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월)

어제 돈이 모자랐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호텔을 나서자마자 환전소에서 100$를 환전했다. 1$에 C0.95.. 국경보다 0.02 더 쳐준다.

오늘의 첫 미션은 말리 비자를 받는 것이다. 오전 9시 말리대사관으로 가니 벌써 문을 열었다. 접수를 담당하는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단수(1번만 들어가는 것)비자만 가능하고 2박 3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너무 긴데.. 여직원에게 빨리 받을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니 부르키나파소에서 받으면 하루만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바로 돌아서지 않고 직원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니 오른쪽 방에 비자 담당하는 영사이 있으니 한번 들어 가보라고 한다.

담당영사는

‘왜 말리를 여행하려고 하는거야?’

‘난 한국의 초등학교 교사인데, 말리를 여행하려는 이유는 말리 역사에 대해 놀랐기 때문이다. 가나제국부터 말리제국, 송가이 제국을 거친 말리는 발전 된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서아프리카는 문명이 없는 미개한 지역으로 보고 있어. 때문에 직접 보고 느껴서 학생들에게 서아프리카에 대해 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서 그래.’

또한 가져온 책에서 익힌 말리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살짝 면접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영사는 진지한 태도에 감탄을 한 듯. 비자 양식에다가 간단한 레터를 쓰라고 말한다.

비자 양식을 작성하고 레터에는 말리를 여행하려는 이유와 일정을 소상하게 적었다.

결과는 OK.. 비자피는 30$이다.

내일 10시에 받으러 오라고 말한다.

말리 비자는 해결이 되었으니 디지털 카메라를 살 차례이다.

전자제품의 관한 정보는 교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되어 한국 식당이 있는 OSU지역으로 슬슬 걸어갔다.

네이션스컵이 열리는 스타디움을 지나 동쪽으로 향할 때 한 청년이 나를 붙잡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청년은 2년 동안 한국에 머물며 KCC 하청업체에서 일했다고 하며 ‘왔다 갔다. 빨리빨리’라고 익살스럽게 말하며 장난을 친다.

김치, 된장, 라면이 그립다고 하는 청년은 시간이 있으면 한번 놀러오라고 한다.

한국말을 하는 현지인을 만나서 놀랍기도 하지만 내가 한국인인 것을 어떻게 한눈에 알아봤을까?

청년이외에도 아크라에서 한국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바로 중고차이다. 전 세계적인 맹위를 떨치는 한국의 중고차가 이곳에도 어김없이 진출해있어 어렵지 않게 한글 문구가 붙여진 차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식당인 SEOUL GRILL은 간판이 없기 때문에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론니 플래닛을 참고하고 주변 가게 사람에게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렵사리 식당을 찾으니 12시 30분 이후에 문을 연다고 한다.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   식당이 있는 블록의 도로에서 메인도로인 Cantonments Rd를 건너면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 1시간에 C0.6이다. 노트북이 있으면 인터넷 카페에서 쓸 수가 있다. 덕분에 네이트온을 이용해 문자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바로 옆 푸드(Food)코너에서 식사를 하고 1시에 서울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 대사관 직원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이곳까지 배낭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감탄을 하며 디지털 카메라는 쇼핑몰 게임(Shopingmor GAME)으로 가면 저렴할 거라고 말한다.

택시를 타고 가려고 하자 잘 모르는 기사가 있거나 C5 이상의 요금을 요구한다. 오늘 시간이 많아 미니버스를 타고 갔다. 아크라의 서민 이동수단은 미니버스인데 0.2C(200원)를 한다. 구간이 정해져 있고 사람들이 친절하기 때문에 물어가면서 버스를 타며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쇼핑몰게임은 아크라북쪽 공항을 지나면 버스를 두 번 타면 갈 수 있다.(물론 물어보면서,)

커다란 창고 형 건물에 각종 메이커와 대형 마켓이 들어서 있는데 전자제품이 가득한 대형 마켓도 입점해 있다.

이곳이구나..

전시된 디지털 카메라 가격을 알아보니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만큼의 기능대비 가격을 기대하지는 않았어도 이건 너무 차이가 난다.

가장 싼 카메라가 C275이지만 꽤 구형모델이다.

제품이 나온 지 1년 이상이 지난 이곳에서는 비교적 최신형은 C400(40만원)을 넘어선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필요한 메모리는 1G가 C88(8만 8천원)을 한다. 잠깐 한국으로 순간 이동을 해서 카메라를 살 수만 있다면..

