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월)

 

 파묵칼레는 터키가 자랑하는 유적지 중에 하나로 오랜 세월 온천수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석회봉과 그 위의 하이에라폴리스가 유명한 관광지이다. 특히 석회봉은 터키의 관광 엽서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장소이다.

 

 오전 4시반 밤버스가 데니즐리에 도착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세르비스가 외진 곳에서 우리를 파묵칼레 버스회사 앞으로 데려다 주었다.

파묵칼레로 가는 세르비스에는 한국인 5명이 타고 있었는데 직원은 투어를 이용하라며 70L에 파무칼레를 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택시가 없기 때문에 예약한 숙소에는 15L에 데려다 준다고 말한다.

같이 탔던 대학생 2명은 각기 15L를 내고 호텔로 갔고 나와 어제 사무실에서 만난 젊은 부부만 사무실 앞에 내렸다. 부부는 예약 한 호텔에서 파묵칼레 근처 호텔에 짐을 맡기고 파묵칼레를 관람한 후 호텔

로 오라고 했다고 한다.

 

 밤이라 호텔 이정표를 보며 같이 호텔을 찾았다. 호텔 직원은 짐은 여기에다 두고 잠시 나간다며 시설은 알아서 이용하라고 말한다. 덕분에 아무 관련 없는 나 역시 짐을 맡길 수 있었다.

 

 잠시 나간 직원은 한국인 여행자를 한명 더 데리고 온다. 부산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는 분으로 어서 이집트로 가고 싶다며 터키에 싫증난다고 이야기 하신다. 5일 동안 터키 여행이 소중한 분이 있는 반면 이렇게 터키 여행에 질려하는 분이 있다. 아마 여행을 하면서 많이 지친듯하다. 호텔에서는 10L를 내면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오전 7시 여행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아침식사를 했다.

 

 오전 8시 30분 호텔에 짐을 맡긴 채 홀가분하게 파묵칼레 탐방에 나섰다. 마을에서 언덕 위를 올라가니 거대한 석회봉이 나를 맞이한다.

 

 석회봉(Travertines) 입구는 세 개가 있는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입구 두 개와 석회봉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입구 하나가 있다. 입장료(20L)를 내고 석회봉 지역으로 들어가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표지가 보인다.

 

 책과 신발을 동시에 들고 다녀야 하나? 다행히 쓰레기통 주변에 봉지가 보여 하나를 주워 신발과 책을 담았다.

 

 석회봉에 발을 내딛으니 꽤 차가운 느낌이 든다. 참고 슬슬 500m 석회봉은 구간을 걸어 올라가니 위로 갈수록 물이 따뜻해진다.

 

 석회봉을 올라갈수록 아름다운 햐얀 석회암 연못들이 눈부시게 나를 맞이해 준다. 여기와 비슷한 지형이 하나 있는데 중국 운남성의 백수대이다. 그게 벌서 10년 되었다니..

 

 500m를 걸어 석회봉을 다 올라가고 나니 하이엘라폴리스가 나온다. 기원전 190년 페르가뭄의 국왕 에우메네스 2세가 세운 하이에라폴리스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번영했다가 1세기 초에 대지진을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가 2~3세기에 다시 황금기를 맞아 번영을 하여 지금 남아 있는 유적은 그 시기에 지어진 유적들이 많다.

 

 먼저 아폴로신전(Temple of Apollo)에 가니 한창 복원이 진행중이다. 이곳은 아폴론을 못니 신전으로 플루토니온(플루토늄)이라고 불리는 유독가스를 분출하는 샘이 저승(플루톤)으로 통하고 있다고 해서 그 위에 세워졌다.

 

 핵폭탄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연료는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야 하는데 그 플루토늄이 그리스 신화에서 따 왔음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샘은 치명적인 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사제가 작은 동물이나 새들을 던져놓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신의 강력한 힘을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미량의 가스가 나온다고 한다.

 

 아폴론 신전을 돌아볼 때 석회봉 방향에서 4명의 한국 관광객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왜 뛰는지 물어보니 단체 관광객으로 자유롭게 둘러 볼 시간이 별로 주지 않아 뛰어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이야기 한다. 한 팀이지만 개개인의 관심사가 여럿일 수밖에 없는 단체팀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아폴론 시전에서 사진을 찍고 곧장 로마 극장으로 뛰어간다.

 

 신전 바로 옆의 로마극장(Roman theatre)은 12,000명을 수용하는 대 극장이다. 하드리아누스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두 황제 시대에 걸쳐 건설이 되었다. 복원이 잘 된 원형 극장 중에 하나로 무대와 Vip석이 잘 드러나 있다. 특이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회봉과 하이에폴리스 전경이 눈이 쌓은 거대한 설산과 어울러져 멋진 풍광이다. 파묵칼레는 석회암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이 더 볼만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극장에서 성필립의 순교자 기념성당(Mar-tyrium of St Philip the Apostle)은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보여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갈데는 가봐야지.. 오솔길을 걸어 성필립의 순교자 기념 성당에 다다랐다. 이곳은 크리스트교의 12사도 중 한명인 필립보가 순교한 곳으로서 5세기 초 무렵에 이를 기념하는 교회가 지어졌다. 특히 8개의 개별 예배당 아치가 원형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언덕 위에 있어 파묵칼레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까지 다른 관람개잉 한명도 오지 않는다.

 

 이곳에서 산비탈을 넘어 가니 작은 원형극장 흔적이 나타나는데 그리스 극장(Hellenistic theatre)의 흔적이다. 이곳의 돌들은 로마 극장을 쓰는데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고라 광장은 지금껏 발견된 것 중에 가장 큰 광장으로 손꼽힌다. 이오니아식 기둥이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로티누스거리(Frontinus Stret)는 한 때 도시의 남북 상업의 축이었으며 로마 목욕탕, 화장실을 비롯해 도미티아누스 아치(Arch of Domitian)유적이 있다. 이곳을 걷다보니 로마시대 거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묵칼레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고 처음 왔었던 길로 석회봉 지역을 지나려고 하니 서양 여행객 두명이 옷을 벗고 석회봉 온천에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허락해준다.

 

 파묵칼레 관람을 마치니 오전 11시 30분이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셀축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는데 삐끼가 25L에 셀축으로 가는 표 포함 데니즐리 오토가르에 데려다준다고 한다. 론니에 보니 20L인데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삐끼가 소개해 준 운전사의 차를 탔다.

 

 옆자리에는 호수인 할머니가 탔는데 이곳에서 3개월 동안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많은 동양 제자들을 만는데 나보고 일본 사람 같다고 이야기 한다. 여행하면서 일본 사람 같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은 적이 없는데..

 

 오토가르에서 버스를 발권을 하니 아까 낸 25L에서 3L를 거슬러 준다. 어? 왜 3L를 돌려주는 거지? 어쨌든 총 22L로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로 왔으며 셀축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셀축으로 가는 버스안에서는 내내 잠이 들었다. 3일 동안 누워서 잠을 안 잔 상태라 당연지사..

 

 셀축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잡았다. 론니에 나와 있는 와디다르(Vardar) 펜션을 찾아 체크인 했다. 하루에 25L(15,000원) 와이파이가 되기에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편하게 숙면에 들어가며 분주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