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일)

페낭(Penang)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알려진 휴양지 중에 하나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처음에는 페낭이 인도네시아 발리처럼 휴양지라고 생각해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스 하우스 수영장 오두막에서 한국어 가이드북을 보면서 페낭은 옛 부터 무역의 거점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도시임을 알게 되었다. 곧장 페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고은이와 한스하우스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느라 한스 하우스를 나온 시각은 오후 2시..

쿠알라룸푸르의 메인 터미널은 Puduraya 버스 터미널이며 LRT를 타고 Plaza Rakyat역에서 내리면 곧장 터미널로 이어진다.

페낭으로 가는 버스 편은 35RM(12,250원)이다. 2년 전에는 27RM 이었다는데 그때 환율(1RM=250원)로는 6,750원이니 교통비만 2배로 오른 셈이다. 일본은 오히려 엔화 가치가 올리 체감 물가가 내려갔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나라 여행자에게는 가혹한 환경이다.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 버스와 비슷하며 에어컨에 빵빵하게 나와 추위가 느껴질 정도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까지는 고속도로가 이어지며 5시간 반의 여정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리는데 우리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하이패스는 말레이시아가 우리보다 먼저 도입했다고 한다.

페낭은 육지와는 Penang bridge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13Km나 된다고 한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반.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터미널은 시내에서 10Km 정도 남쪽에 있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타고 조지타운(George Town)으로 가야 한다.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으로 함께 가는 방법이 있다. 페낭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버스 정류장을 찾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을 발견하고 손쉽게 조지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2RM)

시내버스는 조지타운의 쇼핑몰인 Komtar가 메인 터미널이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움직이면 된다.

페낭은 일찍이 화교가 많이 살았기 때문에 불교 사원이 많이 있으며 시내 곳곳에는 한자 간판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론니 지도를 보면서 100 Cintra Street 를 찾았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한다. 다시 북쪽으로 발길을 돌려 Blue Diamond Hotel에 갔다. 호텔 도미토리(10RM)는 호텔 2층 한 켠에 침대만 덩그러니 있는데 한눈 봐도 모기에 취약할 것임이 자명했다. 카운터로 내려가 방을 달라고 하니 창고 비슷한 방(20RM)을 보여준다. 이미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알아 볼 수는 없는 상황.. 그냥 도미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할 겸 조지타운 시내를 둘러보았는데 전체적으로 썰렁한 분위기이다. 그래도 지금이 성수기인데 경기가 많이 안 좋음을 알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식당이 축구 중계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TV를 보고 있다. 마침 오늘이 EPL(잉글랜드 프리미어쉽) 개막전이다. 인도 레스토랑에서 밥과 치킨을 시켜서 중계를 같이 봤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을 하는데 박지성 선수가 결장을 해서 아쉬웠다. 만약 출전해서 골이라도 터트렸으면 자랑스럽게 한국인이라고 이야기 했을 텐데..

우리야 박지성이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만약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축구 선수가 맨유에서 활동하며 박지성 정도의 활약을 하면 거의 신으로 모셔지지 않을까싶을 정도이다.

Blue Diamond Hotel은 카페도 겸하고 있는데 타이거 맥주 한병을 시켜 놓고 론니 플래닛을 보고 있으니 바로 앞에서 라이브 밴드 공연이 시작된다. 손님은 나 포함해서 단 세명 밖에 없는데..

손님이 없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라이브 공연을 한다. 귀에 익숙한 팝송을 위주로 2시간 동안 콘서트를 여는데 생각보다 수준이 높은 공연이다.

공연 도중에 도미토리로 돌아와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면서 잠을 청했다. 12시경 공연이 끝나자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밤새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옆에 누운 서양 여행자들은 웃통을 벗은 채 잔다. 그냥 모기에 뜯기던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대단한 내공들이다.


