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월)

오늘의 목표는 데시(Dessie)이다. 지도상으로는 라리베라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산악지형에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2월 4일에 비행기가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때문에 그전에는 어떻게 하던 두바이에 도착을 해야 한다. 지부티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가기로 이미 결정을 했지만 지부티에서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에 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지부티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 과연 에티오피아 산악 한복판에서 머나먼 지부티까지 제시간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서두르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긴 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되어 있나보다.

길을 가는 마주친 한 청년이 시비를 건다. ‘Your Face like Monkey(네 얼굴은 원숭이 닮았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날 일본인이라고 착각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Oh I can not see your face, you are very dark(오~ 네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넌 상당히 어두워)’

위험한 짓이기는 하지만 그냥 참고 가면 하루 종일 기분 나쁠 것 같아 분풀이했다.

한 청년이 기분을 상하게 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의 사람들은 친절하게 버스로 안내했다. 라리베라에서 오전 6시에 바히다르, 아디스아바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일제히 출발한다.

출발 후 승무원이 표를 끊는데 데시(Dessie)까지는 38Birr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버스요금은 버스 출발 후 지불함으로 출발 전에 엄한 사람에게 표를 끊어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길이 이어져서 그런지 버스에 속도가 붙는다.

8시 17분에 가쉬마에 도착해서 방향을 동쪽으로 꺾는다. 버스를 탈 때는 자리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햇빛이 들지 않는 쪽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지도를 펴 놓고 항상 계산을 한다. 라리베라에서 데시로 가는 버스는 왼편에 타야 햇빛을 받지 않고 바깥 경치를 감상하며 갈 수 있다.

울디아(Woldia)로 가는 길은 산악을 내려오는 길인데 이제 서서히 고도가 낮아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울디아(Woldia) 근처로 다가가면 경사가 급격하게 낮아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급격한 경사를 이루지만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집과 밭을 지어 놓고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12시에 울디아(Woldia)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는 에티오피아에서는 흔한 제과점으로 가서 커피(1Birr), 카스테라(2Birr), 도너츠(1Birr)로 점심을 떼웠다.

식사 후 환전을 하려 Westen Union은행에 가자 50$ 이하는 환전을 안 해준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뭐 황당한 경우가 다 있어..

지부티까지 가는데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가 없다. 한 20$ 정도를 환전하면 충분한 걸로 생각이 되는데 고집쟁이 은행직원은 50$를 환전하라고 한다.

버스 승객을 상대로 옷을 파는 청년을 만났는데 영어가 능통하다. 그는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월급이 너무 적어 장사를 한다고 한다. 한달 월급을 물어보니 350Birr(37500원)이라 말하며 여행을 다니는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한국에 사는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감정은 특별하다. 50년 전 6.25 전쟁 당시 자신들이 도와준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발전에 대해 상당히 부러워한다.

그러한 말을 들을 때에는 ‘에티오피아는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크게 성장할거야.’라고 대답을 해준다.

여행자로서 현지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결국 데시(Dessie)에 가서 환전을 하기로 했다.

12시 50분에 버스는 다시 출발했는데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도로공사를 하는데 우회도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정체가 된다.

버스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속이 타들어갔다. 이러다가 은행 문을 닫는 것은 아닌지..

수중에는 24Birr만 남았기 때문에 반드시 오늘 환전을 해야 했다. ‘아까 울디아에서 그냥 환전을 할 껄’ 뒤늦은 후회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라리베라에서 출발한지 11시간 반 만인 5시 반에 데시(Dessie)에 도착했다.  

산악지역의 대도시 데시(Dessie)는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아디스아바바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트럭이나 버스가 하루 쉬어가는 교통의 요지이다. 라리베라에서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버스도 이곳에서 쉬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

데시에 도착하자마자 은행을 찾았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환전을 할 수 있는 가게를 찾았는데 무심한 주인장은 내일오라고만 대답을 한다.

사정사정을 해서 겨우 환전을 할 수 있었다. 50$를 8.8Birr에 비교적 나쁘지 않은 환율에 환전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미리 환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다.

이제 총알이 충분히 준비되었으니 무서울 것이 없다.

