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일)


 오전 10시에 숙소를 나서 곧장 차량 정류장으로 가 비사우로 가는 차편을 끊었다. 요금은 4000CFA에 1000CFA는 짐피. 정류장마다 티켓을 끊는 책상이 있는데 누구를 거치지 않고 곧장 티켓을 끊으니 짐피 가격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는다.


 그런데 차량 맨 뒷좌석이라 머리가 천정에 닿아 약간 숙이고 가야 한다. 짧은 시간이면 모르지만 3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기에 고역이다. 다음부터는 절대 맨 뒷자리에는 타면 안 되겠다.

징귄숄에서 30분을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외국인은 아예 없고 비자가 있음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짐 검사도 하는데, 여행자라고 하니까 내 배낭은 열어보지도 않고 통과.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운전사가 차량을 세워 승객을 내리게 하면 승객들을 따라가면 된다.


 내 인생에 기니비사우는 내 인생에 70번째 방문국이다. 아프리카에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나라를 수도 이름을 따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콩고는 브리자빌 콩고, 킨샤샤 콩고로 나누고 있듯이 기니도 코나크리기니와 지금 방문한 비사우기니라고 부른다. 지도상으로는 기니비사우라고 한다.


 기니비사우는 1446년 포르투갈인에 의하여 발견되어 포르투갈 최초의 해외식민지가 되었다. 17∼18세기에는 노예무역으로 번성하였으나, 포르투갈인은 식민통치의 거점을 카보베르데에 두어서 여기에는 아무도 살지는 않았다. 19세기에 영국이 백인이 거주하지 않는 이 땅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으나, 1870년에 미국의 제18대 대통령 U.S.그랜트의 중재에 의하여 포르투갈령으로 확인되었다.


 1963년경부터 독립항쟁이 시작되었고, 독립을 시켜주지 않고 버티던 포르투갈이 카네이션 혁명을 겪은 이후 1974년 9월에 독립을 승인함으로써 기니비사우는 정식으로 독립을 성취하였다.

하지만 여느 아프리카 국가처럼 정치적인 혼란기를 맞이하게 되고, 대통령 3명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으며, 2009년엔 당시 대통령이 암살되기도 했다.


 2012년 4월 군사쿠데타가 일어났으나 국제사회의 발빠른 대응으로 그해 10월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거가 열렸다. 고메스 전 총리는 올해 초 기니비사우의 첫 대통령 선거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군부 쿠데타에 의해 선거가 도중에 중지되었으며 이에 고메스의 추종자가 군부대를 공격하는 등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다.


 비사우까지 가는데 검문이 몇 번 있었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는 거의 터치 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미지의 구간으로 기니비사우에서 기니까지 가는 루트가 걱정되었는데, 옆에 앉은 청년에게 세세한 정보를 얻을 있었다. 청년 이름은 부시이며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기니까지 가기 위해서는 기니비사우 서쪽의 Gabu 라는 곳까지 가면 그곳에서 매일 아침 코나크리로 떠나는 부스택시들이 떠난다고 한다. 또한 기니쪽에서는 길목마다 군인들이 뇌물을 요구함으로 작은 돈을 준비해 가라고 한다. 가장 궁굼하던 정보들을 부시가 풀어주었다.


 차량은 시내에서 5Km 떨어진 파라젬(Paragem) 지역 종착지이다. 이곳에서 시내까지는 부시 옆자리에 앉았던 알파라는 청년이 안내를 해준다. 알파는 프랑스어로 세네갈 청년으로 친지들을 보기 위해 간다는 듯한 말을 한다.(프랑스어를 알아야지) 시내 중심까지 버스비도 직접 내주고 물까지 사주면서 길을 안내해준다.


 알파가 알려준 길을 걷는데 꽤 걷는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시내 쪽 보다 해안 쪽으로 걸었다. 덕분에 비사우 시내 외곽을 둘러보면서 목적지에 도달했다.


 비사우는 항구를 중심으로 포루투갈 양식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사정은 좋지 않고 건물도 많이 낡았다.


 일단 숙소인 Ta Mar 호텔 리셉션에 가니 1박에 20,000CFA라고 말한다. 론니에 15,000CFA라고 하니 이내 18,000.. 16,000.. 결국에는 15,000CAF(33000원 정도)에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숙소 전체가 어둡다. 복도에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혹시 폴? 그에게 말을 거니 잠깐 밝은 곳으로 가자고 한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 무척 반가워 한다. ‘그때 왜 리조트에 있지 않았어? 무척 넓었다구.’ 그러면서 궁굼하던 기니 비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기니대사관은 근처에 있고, 내일 하루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대사관은 오전 8시에 문을 연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렬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여행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내일 기니 비자를 취득하는대로 모레 아침 코나크리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하신다.


