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어렸을 때 보았던 마르코 폴로의 실크로드 횡단에 관한 만화영화를 보면서부터이다. 그 때부터 실크로드라는 것에 환상을 품게 되었고 어른이 되면 꼭 여행하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다.

 

 2002년 중국-티벳 여행을 시작으로 지난 11년 동안 아시아-아프리카 56개국을 여행했다.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의 실크로드 거점 도시는 물론 서아프리카 지역까지 실크로드와 관련 된 나라들을 여행했다.

 

 여행자들은 음식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나중에 먹듯이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을 훗날 가려고 남겨 놓는 것을 아껴 둔다는 표현을 쓴다. 나에게도 그렇게 아껴 둔 곳이 하나있다. 바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와 유럽이라는 대륙이다.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은 이름이 변경이 되었지만 보스포러스 해협을 두고 동양과 서양을 잇는 세계적인 교역 도시이자 최고의 요새였음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은 20일이기에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고자 동선을 짰다. 처음에는 그리스와 터키를 중심으로 둘러보려고 했지만 그리스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고, 터키-그리스 간 페리가 겨울철에는 끊기는 만큼 동선을 짜기가 힘들었다.

 

 결국 그리스는 포기하고 그만큼 발칸반도의 나라들에 치중하기로 했다. 발칸반도를 선택한 것은 유럽이기는 하지만 그 곳에 대한 여행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 오지여행가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이제 아껴두었던 이스탄불을 맛보고 발칸반도를 여행함으로써 유럽을 살짝 맛보고자 한다. 이번 여행에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번 여행도 분주히 다니고자 한다.

 

 

1월 12일(토)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를 거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이다. 입국 수속을 밟는데 아무런 서류도 작성을 하지 않고 여권만 내면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공항에서 최소한의 환전만 하고 시내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1유로당 234터키리라(앞으로 L로 표기)로 게시된 환율이 나쁘지 않아 200유로를 환전을 했다. 받은 돈을 세어보니 총 468L이 되어야 하는데 20L라 빈다. 명세표를 보니 4%를 세금으로 뗀다고 표기되어 있다. 4%면 20L.. 1L가 우리 돈으로 600원정도 하니까 앉아서 12,000원이 날라 간 셈이다. 미리 이야기 들은 대로 공항에서 최소한의 환전만하고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에서 했어야 했는데..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이스탄불에서 환전할 분이 있다면 절대 공항에서는 최소한의 돈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환율이 가장 좋은 시내의 그랜드바자르에서 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스탄불은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이기는 하지만 한번 돌아오는 코스임으로 여행초기에는 장거리 여행 위주로 진도를 쭉 빼기로 했다. 오늘 바로 카파도키아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카파도키아 버스는 저녁 시간에 있음으로 이스탄불 시내로 들어가 터키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맛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메트로 전철(3L)을 타고 Zeytinbumu에서 트램(지상의 경전철 3L)으로 갈아 타고 쉽게 시내에 들어올 수 있다.

 

 시내에 들어서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Beyazit역에서 내려 그랜드바자르로 들어갔다. 그랜드 바자르의 정식 명칭은 카팔드 차르쉬이고 지붕이 있는 시장이다. 동서교역의 가장 적합한 곳에 위치한 이스탄불에서 수백년 전부터 핵심적인 교역이 이뤄진 곳이다. 1453년 이스탄불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의 마호메드 2세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교역을 할 수 있도록 지붕이 있는 바자르를 만든 것이 세월의 흐름 속에 확장을 지속하여 지금의 그랜드바자르가 탄생했다.

 

 그랜드바자르는 약 4400여개 상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가 의류를 파는 구역부터 귀금속 구역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바자르 건물 자체도 역사적으로 볼거리가 되지만 형형색색의 기념품과 귀금속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가이드북에는 3일 동안 그랜드 바자르만 구경하는 여행자도 있다고 하지만 쇼핑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닥..

 

 그랜드바자르 주변의 유적지를 둘러보려고 했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배낭과 옷이 많이 젖었다. 비가 이렇게 올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는 버스와 국내선 비행기로 고민을 했는데 조금이라도 이스탄불을 보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버스를 타기로 했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이스탄불을 둘러보는 것이 무산이 된 셈이다.

 

 시내에서 떨어진 버스터미널은 공항쪽으로 트램을 타고 가서 공항 방향 전철로 갈아탔던 Zeytinbumu역에서 환승한 후 반대편 방향 Otogar역으로 가면 된다. 버스터미널은 터키 최대 도시답게 규모가 어마어마하며 각종 버스회사 사무실이 운집해 있다. 터키의 버스표는 우리나라처럼 매표소에서 일률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마다 다른 조건 다른 가격이기 때문에 몇 개 회사를 비교해가면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나중에 이용할거지만 이스탄불에서 마케도니아 스코페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두 회사가 있는데 매일 오후 7시에 출발하며 가격은 40유로이다. 스코페 이외에도 그리스, 불가리아로 가는 국제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카파도키아의 괴뢰메까지 가는 버스 가격이 55~65L이며 출발 시간대는 오후 9시 30분에서 10시 30분 사이, 시간은 11시간 정도 걸린다. 한 회사에서는 학생 할인을 해준다며(학생이 아닌데?) 50L까지 부른다. 이 회사에서 표를 끊으니 2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대기실에서 젖은 옷과 양말을 말리면서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웠다. 대기실에서는 직원 한명이 있어 차를 대접해 준다.

 

 오후 9시 30분 정확한 시각에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에 탄 인원은 좌석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출발하고 20분이 되었을 즈음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는데 야간 조명에 비친 모스크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이스탄불은 만나기 직전 또 다시 헤어진 연인처럼 아련히 멀어져만 간다. 며칠만 기다려.. 다시 돌아 올 테니~

 

 여행 첫날밤은 야간 버스에서 보내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