해서 지부티로 가는 토모미의 여정. 비자 기간이 별로 없다는데 10일만에 가능할까?  그리고 그 열사의 사막을 잘 통과할수 있을까? 나도 토모미도 찬수씨도 빠듯한 시간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는구나. 아무튼 모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를. 화이팅!

흥겨운 분위기속에 춤을 추던 이디오피아인


토모미도 흥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수단의 빠듯한 여정 때문에 다음날 코이카 취재도 한국 음식도 뒤로 했는데 그 이후 꽤나 아쉬움이 맴돌았다. 모든건 순간의 선택. 그려. 근데 정통으로 사하라 사막 관통이라. 그건 꽤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