터미널에서 바로 앞에 주유소가 있고 북쪽으로 걸어가면 두 번째 주유소가 있는데 주유소 바로 뒤편이 Royal Pension이다. 방도 깨끗하고 샤워도 할 수 있어 비교적 괜찮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직원은 처음에는 28Birr을 불렀지만 론니플래닛의 정보를 보여주니 이내 25Birr로 내린다. 여행을 하면서 정보가 곧 돈이라는 사실이 실감날 때가 많다.

식사는 론니플래닛이 격찬한 Tossa 레스토랑에서 했다. Royal Pention에서 북쪽으로 7~10분 정도 걸어가면 큼지막한 간판이 보인다. 볶음밥에 샐러드 미네랄워터 1병을 시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조금 비싸기(20Birr)는 하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 맛이 제법 있어서 만족했다.

라리베라에서 오늘 250Km를 달려왔다. 최종 목적지인 지부티시티까지는 550Km 정도가 남았다.

내일 콤볼차, 바티까지는 미니버스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대중 교통편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히치를 해서만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쉬운 길도 있기는 하다. 데시에서 아디스아바바로 버스를 타고 간 후 지부티 남쪽 국경으로 향해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800Km를 우회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돈과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된다.

만약 길을 가다가 두개로 갈라진 갈림길을 발견했다. 한쪽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안전하고 위험이 없다. 한쪽은 거의 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알려진 것도 없고 위험하다.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난 아마 사람들이 지나지 않는 길이 선택할 것이다. 위험하고 알려진 것이 없어 두렵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거의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싶다.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열매를 거의 얻지 못한다. 위험하고 힘들지만 열매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길을 가는 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막막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직접 난관을 헤치며 가는 것이 오히려 모험적이고 재미있는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이런 여행이 내 스타일에 맞아 기대 되고 설레이는 것이 솔직한 지금의 기분이다.


1월 30일(화)

오전 8시 15분에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콤볼차(Kombolcha)로 가는 미니버스(5Birr)를 탔다.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도로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 1시간 이상을 더 소요했다.

9시 50분에 콤볼차(Kombolcha)에 도착해서 물(3Birr)과 바나나(3.5Birr)을 사서 요기를 달랬다.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가 거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이 거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엇다.

콤볼차에서 41Km 떨어진 바티(Bati)로 가는 미니버스(8Birr)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티(Bati)로 향하는 길은 괜찮은 아스팔트 도로이다. 도로 주변에는 산악마을이 이어져 있으며 가축을 모는 목동들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동쪽으로 가면 갈수록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낙타도 간간히 보이기 시작한다. 고도가 점점 내려가다가 바티에서는 급격한 내리막이 시작된다.

11시 30분에 마지막 산악 마을인 바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봤으나 여의치가 않다.

한 트럭기사가 12시에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밀레(Mille)로 출발하다고 말했지만 12시 반이 되어도 출발할 줄 모른다.

또한 많은 아이들에 나에게 몰려와 동냥을 한다. 동냥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한국인임을 안 아이는 자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잘 안다며 축구화를 사게 돈을 달라고 하고 또 다른 아이는 돈 주는 것을 거절하자 마치 자랑이나 하듯이 주머니에서 1Birr짜리 를 꺼내 내 앞에서 세보고는 집어넣는다. 그러더니 또 다시 손을 벌린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곳 아이들에게 동냥은 습관화과 되어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일단 동쪽으로 걸어 가다가 히치를 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터득한 히치 방법이기도 하다. 마을에 있으면 수많은 사람과 삐끼들이 붙기 때문에 히치 하기가 여의치 않다. 그러나 마을을 조금 빠져나와 히치를 하면 외국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들이 세워주거나 세워주지 않을 경우에도 드라이버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낸다.

바티를 벗어나니 산 밑으로 끝없는 사막이 보인다. 이곳이 진정 마지막 산악마을임을 실감했다.

주변 풍경을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왔다.

그런데 1시간 반을 걸어도 동쪽으로 가는 차가 한대의 지나다니지 않는다. 반대편 길은 간간히 차가 지나다니는데.. 혹시 길이 잘못되었나?

