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금)

새벽 6시 반 미연이와 만나 버스터미널에서 아잔타행 버스(74Rp)를 탔다. 아잔타는 엘로라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아우랑가바드에서 북동쪽으로 105Km 떨어진 곳이다. 엘로라에 비해 오래된 석굴이며 BC2세기부터 AD6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고대 불교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엘로라가 번영함에 따라 아잔타 석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으며 1819년 영국 관리였던 존 스미스가 사냥을 나오다 우연히 발견하기 전까지는 숲에 묻혀 있었다. 격리된 덕분에 동굴 사원과 벽화가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버스는 2시간 정도를 달려 메일 도로와 아잔타 입구로 향하는 교차로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입장료 7Rp를 내고, 다시 셔틀버스(7Rp)를 타고 4Km를 더 가면 아잔타가 나온다.

아잔타는 30개 석굴로 되어 있으며 입구에서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져 있다. 아잔타 석굴의 독특한 특징을 프레스코벽화 즉 동굴 내부를 템페라 기법으로 그린 벽화이다. 템베라 기법은 색채 가루인 안료를 용매와 섞은 물감의 일종인데 그림에 쓰인 안료는 마른 표면에 물감을 안착시키기 위해 동물성 아교와 식물성 고무를 섞어 만들었다.

입장료(250Rp)를 내고 짐을 보관(4Rp)을 한 다음 본격적으로 1번부터 둘러보았다. 동굴 사원 벽화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플래쉬를 터트리면 안 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1번은 가장 아름다운 동굴 중에 하나로 꼽힌다. 벽면과 천장에는 벽화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의복, 일상생활, 얼굴 표정이 자세하고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원근감을 줬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2번 석굴 역시 섬세한 벽화가 눈에 띈다. 천장은 기하학적 무늬와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으며. 벽화들은 부처의 태몽이었던 6개 달린 코끼리에 관한 꿈을 포함한 그림을 비롯해 부처의 일생에 대해 묘사를 했다.

4번 석굴은 아잔타에서 가장 큰 사원이며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8개의 대재앙으로부터 벗어나 아바로까데슈와라의 보호를 받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묘사 했다.

6번 석굴은 아잔타에서 유일한 2층이며 위층의 넓은 홀은 출입구가 정교한 그림들이 있는 작은 방에 둘러싸여 있다.

7번은 베란다가 있는 것이 특이하며 8번은 초기 불교 사원으로 실내 기둥이 석굴 양쪽에 세워져 있고, 가장 끝에는 3m 높이의 불탑이 기둥 주변에 있다.

9번 석굴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졌으며 초기 불교에 대해 볼 수 있었으며 10번은 가장 오래 된 기원전 2세기에 지어진 동굴로 영국인 사냥단이 발견한 가장 첫 번때 동굴이다. 실내 그림이 손상되어 있어 아쉽기만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16번 굴은 원래 전체 석굴의 입구이기도 했다. 벽화 중에는 죽어가는 공부 순다리가 있는데 그녀는 남편이 중이 되기 위해 물질생활을 포기했다는 소문을 듣고 기절 했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다.

17번 석굴은 아잔타에서 가장 잘 보존 된 벽화들이 있으며 화장을 하는 공주, 연인을 유혹하는 왕자,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돌아 온 부처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비롯한 부처의 일생에 대해 묘사되어 있다.

19번 석굴은 외관이 정교하며 말발굽 모양의 창문이 인상적이다. 실내에는 불상과 그 뒤에 3단짜리 사리탑이 자리 잡고 있다.

21, 22, 23번 석굴은 비슷한 분위기로 부처상이 모셔져 있으며 24번 석굴은 완성되었으면 최대 규모가 되었지만 미완성 된 사원이며 26번은 부처가 누워있는 와불이 인상적이다.

28번을 끝으로 아잔타 관람이 끝났으며 아잔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View Point로 가기 위해 8번 동굴 앞으로 돌아 전망대로 향했다.

15분 정도 산을 올라 전망대에 서니 아잔타 석굴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장엄한 풍경이다. 아잔타는 전체적으로 U자형 계곡의 절벽에 위치해 있어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몇몇 인도인 청년들이 휴대폰으로 미연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미연이는 한사코 거절한다. 인도인들 중에는 외국인과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기 애인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쉬고 있는데 미연이 휴대폰으로 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은 미연은 24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는데 보좌관 통역을 맡았다면서 빠른 시간에 델리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 학생인데 대단한 경험을 한다.

오후 1시 관람이 끝나고 입구로 되돌아 올 때 쯤 아잔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줄을 서면서 관람을 해야 된다. 아잔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서둘러야한다. 짐 보관소에서 짐을 찾는데 9Rp를 더 내라고 한다. 아까 4Rp를 냈으니 총 13Rp

입구에서 식사를 하고 나는 잘가온에서 아그라로 가기 위해 북쪽으로 가야 했고 미연은 남쪽의 아우랑가랑바드로 돌아가기 때문에 헤어져야 했다.

미연과는 단 하루만의 만남이지만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2시에 잘가온행 버스에 탔고(39Rp) 오후 3시 10분에 잘가온에 도착해서 릭샤(20Rp)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기차역에서 아그라에서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편을 물어보니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표는 내일 없고 근처 Santna로 가면 된다고 한다. 아그라에서 19:40에 출발해 05:30에 도착하는 기차표(274Rp)를 끊었다. 지금까지는 신기하게도 일정이 딱딱 맞는다. 인도 여행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텐데..

기차 휴게실에서 카메라, 휴대폰 충전을 하며 쉬었다가 16:45 아그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인도에서는 도난 사건이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기차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으며, 기차역이 정차하면 기차가 떠날 때까지 절대 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정차할 때 짐을 놔두면 그냥 들고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여행의 재미는 정차하는 역에서 군것질을 하는데 있다. 어떤 음식인지 모르기에 먹거리가 복불복 수준의 선택이 될 수 있으나 그 또한 인도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다.

어제 오늘 엘로라 석굴과 아잔타 석굴을 관람했다. 사람들은 이 둘을 놓고 비교를 하는데 엘로라가 괜찮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엘로라는 화려한 조각과 세 종교를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난 고대 사람들의 생활을 벽화로 엿 볼 수 있는 아잔타가 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것이 낫든 두 석굴 사원을 관람하며 이리저리 비교해 보며 옛 사람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더 큰 여행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