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토)

 밤새 달리는 버스에서 가장 고역은 화장실이다. 10시간을 달리면서 정차는 3번 했는데 특히 마지막 휴게소에 들릴 때까지는 고통의 시간이다.

 

 화장실의 시설을 깨끗하지만 요금을 1L를 받는다. 화장실 이용 한번 하고 600원씩이나 받다니.. 앞으로 여행하면서 가장 불만 중에 하나가 된다.

 

 오전 3시 30분에 앙카라에 도착했고 아침까지 달린 끝에 오전 8시 30분 카이세리(Kayseri)에 도착했다. 이곳은 목적했던 괴뢰뫼(Goreme)가 아닌데.. 버스 기사는 곧장 나를 안내해 네브쉐히르(Nevsehir)행 버스를 타게 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버스는 괴뢰메 북쪽의 아와노스라는 도시에 내려주었다. 여기서 버스(2.5L)를 타고 괴뢰메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20분이다.

 

 괴뢰메는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에 하나로 절벽과 버섯처럼 생긴 바위 안에 집을 짓고 사람이 살고 있다. 이것을 동굴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관광 상품화 하여 유명해진 도시이다. 버섯과 같은 기암괴석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며 눈이 쌓여서 황토 바위로 하얀 눈이 조화를 이룬다.

 

 처음 목적을 한 숙소를 찾아갔지만 겨울철 비수기라 공사 중이다. 다른 숙소를 찾으려고 할 때 문득 꼭 며칠 머물면서 여행을 해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여행을 했다는 것은 많은 풍경을 보고 느꼈다는 것도 되지만 특별한 풍경을 보고도 처음 여행 했던 감흥은 오지 않는다. 여행의 권태기가 온 것일 수도 있겠다.

 

 이곳에서는 다들 2~3일씩 머물면서 투어를 하고 열기구를 탄다고 하는데 남들 한다고 느낌이 없는 상태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열기구는 110유로라고 하기에 더더욱 관심이 가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묵게 되면 내일 밤에 떠나야 하는데 그러기보다는 오늘 최대한 카파도키아의 볼거리를 본 다음 야간버스로 파묵칼레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여행은 총 20일 여행인데 발칸반도까지 여행하기 위한 귀중한 하루를 벌게 된 셈이다.

 

 터키의 거의 모든 도시는 오토가르(Otogar)가 있는데 버스와 미니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터미널이다. 오토가르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편은 오후 7시와 8시에 있다.

 

 버스편을 확인하고 둘러볼 곳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 괴뢰메 부근의 괴뢰메 야외박물관, 두 번째는 이곳의 지하도시인 데린쿠유와 카이막클리를 보고 마지막으로 괴뢰메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을 보기로 했다.

 

 괴뢰메 야외박물관(Goreme Open-Air Museum)은 세계문화유산 중에 하나로 카파도키아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비잔틴 수도원에서 시작해 5~12세기에 걸쳐 박해를 피해 온 기독교도들이 만든 30여개의 석굴 교회가 모여 있다. 암벽을 깎아 만든 동굴 교회, 예배당, 수도원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는 6000만년 전 융기한 타우로스 산맥과 화산인 에르지예스(Erciyes)산 오랜 세월 침식이 진행되면서 지금과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기원전 1800~1200년 히타이트인들이 카파도키아에 정착 했으며 로마의 지배를 받고 셀주크투르크와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예속되었다가 지금의 터키로 귀속이 되었다.

 

 이곳은 과거 기독교인들이 로마를 시작으로 이후 이슬람교도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 숨어 지내면서 지하도시를 건설하여 생활하였다. 그 때 형성된 지하도시는 카파도키아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괴뢰메 야외박물관은 시내에서 1Km 떨어져 있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입장료 15L(9,000원)을 내고 입장을 하고 바로 성바실교회(Basil Killse)를 관람했다. 생각 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벽화가 인상적이다.

 

 다음은 엘만트 칼리세(Elmah Killse)로 가니 4개의 기둥으로 돔이 지탱되고 있으며 벽에는 붉은색을 사용해 묘사한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십자가 이외에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엘만트 칼리세에서 웅장한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나와 거의 동시에 입장한 터키 관광객들이 나에게 말을 걸더니 흥미롭다는 듯 나를 계속 쫓아온다. 20명이 나를 따라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사람들이 가지 않는 외딴 동굴에 들어가니 그곳까지 따라 온다. 뭐 나름 관심의 표현이겠지..

 

 성 바바라 예배당(Azize Barbara Sapeli)은 기하학적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우상 숭배가 금지 된 8세기에 제작해서 그럴 것이라고 추정한다.