두려운 마음에 계속 걸었지만 무심한 차들은 지나가지 않는다. 다른 길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에이.. 그냥 걷자..

걷기 시작한지 2시간 만에 동쪽으로 가는 차를 잡을 수 있었다. 밀레로 가는 차는 아니고 근처 도로공사를 점검하는 차량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차량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공사장에서부터는 산악 지형 끝나고 끝없는 평지가 이어진다. 길 역시 한쪽으로 쭉 뻗어있다.

다시 트럭을 히치 할 수 있었다. 트럭기사는 바티에서 30km떨어진 마을에 간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오후 3시 15분에 바티에서 30Km 떨어진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운전사들이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막 마을인데 식당주인이 커피를 대접해 준다.

주인에게 오늘 왜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지 물어보니 간혹 하루 종일 차가 지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오늘 그 운 없는 날 중에 하나인가?

목표로 삼은 밀레(Mille)까지 70Km 가 남았다. 식당은 호텔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차량이 지나가지 않으면 하룻밤 자고 가면 된다.

그래도 끝까지 노력을 해야겠지?

나를 태워줬던 트럭기사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부른다. 에티오피아인들이 즐겨먹는 인제라인데 제법 맛있다.

트럭기사는 같이 북쪽마을로 가자고 말한다. 그곳에서 밀레(Mille)로 가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친절한 기사가 정말 고맙지만 거리상으로 더욱 멀어지고 무엇보다 이 도로는 화물차들이 지부티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분명히 오늘 중으로 차량이 지나 갈 거라는 확신이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

히치를 쉽게 하기 위해 식당에서 나와 길가에 서서 차량을 기다렸다.

40분을 기다리니 트럭 한대가 지나간다. 필사적 손을 흔들어 히치를 시도했지만 무심하게 지나간다.

30분 뒤 또 한대의 트럭이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탈 자리가 없다며 외면한다. 트럭 뒤 칸도 괜찮은데...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오후 4시 40분 대단한 행운이 날 찾아온다. 도요타 트럭이 지나가기에 손을 흔들었더니 차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내 앞에 선다.

2사람이 타고 있는데 그들은 로기야(Logiya)까지 가는 길이라고 한다. 오늘 목적지인 밀레(Mille)에서도 50Km 더 동쪽으로 간 거리이다. 도요타 트럭은 매우 빠른 속도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아까 히치에 실패했던 트럭들을 일찌감치 따돌린다.  

정부 산하 건축 기업에서 아와쉬강(Awash River)의 대규모 공사를 지원하기 파견 나오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통해 이곳의 아와쉬강(Awash River) 대규모 공사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는데 이곳에 댐을 세워 우기 때 흐르는 물을 가둬서 척박한 사막을 초지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무려 6억$가 투자되는 대규모 공사이다.

운전기사는 지금 반기문 신임 유엔총장이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했다며 소식을 전해준다.

유엔총장이 가장 먼저 에티오피아를 방문한다고 말하며 꽤 뿌듯해 한다. 난 유엔총장이 한국인인 것이 훨씬 더 자랑스럽다.

주로 조수석에 앉은 아저씨와 대화를 했는데 나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돼지고기는 암의 원인이 된다면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기독교이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에티오피아에서 돼지를 본 적이 하나도 없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는 즐거움을 빼앗는 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처사이다. 그냥 돼지고기를 즐기면서 평소에 조심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야 말로 담배를 끊으시면 좋을 텐데..

밀레(Mille)가 30Km 정도 남은 지점에서 아디스아바바에서 Awash를 거쳐 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는 아주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진다. 도요타 트럭은 1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밀레(Mille)에 못 미쳐서 화물차 검색센터가 보이는데 내가 흥미로워하자 센터 안으로 들어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다.

저녁 6시에 밀레에 도착하자 운전사는 이왕이면 로기야(Logiya)까지 같이 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렇잖아도 내가 그렇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도요타 트럭의 목적지는 로기야(Logiya)에서 5km 못 미치는 사무실이 목적지이지만 나를  로기야(Logiya)시내까지 태워다준다. 도착한 시각은 6시 40분.