 숙소는 전형적인 포르투갈 식민지 건물이고 방 역시도 그렇다. 주변 분위기도 식민지 시대의 분위기라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이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항구를 둘러보았다. 비사우는 여러섬들을 연결하는 배편이 운행되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항구 입구에서 경찰이 론니플래닛의 지도를 보고 싶다고 해서 항구를 둘러보는 동안 책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 책을 건넸다.


 부두에는 큰 크레인이 쓰러져 있는데 한 청년의 이야기로는 중국 회사가 공사를 하다가 크레인이 쓰려졌다고 한다. 수습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흉물스럽다.


 부두 끝에는 해양경찰이 있는데 바다 쪽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요구했다. 아직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곳임으로 사진에 조심해야 한다. 해양경찰은 바다 쪽이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잠시 대서양의 풍경을 휴대폰에 담았다.


 식사를 할 겸 시내 중심의 레스토랑에 가니 백인 커플이 있다. 커플에게 말을 거니 남자 이름은 클라우디오 브라질 사람으로 유엔에 근무하고 있으며, 여자는 클라라로 포르투갈 사람으로 유니세프에 근무한다고 하다. 클라라에게 농담으로 ‘너 한국에서 되게 유명한 연예인이야.’라고 이야기 했다. 그들에게 기니비사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에서 볼거리는 서쪽의 Bandim 마켓, 그리고 대통령 기념물, 큰 교회..”


 “그게 끝?”


 섬 지역이 가볼만하며 그 외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시내자체가 포르투갈 양식이기에 그 것이 다른 곳과는 차별화 된 볼거리라 생각했다.


 커플에게 이곳 사정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사정이 좋지 못하다. 여느 아프리카 국가처럼 질병, 에이즈가 문제가 되며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한 것도 이 나라의 큰 문제라고 한다. 정치적인 혼란 때문에 군대 힘이 크다는 이야기도 아울러 해줬다.


 “그런데 내일은 여기의 큰 기념일이라 관공서가 모두 쉴거야.”


 어? 그럼 폴 할아버지 여정에 큰 차질이 생기는데..


 커플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성(Fortaleza d'amura)에 가보았다. 민간인은 출입이 금지가 되었지만 혹시나 해서 가보니 제지를 한다. 그런데 내일 아침 10시에는 출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념일이라서 그런가? 일단 접수


 오후 6시가 되니 숙소에 전기가 들어오고 와이파이가 들어온다. 신호는 약하지만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내일은 기니로 가기 위한 준비와 정보를 수집해야겠다. 그러고 비사우도 좀 더 둘러보고... 지금 아니면 언제 올지 기약이 없으니^^

 

 

1월 20일(월)


 오전에 폴에게 오늘 기니비사우 공휴일이라고 이야기 하니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몰라 함께 기니대사관으로 갔지만 영어가 유창한 경비원 이야기로는 오늘 공휴일이라 힘들 것이지만 그래도 11시쯤 다시 오라고 이야기 한다.


 폴에게 내일 오전 비행기를 뒤로 미루는 쪽으로 이야기했다. 폴은 일단 11시에 대사관에 가보고 상황을 보겠다고 한다.


 거리에는 스카우트 복장 비슷한 제복을 착용한 학생들이 가두 행진중이고 그 뒤로 고위그으로 보이는 관료들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 10시에 성(Fortaleza d'amura)으로 갔다. 어제 이야기대로 민간인들이 들어 갈 수는 있지만 경비가 삼엄해서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성안에는 오늘 기념일의 주인공의 무덤이 있도 사람들이 연이어 참배를 하고 있다.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가브리엘이라고 대답한다. 아마 기니비사우의 독립 영웅이나 국부이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성을 둘러 볼 수 있었다. Bandim 마켓에 들렀지만 국경일이라 상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일 기니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하루 기다려야 하기에 오늘은 여행 중간에 휴식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저녁 시간에 옆방의 폴을 방문했다. 폴은 노트북으로 여행기와 사진을 업데이트 하고 있었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00여개 나라를 방문했으며, 모든 여행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디자인은 폴란드어로 되어 있지만 알기 쉽게 꾸며 놓았다.


 폴에게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숙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저런 정보들을 모아 오는지? 폴은 세계 모든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목표라 앞으로의 여행계획도 다 세워 놓았다. 단 수도 위주로만 방문하기 때문에 도장만 찍고 다시 출국하는 여행도 있다. 그렇지만 이곳 서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내일은 기니비자를 받고 바로 기니로 떠나려고 한다. 이번 여행에 있어 가장 정보가 없고, 막막한 코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