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일)

숙소에 모기가 모기장 덕분에 많이 물리지는 않았다. 모기장을 뚫고 들어 온 대단한 모기가 있어 신경 쓰이기는 했다.

일어나니 선풍기가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어제 잠깐 인사를 나눴던 서양여행자가 일어나자마자 선풍기를 나에게 돌려 더위를 식히게 해준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고마운 배려다.

1층 로비에 서양여행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하며 그중에서도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한국에 와 본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니 캘리포니아에 살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많이 접한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을 여행하면 어떤 것이 좋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DMZ에 가면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라고 대답했다. DMZ는 분단 상황인 우리나라의 불행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외국 여행자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침 식사를 하러 시내에서 가장 큰 마켓에 가니 아침이라 먹거리는 팔고 있지 않는다. 우유와 치약, 수건을 사서 계산대에 가니 동양인 점원이 계산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중국인인 듯. 젊은 점원은 한국인인지 물어본다. 어떻게 한 번에 알아봤지? 주인인 나이든 중국 아저씨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온다.

‘취판 요마?(식사 하는데 있나요?)' 중국어로 말을 거니 근처 레스토랑이 있다며 길을 가리켜 준다. 가리켜 준 레스토랑으로 가니 아직 개시를 안 했다. 다행히 어제 봐 둔 빵집이 문을 열었다.

빵집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어제 나를 봤다며 반가워한다. 나한테 자기 기억 안 나는지 물어본다. 어제 함께 맥주를 마신 6명의 청년 중 한명이다. 솔직히 아프리카 청년은 비슷한 얼굴형에 비슷한 머리스타일이라 구분하기 힘들다.. 미안

햄버거와 빵, 주스를 사서 가게에서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문제없다며 먹고 가라고 한다. 덕분에 편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시내 중심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곳에 토포까지 가는 버스편이 있다. 토포까지 가는 버스에 가니 청년 한명이 어제 나를 봤다며 배낭을 친절히 버스에 실어준다. 청년은 버스 보조원이다. 유독 어제 맥주를 마신 청년들과 인연이 많다.

해변지역임에도 사막 못지않게 수분을 많이 섭취한다. 우유 500ml, 주스 500ml를 마셨는데도 갈증이 났다. 토포까지는 22km 떨어져 있지만 중간에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과정에서 1시간 정도 걸려 토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물한병을 사 벌컥벌컥 마셨다. 꼬마애가 다가와 숙소인 파티마까지 안내해 준다는데 정중히 거절하고 숙소를 찾았다.

다행히 파티마(Fatima's Nest)는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숙소에 들어가 도미토리에 체크인(Mtc500)을 하고 숙소에 인접한 해변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인도양과 어울려 2~3킬로는 이어진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다. 숙소에서는 해변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음료와 음식은 비싼편이다.

마침 전기가 들어오는 테이블이 있기에 노트북을 펼치고 밀린 여행기를 썼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 여행기가 밀렸는데 빨리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밀려왔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여행기를 쓰는 것이다. 평소에는 글 쓰는 것에 게으른데 이상하게 여행 할 때에는 여행기 쓰는 것을 챙기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여행이 기록에 남았으며 지금은 나의 가장 큰 보물이 되었다. 중간에 치킨과 밥을 시켜 먹었는데 꽤 먹을 만 했다.

토포에서는 고래상어를 보는 스노쿨링이 활동이 유명하다. 풋 스노쿨링~ 물 위에 떠서 뭘 볼 것인가? 직접 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이때는 대비해서 스쿠버 자격증을 챙겨왔다.

토포에는 파티마숙소 인근을 비롯해 스쿠버를 할 수 있는 샵이 5개 정도 있다. 가격은 대략 다이빙 한번에 Mtc2000선이다. 숙소에서 다이빙을 컨택을 하는데 다이빙 한지 1년 반이 지났다고 수영장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숙소를 통한 다이빙은 패스~
토포 마을을 돌아보며 다이빙을 알아봐 Tofo 스쿠버 다이빙 �을 컨택했다. 백인 매니저는 내일 12시까지 오라고 말한다. 마을을 돌아보며 Bambozi Beach Lodge를 들렸는데 시설이 파티마보다 훨씬 좋고 숙박객이 적어 조용한 편이다. 도미토리 가격도 Mtc511로 파티마와 큰 차이가 없다. 마을과 2Km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더 좋은 조건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에 집을 푸는 건데.. 내일 이곳에 올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니 직원 ‘See Tomorrow... Maybe'라고 재치 있게 대답한다.

숙소에 돌아오니 흑인 청년이 반갑게 말을 건다. 이름은 파카미나 이고 남아공 더반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그는 숙소의 백인 여성들과 꽤 친해진 모양이다. 나에게도 몇 명 소개를 해준다. 발랄한 백인 여성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파카미나는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잘 띄우는데 백인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싶은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하자 옆의 백인 여성이 흑인이라서 거절당했다며 파카미나를 놀린다.

유쾌하게 대화를 하면서도 이 흑인 청년에게 꽤 미안해진다.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아닐까? 우리 스스로가 미국, 유럽 사람들에게는 호의적이고 친절한 반면, 우리보다 못산다는 이유로 동남아 사람들을 홀대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영어 보조강사가 거의 백인이라 유색인종은 찾기 힘든 현실이다. 우리 옆 학교(태장초등학교)에 테렌스라는 흑인 영어 강사가 있다. 이 친구는 우리 학교에도 한 학기 수업을 했는데 학교에 올 때 항상 가방 한가득 교구를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부 영어 학원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구하기 힘들어 영어권 아닌 사람들에게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를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생이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면 확실히 효과기 있는 현실에서 영어를 아이들에게 얼마나 잘 가르칠지를 걸러내는 시스템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밤 8시가 되어 마을로 나가 토포에서 유명한 랍스타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랍스타 6마리에 80랜드(136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잔뜩 기대한 나로서는 실망스럽다. 대신 닭 꼬치 3개와 맥주 한 캔을 사서 먹었다.

이곳은 조수간만차가 있어 하루에 두 번 밀물, 썰물이 반복 된다. 파티마 숙소의 편안 의자에 앉아 저녁의 썰물을 감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