혹시나 해서 내가 잃어버린 캐논 카메라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표에는 C850이라 적혀있다. 1년 전에 인터넷으로 38만원을 주고 산 건데 이곳에서는 85만원을 하니.. 참..

하지만 사업에 눈을 뜬 분이라면 조만간 서아프리카 전자 시장이 붐을 일으켜 커다란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할 법하다. 어찌되었던 현재 서아프리카는 석유로 인해 발전이 되고 있고 때문에 달러를 평가절하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사업적인면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것을 보면 만약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기업의 주재원으로 시장조사를 하거나 무역업을 하면서 새로운 무역 루트를 개발 하지 않았을까?

카메라는 좀 더 알아보고 사기로 했고 이왕 마트에 왔으니 이곳의 확실한 물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콜라 500ml이 C0.55(550원), 스프라이트는 C0.7(700원), 1L물은 C0.55~0.6, 맥주는 C0.8, 1L 주스는 C2~4.6...

지금껏 마실 거리를 사먹으면서 바가지를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곳은 정말로 물가가 센 곳이다. 괜한 상인들만 의심해서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길거리를 걷다보면 꽤 달콤한 음료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바로 코코넛이다.

C0.3을 내면 코코넛를 마시기 좋게 칼로 잘라주는데 커다란 열매에 달콤한 야자수가 한가득 담겨 있다.

야자수를 다 마시면 다시 칼로 코코넛을 쪼개 주는데 열매 속에 붙어 있는 것이 꽤 맛있다. 거리에서 파는 수박과 파인애플 조각도 C0.3으로 저렴하게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비닐에 포장 된 물을 마시는데 C0.05로 꽤 저렴하다. Pure Water를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혹시 공항 면세점에 카메라를 파는지 알아봤지만 면세점은 물론 비행기 이착륙을 알리는 전광판도 전무하다. 어쩔 수 없이 비싸더라도 사야할 것 같다.

Tro Tro 버스 터미널 쪽으로 이동하니 이미 저녁이 되어있다. 아크라 최대의 터미널답게 수많은 사람과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다. 육교에서 바라보면 웅장한 마저 느껴지는 풍경이다.

터미널 주변은 휴대폰 상점들로 빽빽하다. 혹시 이곳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수소문하니 포토샵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판다고 한다.

주인장에게 문의하니 소니 카메라를 꺼낸다. 모델은 DSC-P73 420만화소이다. 3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했을 당시의 후배에게 빌려서 가져 간 바로 그 모델이다.  

가격을 물으니 C120을 부른다. 그나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잠깐 찜해두고 다른 곳을 둘러봤지만 마음은 이미 그 카메라에 가 있다.

포토샵의 주인에게 깎아 줄 수는 없는지 물어보니 한번 원하는 가격을 말해보라고 한다.

지금부터는 비즈니스 타임이다. 비싸게 팔려는 자와 싸게 사려는 자의 신경전이 펼져지는 순간이다.

일단 긴장감을 타파하기 위해 여유를 갖고 샵주인과 익살스럽게 축구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즐겁게 이야기 하다 보니 가격이 다운된다. 1G 메모리까지 C150을 부른다. 난 달러밖에 없다고 말하며 화폐단위를 세디(C)에서 달러($)로 돌려놓았다. 150을 기준으로 화폐 전환만으로도 7달러 정도는 번 셈.

메모리 카드까지 합쳐서 120$를 불렀다. 주인장은 말도 안 된다며 140$까지 해준다고 말한다.

다시 돌아가기 작전을 펼쳤다. 이번에는 내 증명사진을 건네 주니 주인장도 자신의 증명사진과 명함을 건넨다.

나는 ‘이제 우리 사진을 나눈 진정한 친구가 된 거야.. 그러니 120. OK?’

주인장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너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을 한다.

결국 나 역시 약간의 양보를 해서 125$에 소니 디카를 살 수 있었다. 아침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상의 결과이다.

주인장은 자신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주인과 그의 17세 아들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니 즉석에서 인쇄를 해준다. 뜻밖의 선물이다.

사진기를 싸게 산 것도 기분이 좋지만 서로 메일과 주소를 교환하며 친구를 만든 것이 더 뿌듯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양발에 물집이 잡혔다. 되돌아보니 하루 종일 걸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밤늦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잠결에 여니 한국인 여행자가 서 있다.

남아공 항공을 타고 지금 막 도착했고, 내가 보낸 메일을 보고 DATE 호텔로 찾아왔다고 한다. 이름은 김후영씨는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이다.

짐을 풀어 놓고 맥주한잔 하면서 여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의 인연은 없지만 여행지이기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더구나 서아프리카에서의 만남이기에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