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금)

아침에 모래 언덕 사이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사막 여행의 보너스를 하나 더 챙겼다.

무사에게 차드의 언어에 대해 물으니 이곳에는 120개 언어가 있으며 거의 부족어이고 불어와 아랍어가 많이 쓰인다. 석유가 생산되기는 하지만 기술이 없어서 중국에서 들어와 정유 산업을 하고 있다. 이야기 도중 식사가 들어왔는데 마카로니에 닭고기 요리이다. 닭고기 소스에 마카로니를 발라 먹었는데 꽤 먹을 만 했다. 식사 때 어제 방문한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다시 와 학교를 꼭 방문해 달라고 강조한다.

우리를 재워준 선교사는 집 앞의 교회로 우릴 데리고 가더니 이곳에 번듯한 교회를 짓고 싶다고 말한다. 갈대로 엮은 교회 모습 때문에 어떻게 교회가 집보다 나쁠 수 있냐며 교회에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리와 초등학교에 가니 모하메드의 사무실로 안내한다. 모하메드는 이곳 지역의 교육을 관할하는 책임자로 교육장과 비슷한 직책이다. 모하메드의 이야기를 누군가 옆에서 메모를 하는데 서기인 줄 알았는데 리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모하메드는 사무엘과 달리 약간 권위적인 모습이다.

모하메드에게 우리가 온 목적을 설명해주니 문서를 검토하고 촬영을 허가했다. 학교의 6개 교실에 들어갔는데 교실마다 아이들이 꽉 차 있다.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할 거 같아서 인사를 하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제부터 반복 되서 그런지 좀 지친다.

교실을 둘러보고 모하메드와 면담을 하니 우리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한다. 우리는 조언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이야기 했다.

모하메드는 굿네이버스에 전해 달라는 요지는 정리해 보았다.

1. 합반이 된 상태라 교실이 좋지 않다.
2. 리와 근처 시골은 교실이 없는 곳이 있다.
3. 칠판이 부족.
4. 교과서가 부족.

탐사를 하려고 이곳에 왔는데 학교를 들리다보니 우리가 뭔가 해 주는 입장으로 변해있었다. 공수표를 날릴 수 없기에 어떻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으며 은자메나로 돌아가면 잘 전달해 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위와 같은 사항은 차드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인데 너무 외국인에게 의지하지 않나 싶다. 잘못하면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굿네이버스 지부장님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신경 써 가며 이야기 했다.

학교 옆 메디컬 센터도 방문해 달라고 해서 갔는데 시설은 열악하다. 메디컬 센터에는 간호사 1명, 보조 5명이 있는데 정식의사는 없다. 하루에 12명 정도 환자가 방문하지만 딱히 처방을 못한다고 한다. 약이 부족해 볼에서 공수할 때도 있지만 비용문제가 발생하며, 구급차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리와 중학교는 어제 오늘 교장 선생님이 들렀기 때문에 들렀다. 교실을 돌아보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데 교실마다 아이들은 쪽지에 요구사항을 적어서 시설을 개선해 달라고 이야기 한다. 난 아이들에게 외국인이 해주는 것보다 여러분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위해 베풀어주라고 이야기를 했다.

한 여자아이는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도 13~14세에 결혼을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질문한다. 아.. 이 질문은 난감했다. 아마 100년 전 조선에 들어 온 선교사도 같은 질문을 들었겠지?

그 학생에게 한국에서의 과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한국도 처음에는 여자들은 시집을 가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었지만 그런 인식은 여성들이 공부를 하고 깨면서 조금씩 변했다고 이야기 했다. 지금 당장은 현실을 변화시킬 수가 없지만 딸, 손녀 시대에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어려운 질문과 답을 무사가 잘 통역 하는 것이 용하다.    

  중학교 4개 교실을 방문하고 다시 볼로 출발했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해서 오늘 차드 호수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10분쯤 달렸을 때 차량이 고장 난 채 서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다. 아까 교실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누군가 소문을 듣고 볼(Bol)로 가는 길에 인사한다고 했는데, 이곳의 추장이다. 추장이 가는 차량이 고장 나서 우리 운전기사인 하산이 도와줬지만 워낙 오래 된 차량이라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할 수 없이 우리만 출발

길은 산길에서 제법 넓은 도로가 나왔지만 그래도 울퉁불퉁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어느새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오후 1시 30분 드디어 멀리서 호수가 보인다. 지금까지 상상 속에만 있었던 호수와의 첫 대면이다. 바로 호수로 달려가 촬영을 하고 싶었지만 여기에서도 수속을 밟아야 한다.

