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토)

교회 뒤편에 바가 있어서 그런지 새벽까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디스코 음악이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음악이기에 감상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커피 한잔과 빵을 곁들이며 아침 식사를 했다. 미네랄워터는 이곳에서 생산할까? 빈 물병 하나를 들고 보니 나이지리아에서 온 물병이다. 간단한 물건도 생산하기 힘든 곳이 이곳이다.

  교회에서 짐을 꾸리고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7시 50분에 출발했다. 어제 학교에 들렀기 때문에 오늘은 곧장 은자메나로 향한다.

어제 차드호수를 촬영했지만 호수의 전체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볼 시내를 통과 할 때 차드 호수를 찍으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많아 찍을 수가 없었다. 볼에서 찍다가 어제처럼 문제가 생기면 일정이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시내를 벗어나자 골짜기 사이로 작물을 재배하는 풍경이 보여 캠코더와 사진에 담았다. 돌아가는 길이라 가벼운 마음이지만 다른 이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이곳의 장면을 담으려고 애썼다.

볼에서 은고메로 가는 길은 큰길과 작은 길로 나눠져 있는데 하산은 작은길을 선택해서 간다. 왜 큰길로 안 가지?

그 답은 9시 50분 웅장한 호수가 우리 앞에 펼쳐지면서 찾았다. 하산은 우리에게 호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작은 길을 택하여 간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담고 싶었던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차드호 끝자락으로 주변에는 푸른 신록이 펼쳐지고 꽃이 피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주변 마을에는 빨래를 하는 여인,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 고기를 잡고 마을로 돌아가는 어부, 외국인이 신기해 다가오는 아이들, 언덕에는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노인.. 평화로운 풍경이다. 높은 언덕이 있어 올라가 바라보니 차드호의 주변 모습과 함께 저 너머로 황량한 사막도 보인다. 평화로운 이곳은 사막을 점점 잡아먹고 있다.

길은 차드호 주변 마을로 이어지다가 다시 큰길로 들어선다. 큰 길 주변으로는 호수가 마른 지형을 볼 수 있는데 풀 한포기 나지 않는 회색빛 땅이 보인다. 저 곳에서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마을은 줄어드는 차드호를 따라 이동을 한다.

은자메나로 돌아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았다. 간간히 나타나는 가젤, 원숭이, 몽구스와  차가 지나가도 대놓고 버티고 있는 당나귀와 수십마리 낙타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유목민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바로 19세기가 풍경이다.          

11시에 은고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마오에서 오면서 거쳤던 길로 신경 써서 찍은 것은 없다. 대신 험한 비포장도로가 우리를 맡아주었다. 그래도 지금은 돌아가는 길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오프로드를 즐겼다.

오후 1시에 마사코리에서 마오로 가는 길에 처음 식사를 했던 식당 건너편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염소고기를 빵에서 곁들여 먹는데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러니 꽤 맛있다. 무사에게 물어보니 깟다르간이라는 음식이다. 간단하게 ‘카타르 간’이라고 우리끼리 호칭을 붙였다. 원래 염소고기는 냄새가 나서 잘 먹지 않는데 어제 볼에서도 그렇고 이곳의 염소고기는 냄새를 제거해 부드럽고 담백한 느낌이다. 맛있는 나머지 두 그릇씩 먹었다.

계산을 하려고보니 운전사 하산이 지불했다. 차드호수 탐방을 하면서 한국에서 가져 온 사탕과 초콜릿을 하산과 무사와 함께 나눠 먹었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챙겨줘서 그게 고마웠나보다. 이렇게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 멤버 모두는 마음이 통했다.

마사구엣부터는 비포장도로가 끝난다.      

이제 은자메나로 돌아가는 길은 편하게 갔다. 도중에 한번 멈춰 무사와 하산이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리고 다시 출발했다.

은자메나에 가까워질수록 차량과 사람의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처음 은자메나에서는 수도치고는 작다고 느껴졌는데 사막에서 고생을 하고 나서는 대도시임을 체감할 수 있다.

오후 3시 30분 지부장님 댁에 도착했다. 10분 뒤 김효숙 교사님이 오셨다. 오늘 한동대학생들과 은자메나에서 50km 떨어진 요나스쿨에 페인트칠을 하고 오셨다. 우리도 시간이 있으면 요나스쿨을 방문해 볼 텐데. 만약 항공 스케줄이 조정되지 않으면 요나스쿨을 방문해 보리라.