 

 뱀교회라고 불리는 이을라늘르 킬리세(Yilanh Killse)는 천장을 말을 타고 용을 퇴치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이 용이 뱀으로 잘못 알려져 뱀 교회라고 불리게 되었다. 교회에서 좀 더 올라가면 화덕과 돌을 깎아 만든 거대한 식탁을 볼 수가 있다.

 

 다음은 여기의 하이라이트 카라늘르크 킬리세(Karanhk Killise)는 어둠교회라고 불리며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이다. 유적 보존을 관람객에게 8L의 입장료를 더 받는다. 창문이 하나 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아름답고 선명한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 있다.

 

 관람을 하면서 한국 단체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터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일까? 한국인 관람객이 줄서다시피 다니고 있다. 여행하면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하도 많으니 인사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아무말 안하고 돌아다녔다.

 

 카라늘르크 킬리세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중간에 성 캐서린 예배당(Azize Katarina Sapeli)과 차를클르 킬리세를 거쳐 입구로 내려왔다.

 

 다시 괴뢰메로 돌아와 데린쿠유(Derinkuyu)로 가기 위해 네브세히로 버스(2.5L)를 타 네브세히르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50분~ 니으데(Nigde)행 버스(5L)를 타면 중간에 데린쿠유에서 내릴 수 있다. 버스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내려놓은 배낭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움직일 수가 없어 걱정되기는 했지만 버스에 타면서 청년 한명과 친해져서 그 친구가 내 배낭을 봐주었다.

 

 데린쿠유(입장료 15L)는 깊이 85m, 지하 7층, 수용인원은 5,000명이 되는 거대한 지하도시이다. 1m 남짓한 수직으로 된 구머잉 지하 구조를 관통하고 있고 그 구멍을 통해 모든 층에서 물을 공급 받거나 공기가 통하는 통기구 역할을 했다. 관람을 하는데 앞의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결국 다른 쪽을 통해서 반대방향으로 관람을 했다. 깊은 지하도시를 지탱해 준 많은 공기구멍들과 예배를 보던 큰 방이 인상 깊었다.

 

 카이막클로 지하도시도 비슷한 풍경이겠지? 시간이 촉박해 지하도시는 데린쿠유를 보는 것으로 끝냈다. 데린쿠유 오토가르로 가니 한 청년이 3시에 버스가 있다며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짜이 한잔을 대접해 준다.

 

 아까와 반대의 과정을 거쳐 괴뢰메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30분이다. 도착하자마자 파묵칼레 부근의 도시인 데니즐리행 버스를 알아보았다. 두 대가 있는데 오후 7시 30분 출발 45L와 오후 8시 30분에 출발하는 55L 버스가 있다. 당연히 전자를 선택.

 

 아직 날이 밝아 괴뢰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모스크를 지나 바로 왼편으로 쭉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니 시내와 주변 풍광이 한눈에 다 보인다. 이곳에 와서 가장 멋진 경치이다. 의외로 이곳에는 단체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고요한 괴뢰메 도시를 감상하고 사진에 담았다. 내려와서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항아리케밥(21L)을 시켰는데 항아리 안에 있는 요리가 익으면 보는 앞에서 망치로 항아리를 깨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버스회사 사무실에서 보냈다. 난로에 신발과 젖은 양말을 말렸으며 카메라와 휴대폰을 충전했다. 어제 오늘 버스회사 사무실을 꽤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사무실에 있으니 일본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모인다. 그 중에 한국인 부부를 만날 수 있었는데 9일 동안 터키를 여행하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깝다고 이야기 한다. 하루하루가 무척 소중할거라고 이야기 하니 자신보다 더한 분은 불과 5일 동안 터키를 여행하는데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싼 국적기를 이용했으며 모든 이동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비행기로만 하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누구에게는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하루지만 누구에게는 그 하루가 40~50만원의 가치를 뛰어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를 어떤 가치를 두고 지내는지가 사람에 따라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7시 15분 세르비스가 관광객을 태웠다. 세르비스는 버스회사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으로 장거리 버스까지 직접 데려다주는 셔틀 역할을 한다.

 

 네브세히르 오토가르에서 오후 8시가 좀 넘어서 출발했다. 벌써 3일째 침대에서 잠을 자지 못한 상태다. 아무리 초반부터 진도를 뺀다지만 아무래도 피곤이 엄습 했다. 내일은 반드시 숙소를 잡아 휴식을 취해야지.. 카파도키아의 짧은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