8월 17일(월)

오늘 하루에 조지타운의 볼거리를 다 둘러보기로 했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오전 9시에 숙소를 나서 페낭힐(Penang Hill)로 가는 204번 버스(2RM)를 탔다. 버스에는 많은 노인들이 타는데 한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해드리자 유창한 영어로 고맙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으신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예전에 한국 친구들에게 들었다며 아리랑을 완벽하게 부르신다. 아마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노역에 끌려온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배우신 것 같다. 할아버지는 아리랑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시기에 전통적으로 한국 사람이 힘들 때 쓰는 말이라고 하니 그제야 이해가 된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다. 실제 아리랑 쓰리랑은 ‘아리고 쓰리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페낭힐은 해발고도 829m로 페낭 섬 굴지의 높은 봉우로 정상이며 1923년에 완공된 산악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기차는 매 30분마다 있으며 왕복 4RM(편도 3RM)이다. 기차라고 하지만 급경사를 올라가기 거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며 당연히 이곳 기차는 특수 제작 된 기차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차이다. 급경사답게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실제 페낭힐은 조지타운보다 기온이 5도 정도 낮다고 한다.

각 거점마다 간이역이 있으며 실제로 이곳에 사는 사람은 간이역을 이용을 한다. 중간에 한번 갈아탄 후 페낭힐에 올라가 바라 본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로 아래 조지 타운이 페낭 Bridge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수많은 화물선이 아른거린다. 정상은 공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흰두교 사원과 모스크가 있음으로 한번 둘러보고 다시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극락사(kek Lok si)이다. 현지어로 켁록시라고 불리는데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 제목과 비슷해서 듣자마자 외웠다.(겔록시 게임 1970년~198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알 듯)

  극락사는 1890년부터 20년에 걸쳐 지은 이 사원의 최대 볼거리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하얀 7층탑이다. 론니에 찍힌 30m되는 이 탑의 사진이 사실상 나를 페낭으로 이끌어 왔다. 주차장에서 사원 입구까지는 상점이 늘어선 회랑을 지나면 연못에 많은 거북이가 보인다. 거북이는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얻어먹으려는 듯 한 곳에 몰려있다.

사원은 중국, 태국, 미얀마의 건축 양식이 서로 오묘하게 절충되어 지어졌으며 현재도 공사가 한창이다. 7층탑은 사원 윗부분에 있는데 입장료 2RM을 내고 들어가면 아름다운 7층탑을 볼 수 있다. 탑 앞에는 종이 있는데 인도인 관광객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종을 친다. 쳐도 되나?  

극락사 관람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Komtar를 시작으로 조지타운을 한 번에 둘러보기 남동쪽으로 걸어가서 도는 계획을 세웠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Acheen st Mosque로 1808년에 아랍 상인들에 의해 지어진 이집트 스타일의 모스크이다.

모스크 가까운 곳에 쿠콩사(Khoo Kongsi)가 있는데 입장료 5RM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이다. Khoo 가족 사원 인 듯 Khoo씨 성을 가진 이들의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건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인상 깊은 볼거리는 사원 안쪽의 벽화이다. 크게 세 벽화가 있는데 첫 벽화 제목이 ‘백 아들 백 손자(Hundred Sons Thousand Grandsons)’인 그림은 자손을 많이 퍼트리라는 의미인 것 같다.

제목을 보면 남녀 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는 느낌이 든다. ‘아홉 노인들(Nine Old Man)' 그림은 신령들을 표현한 것 같으며 '여덟 불사신 (The Eight Immortals)’그림은 여덟 선인이 유희를 즐기고 있는 그림이다.

Masjid Kapitan Keling은 1801년에 처음 페낭에 정착한 인도인 무슬림이 세운 모스크이다. 사원 전통적인 인도 무굴 양식을 사용하여 말레이시아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모스크 중 하나로 꼽히며 노란색 돔이 인상적이다. 내부를 관람하려고 했으나 기도 시간이라 들어 갈 수 없다고 제지한다.

모스크 길 건너편에는 환전상이 있는데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좋은 환율인 것 같다. 환율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기준은 달러를 살 때와 팔 때의 차액을 비교해보면 된다. 차액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수수료를 많이 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모스크 앞 환전상은 100$를 기준으로 차액이 5RM 밖에 하지 않는다.

  Sir Mariamman 사원은 전형적인 남인도 타입의 힌두교 사원이다. 1883년에 지어졌으며 조지타운에서는 가장 오래 된 힌두교 사원이다.

