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화)

 

 일어나자마자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해보았다. 오늘 에페수스 유적을 둘러 본 후 페르가몬과 다른 도시들을 둘러 볼 건지 아니면 곧장 이스탄불로 들어갈지에 대해 고민했다.

다른 도시보다는 이스탄불을 더 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즈미르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해 보았다.

 

 터키는 저가항공이 활성화 되어 있는데 당일 예약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모션 가격이 남아 있다. 아마 비수기라서 가능하지 싶다. 터키 항공 이즈미르-이스탄불 구간이 84L(50,400원)이며 신용카드를 이용해 예약을 했다. 인터넷으로 자리 지정도 할 수 있어서 더욱 편리했다.

 

 오전 9시 30분 숙소에 짐을 맡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의 미션은 에페소스 유적을 보는 것이다.

 

 에페수스는 성경에 에베소서로 알려진 곳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유적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며 로마 시대 때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25만 명이 살았다. 이곳 사람들은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해 신전을 만들었는데 고대 7대 불가사의에 꼽힐 만큼 큰 규모였다. 150년 동안 발굴과 복원 작업을 하고 있지만 드러난 부분은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에페수스의 건립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 경 이오니아를 다스리던 안드로클루스는 북방의 도리아인의 침입으로 고민하던 끝에 자신들의 백성들을 이끌고 새 왕국을 건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델포이 신전을 찾아 새 정착지로 적합한 곳을 신탁 받으니 신전에서는 ‘물고기, 불 그리고 돼지.’ 이 세 가지가 도시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계시를 받았다.

 

 안드로클루스는 그리스 땅을 떠나 에게 해를 건넌 후 이곳에 도착을 했다. 해안에 도착해 갓 잡은 물고기를 익히기 시작했는데 아직 물고기가 살아 있는 바람에 그릇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숯불을 뒤엎었다. 이 때문에 근처 숲에 불이 나면서 멧돼지가 도망쳤으며 안드로클루스가 쫓아가 멧돼지를 잡은 지점이 훗날 에페수스가 되었다.

 

 기원전 600년경에는 에페수스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항구에서의 상거래로 큰 부를 쌓았다. 이를 시기하던 리디아(LIDIA)왕 크로이소스가 도시를 공격해왔으며 결국 에페수스는 그에 의해 파괴가 되고 신전 남쪽의 내륙 지대로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었다. 훗날 페르시아인들에게도 lwqo를 받게 된다.

 

 기원전 356년 헤로스트라투스라는 인물이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명예욕에 오랜 세월을 지탱해 온 신전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남대문 방화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뭐.. 결론적으로 이름은 꽤 오래 남는데 성공하기는 했네..

 

 에페수스인들이 새 신전을 건설하공 있을 때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334년에 이곳에 도착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공사비용을 댈 테니 자신의 이름으로 신전을 헌정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절대 권력자 앞에서 거절할 수 없어 고민이던 에페수스인들은 ‘신이 다른 신에게 신전을 바친다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며 재치 있는 대답으로 빗겨갔다.

 

 알렉산더 대왕 사후 이곳은 그의 부하였던 리시마코스의 지배를 받게 된다. 에페수스 항구에 쓰레기와 침전물이 쌓여 더 이상 항구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자 언덕 지대에 전략적 요충지를 두어 백성들을 이주시킨다. 이곳에 오늘의 에페수스 유적 자리이다.

 

 항구는 침전물이 쌓여갔고 결국에는 개펄과 늪지로 변하면서 말라리아가 창귈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도시의 쇠락으로 연결이 되었다. 결국 서서히 잊혀진 도시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셀축 오토가르에서 에페소스 유적지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꼴로 있다. 10시 15분(2.5L) 버스를 타고 에페소스 유적지에 내려준다. 유적 티켓을 구입하고 바로 입장을 했다.

 

 유적지는 총 4개의 거리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장 먼저 하버 거리(Harbour Street) 들어서니 아직 발굴과 복원이 덜 된 모습이었다. 가장 큰 거리이기도 하며 전성기에는 거리 밑으로 상하수도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넓은 길을 걷고 싶었지만 아직 복원중이라 관광객들의 입장이 금지되어 있었다.

 

 거리를 벗어나자마자 대극장이 나온다. 이곳은 로마인들이 지은 것으로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극장의 상층부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변 풍광이 한눈에 보인다.

 

 마블 거리(Marble)는 석기둥이 도열해 있는 가운데를 지나가게 된다. 도중에 고대인의 낙서를 볼 수 있다. 알 수 없는 문양의 낙서인데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사진에 담는다. 낙서도 세월이 지나면 관광 아이템이 된다.

 

 에페수스의 하이라이트는 켈수스 도서관이다. 티베리우스가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이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무려 12,000권의 책이 소장되었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서관이다.