지부장님이 오시고 빠르게 정산을 했다. 운전자 하산에게 잔금 100,000CFE를(200$)를 치루고 무사에게 50,000CFE(100$)를 가이드비로 줬다. 이번 여행에 있어 둘이 큰 역할을 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4일간의 차드 호수 탐방에서 우리가 쓴 돈은 거의 없다. 때문에 비상식량이 많이 남았는데 남은 비상식량 라면 15개, 김, 깻잎, 전투식량, 생수, 과자 등을 모두 지부장님에게 드렸다. 우린 2주  에 돌아가면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짐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지부장님은 우리가 차드 호수를 탐방하는 동안에 모든 서류 처리를 다 해주셨다. 여권에 비자가 나왔고(비록 내일 출국이지만..) 항공 스케줄도 18일에서 16일로 변경해 주셨다. 변경에 따른 페널티를 지불했짐나 나이로비에서 이틀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벌었다.  

숙소는 김효숙 선교사 옆집으로 잡았다. 이곳에는 프랑스 선교사가 살고 있었는데 70살이 넘는 고령에 심장병 치료차 프랑스에 계신다. 우리는 그 숙소를 청소비 5000CFE(10$)를 내고 쓰기로 했다.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흙먼지 가득한 짐을 정리하고 충전을 시켰다. 힘든 4일의 여행을 끝내고 와서 그런지 집에 돌아 온 느낌이다.

저녁은 지부장님 사모님이 비빔밥을 해주셨다. 차드에서의 비빔밥 차드호 탐사를 끝낸 직후라 더욱 맛있다. 우리 3명이 먹는 양이 만만치 않을 텐데.. 민폐인줄 알지만도 다들 2그릇 이상씩 먹었다.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사무엘은 지부장님의 친구로 은자메나에 오면 식사도 대접하고 차비도 주는 막역한 사이라고 하신다. 또한 지부장님은 우리가 갔다 온 락차드 지역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신다. 우리는 지부장님에게 락차드 지역의 자료를 다 드리기로 했다. 우리의 자료가 그곳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내일 지부장님은 지방으로 세미나를 가시기 때문에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 주실 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지부장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 들어오시면 꼭 연락하라고 말씀드리고 작별인사를 했다.
    

1월 15일(토)

나이로비행 비행기는 16일 새벽 00시 40분이기 때문에 하루 여유있게 은자메나에 있으면서 준비를 할 수 있다.

오전 7시 재용이가 아침식사 거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500CFE(1$)를 주자 크로와상 10개를 들고 온다. 남은 잼과 전투식량과 과일 등으로 아침을 떼웠다. 오전 내내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꿀맛 같은 휴식과 함께~

오후 2시에 한인교회로 가는 차를 탔다. 차에는 한동대 학생 3명에 지부장님 가족 3명, 우리 3명, 김효숙 선교사님.. 이렇게 10명이 탔다. 뭐 현지 사람들이 차에 낑겨 타는 것에 비하면 약과이긴 하지만..^^  도중에 대통령궁을 중심으로 경찰이 길을 차단 시켰다. 대통령이 외출을 하거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시내를 통제한다고 한다.

한인교회는 교민회장인 이시영 한인 회장님 댁에서 하는데 은자메나의 모든 교민이 다 모이는 자리이다. 이곳에서 예배를 보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한다.

한인회장님에게 남은 돈 50,000CFE를 100$로 재환전 했다. 은행에서 환전했으면 복잡한 절차와 수수료를 물었어야 하는데 회장님 덕분에 쉽게 환전할 수 있다.

한인교회 방문하고 숙소로 돌아와 바게트와 스프로 저녁식사를 할 때 김효숙 선교사께서 소고기 제육을 해 주셨다. 차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감격하며 먹었다.

10시 10분 공항으로 가는 택시가 도착했다. 20분을 달려 은자메나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지만 작은 규모이고 면제점도 없다.

수속은 느리게 진행되지만 승객이 적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며 출국 수속을 밟았다. 출국 수속을 밟을 때 처음으로 여권의 비자 검사를 했다. 출국 폼을 써야 하는데 이민국 직원이 대신 문서를 작성해준다. 그러고 나서는 50$를 내라고 한다. ㅡ.ㅡ 그대로 못 알아듣는 척 무시하니 그냥 통과시켜 준다.

이제 차드여 안녕.. 이곳을 여행하고 값진 경험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차드 호수에 대한 많은 영상과 사진 그리고 순수한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안고 떠난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으로 나에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