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남아프리카 9개국 여행을 끝으로 아프리카를 총 20개국을 여행했다. 새로운 곳의 경험을 위해 아프리카 여행은 당분간은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이번 겨울을 대비해 요르단 암만에서 입국하여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국하는 귀국 편을 예약 해 놓았다.

그러나 중동 민주화 시위 여파로 시리아가 여행 금지 국가가 됨으로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원래 계획은 요르단-시리아-터키로 육로로 가려는 길이 완전히 막혔다.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이스라엘을 거쳐 배를 타고 사이프러스로 가는 길을 고민해봤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즈음 학교 전자문서에 공문하나가 눈에 띈다. 글로벌 녹색성장교육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교사 연구회를 모집하는 공문으로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을 교사가 직접 방문해 보고서를 쓰고 학생들에게 지도할 내용을 제작하는 연구회에게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10팀이다. 대단한 경쟁률이 예상되면서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지역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 자연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프리카 지역을 선택했다. 이곳은 환경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거나 극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차드 호수이다. 차드 호수는 차드, 니제르, 카메룬, 나이지리아에 걸쳐 있는 아프리카에서 6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지구온난화 영향과 사막화로 인해 호수의 85%가 사라졌으며 20년 후에는 호수가 완전히 사라진다. 때문에 수천만의 사람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 부근을 직접 탐사해 본 경험이 있기에 그걸 살려 탐사해보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킬리만자로이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산으로 정상 부근에는 만년설이 형성되어 있으나 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만년설이 녹고 있으며  만년설이 완전히 녹으면 킬리만자로에서 발원되는 7개의 강이 고갈 된다고 한다. 이 부근 사는 3000만 정도의 사람들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부근의 생태계도 파괴 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왕 조사할거면 두 군데 다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해서 아프리카 중부의 차드 호수와 동부의 킬리만자로를 돌아볼 수 있는 항공권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가능한 항공이 있었다. 바로 케냐 항공이다.

차드 수도 은자메나를 갈 때 나이로비를 들려야 하는데 나이로비에서 스톱오버를 하면 킬리만자로는 나이로비에서 6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가면 도착이 가능하다.  

같이 탐방할 교사로는 2006년 함께 몽골 사막을 탐방했던(2006 E4의 몽골 여행기 참고) 강원도 정선의 사북초등학교의 이상걸 교사와 경기도 포천의 박재용 교사와 함께하기로 했다. 둘 다 여행 경험이 풍부하며 믿음직하고 편한 후배이기도 하다. 여행기에서는 교사라는 호칭은 생략하겠다.

상걸이와 재용이에게 연락하여 교사 연구회를 구성 했고, 계획을 상세하게 세우며 수정작업을 거쳤다. 처음에는 되지도 않을 것 일단 해보기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계획서를 만들었지만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슬슬 욕심이 났다. 제출을 할 때 즈음에는 선정이 되든 안 되든 차드 호수와 킬리만자로를 탐방해야겠다는 결심으로 굳혀졌다. 앞서 말한 중동 여행은 이미 생각 밖으로 밀려났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3일 만에 이뤄졌으며 밤 새워 작성한 프로젝트 계획서를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간절한 마음을 담으며 제출했다. 우리 프로젝트의 이름은 ‘사라지는 호수’팀이다.

11월 25일 총 10팀 중 선정대상의 2배수인 20팀을 뽑는 발표가 났는데 사라지는 호수팀이 보인다. 치열한 경쟁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으며 강원도에서는 통과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2차 구두발표 심사는 12월 3일(토) 서울에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5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고 질문을 받는 것을 평가한다. 평가 당일 대기하고 있는 다른 팀들의 교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교수님들의 질문이 매우 까다롭게 세세하게 파고든다고 이야기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들이다. 지구 온난화 이론에 관한 내용보다는 어떻게 탐방을 하는지 세세하고 까다롭게 질문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안심이 되었다. 아무리 교수님들이라고 해도 나는 오지여행 전문가 아닌가? 아프리카 여행에 있어서는 어떠한 질문도 다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우리 발표 차례가 되자 긴장하고 있는 재용이와 달리 프레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만든 발표 자료로 탐방 목적과 일정에 대해 발표 했다. 교수님들은 탐방에 관한 여러 질문을 했지만 내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망설이지 않고 조리 있게 대답했다. 발표 말미에는 교수님들이 평가를 하기 보다는 오지 여행에 관한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는 인터뷰로 변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발표를 마치고 나오는 찰나 교수님들 사이에서 ‘대단한 여행가이시네요.’라는 말이 살짝 들렸다. 어느 정도 합격을 확신했다.

12월 7일 예상대로 최종합격!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아프리카가 다시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 팀의 일정은 1월 7일 차드에서 시작하지만 나는 12월31일 케냐로 먼저 가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 주변을 탐방하기로 했다. 호수 탐방을 하면서 이왕이면 주변국인 부룬디, 르완다, 우간다를 들리려고 한다. 나이로비에 도착하는 1월 1일부터 다른 일행과 차드행 비행기에서 합류하는 1월 8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1주일이다.

차드 비자가 난감했는데 차드 현지에서 NGO 활동을 하시는 분과 연락이 되어 입국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고, 케냐에서 활동하는 NGO와 연락이 되었다. 계획을 세우면서 탐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본분을 살려 차드 현지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로 했다. 이미 2003년 티베트에서 수업을 한 경험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차드호수탐방, 킬리만자로 등반, 현지 NGO 활동 조사, 현지 학교 수업 등 짧은 시간 내에 할 게 많다. 지금까지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여행을 했지만 이번에는 큰 기관에서는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책임감이 더해졌다. 우리의 조사 자료가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수행해야겠다.

부담감 때문에 걱정되고 긴장이 되나? 아니다 너무 신난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프로젝트이기에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