두 불록 더 올라가면 관음사(Kuan Yin Teng)가 있는데 비교적 큰 규모의 사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관음사에 들어서는 찰나 입구에서 중국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대만을 여행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삼국지의 관우는 중국인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느 도시를 가거나 관음사가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배 하는 사원인 것을 볼 때 중국인들에게 관우는 충의를 상징하는 신으로서 모셔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사에 관우처럼 문무와 충의를 겸비한 인물은 수 백은 넘을 것인데 왜 관우가 인기가 있을까? 그건 관우만이 가지는 독특한 스타일에 있지 않나 싶다.

9척이 넘는 키에 붉은 얼굴, 긴 수염과 청령언월도를 휘두르는 모습이 중국인들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만약 관우가 평범한 스타일의 장수에 보통 검을 휘두르는 장수였다면 오늘날에 그를 모시는 이가 과연 있을지 싶다.

세인트 조지 교회는 1818년에 지어진 동남아사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국교 교회이다. City Hall과 함께 페낭 섬을 대표하는 서양 건축물로 유명하다.

조지타운 가장 역사적인 흔적은 해변에 위치한 Cornwallis 성채라 말할 수 있다. 1786년 동인도 회사의 선장 프랜시스 라이트가 상륙 한 장소에 지어진 성채로 처음에는 나무로 지어졌으나 1808년~1810년에 오늘날의 석조로 개축되었다. 성채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는데 마차 모양의 예쁜 매표소이다. 입장료 3RM을 내고 들어가니 라이트 선장의 동상이 있고, 영국식 병정모와 모조 총이 있어 관광객들이 군인으로 변장해 사진 찍을 수 있게 배려했다.

사실 라이트 선장의 기록이 없기 때문에 그의 아들을 모델로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새 위에는 대포가 늘어서 있고, 포신은 평화로운 말라카 해협을 향하고 있다. 이곳이 말라카 해협의 거점이라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리라.

성 한쪽에는 여러 전시실이 있는데 옛 사진을 비롯해서 식민지 시절을 표현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며, 성채 발굴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각 전시실마다 에어컨이 켜져 있기 때문에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힐 겸 전시물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성채를 나와 해변 길을 걷자 1차 세계대전 기념비가 나온다. 지금껏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2차 세계대전 기념비는 많이 봤는데 1차 세계대전 기념비는 이곳이 처음이다. 일단 사진에 담고..

아침부터 쉼 없이 움직여서 그런지 몸이 피곤했다. 기념비 근처의 Town Hall과 City Hall은 스쳐지나가며 사진에 담고 곧장 페낭 박물관으로 향했다. 페낭 박물관 주차장에는 식민지 시절 자동차와 폐낭 힐 철도 초창기의 열차가 전시되어 있다. 매표소는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있으며 입장권(1RM)을 끊고 곧바로 입장.

작은 지역 박물관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특히 20세기 초반의 페낭의 사진이 인상적인데 1920년대에 이미 미니버스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사진을 비롯해 그 당시 각 인종별 결혼사진, 생활용품, 편지 등이 잘 전시되었으며 한 전시실은 식민지 시절의 거리 풍경은 그대로 잘 구현해 놓았다.

페낭 박물관을 나서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두 중국식 사원인 Loo Pun Hong, Hainan 둘러봤다. 이상으로 오늘의 미션은 완수. 다음 행선지는 국립공원이 있는 Teluk Bahang이다.

짐을 싸고 호텔 체크아웃을 하니 오후 3시 30분. 체크아웃(정오) 시간을 훨씬 넘긴 뒤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체크아웃을 했지만 주인 할아버지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10RM짜리 도미토리라서 그런가?

Teluk Bahang으로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니 하루사이에 친숙해진 Komtar로 가서 101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101번 버스(2RM)을 타고 조지타운을 벗어나 북쪽 해변을 달리는데 객실을 할인해준다는  표시가 붙은 호텔이 꽤 있다. 지금이 최성수기임에도 경기 불황과 신종 플루의 여파로 이곳 페낭이 불황임을 느낄 수 있다. 호텔이 밀집한 Batu Ferringhi에서 105번 버스(1.4RM)로 갈아타 Teluk Bahang에 갈 수 있었다.

론니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찾으려니 보이지 않는다. 내일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가기 편하게 국립공원 입구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으니 ‘Fisherman Village Guest House ⇒’ 간판이 보인다. 간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다. 마당에는 닭들이 뛰놀고 있으며 많은 종류의 새들을 키우고 있다.