 

 건물 앞면이 온전히 남아있는데 아르테(Arete 덕망), 에노이아(Ennoia 지능), 에피스테메(Episteme 지식), 소피아(Sophia 지혜) 네가지 미덕을 상징하는 석상이 서 있다. 석상 하나하나가 정교한 조각으로 세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다. 단지 석상들의 진품은 오스트리아에 있어 여기 있는 것은 복제품인 것이 아쉽다.

 

 도서관을 지나 쿠레테스(Curetes) 거리에 들어서가 가장 먼저 남자화장실과 유곽이 눈에 띈다. 이 거리에 들어서자 워낙 많은 한국 단체 팀이 있기에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워낙 한국 관광객이 많아 다양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이곳은 항구 도시라서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고자 이곳 유곽을 찾았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었고 거기에 종사하는 여성은 학식을 갖추었으며 아무 상대할 남자를 골랐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사람들이 친분을 나누는 것 중에 하나로 대변을 보면서 서로 이야기 하며 사교활동을 하는 것이 유행했다. 부유층과 같은 경우는 지정석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 가이드의 로마 멸망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로마 멸망에 관해 학자들은 가난하거나 식량이 없어서 멸망한 것이 아니라 목욕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목욕 문화는 쾌락을 요구하는 퇴폐문화로 이어졌으며 그것이 로마멸망의 큰 원인이 되었다. 그러면서 현재 목욕 문화가 가장 발달 한 곳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가이드 말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드리아누스 신전은 에페수스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곳이다. 신전의 정교한 세부 장식이 눈길을 끈다. 행운의 여신 티케아 여신과 메두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문을 지나면 말을 탄 남자가 멧돼지를 쫓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도시의 설립 일화와 관계가 있다.

 

 건너편의 테라스식 주택 구역은 15L 입장료를 더 내야 하기에 그대로 패스했다.

 

 메미우스 기념탑과 저수조를 끝으로 상층부로 들어섰다. 메미우스 기념탑은 당시 부유층이 세운 기념물중에 하나이다.

 

 도미티아누스 신전은 많이 파괴가 되어 있었다. 주인공인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아주 잔혹한 지배자로 기독교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조카를 처형시켰다. 결국 그의 사망 후 신전은 파괴되어 버렸다.

상층부에서 시청과 아스클레피온(병원)을 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도시의 현안에 대해 논의 했던 5,000석 규모의 오데온(극장)을 둘러봄으로서 에페수스 관람을 끝냈다. 가이드북을 보며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그런지 시간이 꽤 흘렀다.

 

 입구로 가 셀축으로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니 2분 뒤에 온다고 하며 다음 버스는 1시간 넘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2분 있다가 버스가 왔다.

 

 에페수스 유적지에서 출토 된 유물로 유명한 에페수스 박물관을 찾으니 공사중이라며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부근의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갔다.

 

 이곳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이로 꼽힐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지만 지금은 기둥 하나와 그 흔적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제 셀축에서의 관람은 종료.. 이제 이스탄불로~

 

 숙소에서 짐을 챙겨 바로 옆의 오토가르에서 이즈미르로 가는 버스(9L)를 탔다. 기사에게 공항으로 간다고 이야기 하니 50분 정도를 달려 공항 근처에서 내려준다.

 

 여기서 공항까지 2km 떨어져 있는데 그냥 배낭을 메고 공항으로 가려고 하니 한 청년이 같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자고 한다. 갈림길에 대기한 택시 기사가 10L를 내야 한다고 해서 각기 5L씩 냈다. 택시를 타고 가 본 결과 그냥 걸어가도 될 듯하다. 2Km 보다는 짧은 거리였다.

 

 터키 항공 부스에서 발권을 하려고 하는데 아침에 예약을 하는 바람에 E-Tikct을 프린트 하지 못했지만 티켓 번호와 휴대폰 스케줄을 보여주니 OK~ 어렵지 않아요^^

 

 공항 안의 버거킹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 먹었는데 사먹을 때 빅사이즈를 시키니 정말 양이 많이 나온다. 사이즈가 우리나라의 2배는 될 듯 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오후 6시 출발해 1시간도 안 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 지하철과 트램을 이용해서 술탄 아흐메드역으로 왔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멋진 블루 모스크가 눈에 띈다. 조명에 비친 모스크의 색깔이 정말 파랗게 보이는데 그 위로는 많은 새들이 날고 있어 웅장함을 느끼게 해준다.

 

 숙소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동양 호텔로 갔는데 도미토리는 자리가 없다며 싱글룸(45유로)를 권한다. 일단 론니에 있는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몇몇 숙소를 들른 끝에 AGORA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여장을 풀었다. 14유로로에 괜찮은 아침 식사가 나오며 이곳의 옥상에는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러스 해협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24시간 샤워를 할 수 있다.

 

 도미토리에는 한국 여성 여행자 2명과 미국인 청년 한명이 같이 묵고 있었는데 터키 여행 이야기를 하며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이 숙소에 묵는 여행자는 총 8명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푹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