볼 시내에서 염소고기와 빵으로 점심 식사를 했는데 꽤 맛있게 먹었다. 항구 마을에 들어서니 한 노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무엘에게 연락을 받았다며 관공서 몇 군데를 들린다.        

수속을 다 밟고 항구에서 캠코더 촬영을 하는데 촬영을 해서 안 된다고 제지를 한다. 아직 반군들이 활동하고 이곳은 나이지리아에서 배편이 오는 곳이기에 촬영 허가가 안 된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척 하면서 30초 정도를 찍었다.

항구 옆 이민국에 불려 가니 여권을 제시하라고 한다. 여권은 아직 비자 수속 때문에 은자메나에 있는데.. 다행히 굿네이버스에서 발행해 준 문서로 무사히 풀려 나올 수 있었다.

항구 관람만 되고 촬영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항구에는 배가 여러 척 있고 나이지리아에서 건너온 물건들이 쌓여있다.    

오늘 숙소는 큰 교회에서 자게 되었다. 무사에게 내일은 이른 시각에 은자메나로 돌아가야 하기에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면 오늘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 하니 그렇게 하자라고 답한다. 교회에서 숙소를 잡은 후 중학교로 가기 위해 밖을 나서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라고 한다.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 들어서니 학교는 마침 호수변에 있었다. 내가 교실에 들려 이야기를 하면 관계자들이 나를 따라 교실로 오기에 그 동안에 호수 풍경을 재용이는 캠코더를 상걸이는 사진을 교대해가며 찍었다. 나름 임무 완수 대신 아침과 같은 연설을 더 해야 했다.

학교는 갈대와 나무로 지어져 있으며 오전에는 초등학교, 오후에는 중학교가 된다.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교과서 없이 노트 필기만 한다.

학교 탐방이 끝나고 사무엘의 집에서 잠시 쉬었다. 사무엘은 원래 집이 이곳이고 마오에는 파견을 갔다고 이야기 한다. 잠시 쉬는 동안 우리를 안내 해 준 전도사에게 차드 호수에 대해 물어보니 제법 대답을 해 준다.

어?

전도사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해 줄 수 있는지 물으니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이곳에 다녀갔을 때도 인터뷰 했다면서 허락을 한다.

캠코더를 돌린 상태에서 내가 질문을 했다. 전도사 이름은 제라쿠부 단도이며 그에게 호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Bol 시내 전체가 매년 호수 안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호수가 줄어들면서 볼(Bol)이 어떻게 호숫가의 마을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궁굼했는데 아예 호숫변으로 매년 이동을 했던 것이다.    

호수가 줄어들면서 물고기의 종류가 줄어드는 생태 파괴는 물론 좁은 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서 많은 문재를 야기하고 있다. 많은 기관에서 관심을 가져 차드호수 문제에 대해 해결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와 닿는 정책은 없다고 말한다. 한가지 다행인건 차드호를 둘러싼 나이지리아, 카메룬, 차드, 니제르는 분쟁이 없다고 한다.    

20분 정도 인터뷰를 하고 숙소인 교회로 가니 관계자들이 교회 안을 깨끗이 청소했다. 저녁식사는 닭고기와 마카로니인데 닭고기 맛이 닭도리탕과 비슷핟. 함께 식사하는 관계자들에게 휴대 고추장을 꺼내 맛을 보게 하니 무척 맵다고 한다. 우리는 오랜만에 고추장 맛을 보게 되어 감격. ㅠㅠ  

관계자들은 우리에게 한국에서는 어떻게 선생님이 되는지 궁굼해한다. 우리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한국에는 300개 정도 대학이 있다고 말했다. 차드에는 5개 정도 밖에 없다며 한국의 대학 수에 놀라는 눈치이다.

재용이에게 이곳 여자를 한명 소개해주겠다고 하니 재용이가 놀라는 눈치이다. 이곳을 여행해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기는 하지만 이곳에 살기에는 좀 열악하다.

이제 차드호 탐사의 마지막 날이다. 힘든 여정이기는 했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사람들이 참 순수하다. 누구하나 외국인이라고 돈을 요구하지 않고, 우리를 손님으로 극진히 맞아준다. 차드 호수 탐방을 하면서 쓴 돈은 첫 날 점심 식사비 4,500CFE.. 1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여행을 했다.

처음 차드 호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위성사진으로만 봤을 때에는 별 생각 없이 사람들 생활이 불편할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지만 직접 탐사를 해 보니 이건 여기 사람들 생존에 막대 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확인했다. 지구온난화는 이곳 사람들의 잘못도 아닌 선진국의 잘 못인데 피해는 순수한 이곳 사람들이 겪고 있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책임에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차드호 탐사의 마지막 밤이라 홀가분하기는 했지만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