인상이 푸근한 할머니는 1박에 18RM(6,300원)라고 하신다. 생각지도 않게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 저녁 무렵 바다에 나가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말라카 해협을 바라봤다. 잔잔한 바다를 지나가는 많은 화물선이 보이는데 평화로운 풍경이다. 저 배 중에서 한국으로 가는 배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제 여행을 슬슬 마무리하는 시점인가 보다.    
  


8월 18일(화)

페낭 국립공원(Penang National Park)는 페낭 북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이 2300Ha로 말레시아에서는 가장 작은 규모의 국립공원이다. 트래킹 하기에 좋은 국립공원으로 해변으로 걸어 북서쪽 등대까지 걷는 코스와 산악을 통과해서 서쪽의 Pantai Keracut 해변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두 코스 다 가이드가 있어야 하지만 국립공원 사무실에 문의해 본 결과 해변 코스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에 혼자가도 무장하다고 이야기 한다.

국립공원 사무실에 국적과 이름을 등록하면 입장권(무료)을 교부해 받으면 트래킹의 시작..

전체적으로 길이 잘 잘 정비 되어 있고 표지판에 방향이 잘 표시되었기 때문에 해변과 정글을 둘러보면서 걸을 수 있다.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도마뱀이 길가에 누워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도마뱀이 1m 정도 되기 때문에 잠시 주춤했다. 사람인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조차 않는다. 혹시 웅크리고 있다가 공격하는 것 아닐까?

자세히 보니 수많은 개미들이 도마뱀을 덮고 있다. 죽은지 얼마 안 된 도마뱀이다. 점프하다시피 도마뱀을 넘고 다시 트래킹 시작.

30분 정도를 걷자 말레이시아 해양대학교(University of Malaysia Marine Research Station)가 위치한 해변이 나오는데 아름답고 한적한 해변이다.

1시간 정도를 걷자 Monkey 해변이 나온다. 해변 이름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원숭이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몇 몇 청년들이 스피드 보트를 몰고 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되돌아 갈 때는 스피드 보트를 타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일단 등대까지 가고 난 후의 문제이다.

그런데 해변 중간에 길이 끊겼다. 간 밤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통나무 다리가 끊어진 것 같다. 정글 쪽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잘 못 깊숙이 들어가다가 낭패를 당할 것 같았다.(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ㅡ.ㅡ)      

등대까지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국립공원은 어느 정도 둘러 봤다는 판단이 들어 돌아가려는데 여기까지 올 때는 못 느꼈지만 같은 길을 되돌아가자니 막막하다.

돌아 갈 때는 스피드 보트를 이용했다. 처음에 30RM을 불렀는데 다시 배낭을 들자 20RM으로 가격이 다운되었다. 트래킹을 할 때 정글을 둘러봤다면 스피드 보트로는 전체적인 해변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단 속도가 너무 빨라 사진 찍기가 힘들고 10분도 안 걸려 돌아온 게 흠이다.

마실 거리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꽤 목이 말랐다. 공원 선착장에 기념품 가게에서 콜라 한 캔과 미네랄워터를 사서 마시는데 여종업원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본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을 동경했다며 이야기 한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기에 40년 전에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말레이시아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크게 발전 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현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여행자로서의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챙긴 후 어제의 반대 과정을 거쳐 (105번 버스~101번 버스) Komtar로 온 뒤 303번(1.5RM) 버스를 타고 Sungei Nibong 장거리 버스터미널로 가서 쿠알라룸푸르 행 버스를 탔다.

출발 직전인 버스를 타느라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버스가 휴게소에 멈출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는 잠깐씩 화장실만 들릴 뿐 휴게소에 들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할 때쯤 억수같은 비가 퍼 붓는다. 할 수 없이 30분 동안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기다려야했다. 저녁 식사는 한스하우스 사장님과 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KLCC 푸드 코너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비가 오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에서 사진을 찍었다. 쌍둥이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서양 여행자에게 부탁을 했는데 신경 써가며 찍어준다. 덕분에 사진이 꽤 잘 나왔다.(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타워에 곧장 KL Sentral로 가 에어아시아 공항인 LCCT(Low Cost Carrier Terminal)행 버스(8RM) 버스에 올랐다.

자~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보르네오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