친절한 운전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시내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트럭들이 정차해있고 많은 식당과 호텔이 있는 것을 봐서는 대부분의 트럭이 지부티로 가기 전에 이곳에서 정차해서 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음날 확인하니 맞는 사실 임.)

호텔에 자리 잡고(20Birr), 식당으로 가서 스파게티(5Birr), 계란 볶음(4Birr)에 우유(8Birr)를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 밤에도 무덥다. 옆방에 투숙하는 아저씨에게 뜨거운 물 샤워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웃으면서 이곳 물 자체가 미지근하다고 대답한다.

로기야(Logiya)에서 지부티까지는 120Km 정도 남았다.

라레베라에서 출발 할 때만해도 지부티를 제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국경근처까지 왔다.

오늘이 에티오피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15일 동안 있으면서 많은 고생도 많이 하고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에티오피아와 정이 많이 들었다.

시간에 쫓겨 악슘을 비롯해서 에티오피아의 남부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다음기회에 둘러 볼 것을 기약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1월 31일(수)

벌써 2007년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지부티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국경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지부티시티까지 갈지는 미지수이다.

8시 10분에 호텔을 나서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로기야(Logiya)  많은 차량이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히치를 할 수 있었다.(역시 마을을 잠깐 벗어나서 히치를 했음)

첫차는 인부를 태우고 공사현장으로 가는 차이기 때문에 5Km 정도 떨어진 세메라(Semera)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친절한 기사는 주유소에서 국경까지 가는 트럭 편을 알아봤지만 무정한 기사는 300Birr을(32,100원) 줘야지만 태워준다고 이야기 한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히치 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거절했다.

도로에 5분 정도 서 있으니 역시나 히치가 된다.(9시 25분) 이번에는 국경까지 가는 트럭을 제대로 잡았다.

트럭 기사와 조수는 버스가 없는 이곳에 외국인 혼자서 여행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했다.
끝없는 사막을 달리지만 길가에 간간히 원숭이가 보인다. 30마리 이상 되는 원숭이 떼들이 보일 때가 있어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트럭 운전사들이 던져주는 음식을 먹으며 산다고 이야기 한다. 그럼 물은 어디서 구하지?

트럭은 국경에 다다르기 직전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기름 가격을 보니 1리터에 5.19Birr(550원 정도)인데 무려 600리터를 집어넣는다.

10시 20분 주유소를 출발하자 장엄한 소금호수가 보인다. 거대한 와디사이로 새하얀 소금호수가 이어져 있는데 그 규모가 꽤 크다. 훗날 좋은 관광지로서 개발해도 될 것이다.

11시 20분 드디어 갈라피(Galafi)에 도착했다. 오전부터 120Km를 달려왔고 이정도 속도면 220Km 떨어진 지부티시티까지도 오늘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심 좋은 트럭 운전사와 헤어지고 곧장 지부티 쪽으로 향했지만 할아버지 한분이 차 한잔하고 가라며 집으로 초대해주신다.

할아버지께서는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어보신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는 오래된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 해주면 흡족해 한다.

11시 40분에 이미그레이션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았다. 직원에게 에티오피아 도착 비자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지부티에서 에티오피아로 넘어오는 여행자들은 참고하도록.

스탬프를 받고 지부티 쪽으로 가려고 하니 마을 청년들이 국경까지는 5Km나 되어서 걸어서 가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환전할 수 있는 가게를 알아본 후 가게에서 환전을 하니 100Birr에 1900지부티프랑(앞으로 DFr이라 표기)이라고 말한다. 나쁜 환율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에티오피아 돈을 남길 수 없지 않은가.. 결국 252Birr을 환전했다.(5Birr은 기념 삼아 남겨둠)

역시 청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데는 목적이 있었다. 외국인인 나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주면서 돈을 받으려고 한다. 히치를 하는데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 뿐이다.

‘이보게들.. 제발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기억을 나쁘게 만들지 말아줘.’ 라고 간절히 말하니 어느 정도 통한다.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방문 국가인 지부티로 넘어갈 수 있었다.

15일 동안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6000명의 군대를 파견해준 형제와 같은 나라이다. 1960년대 잘나가는 부자 나라에서 최빈국으로 떨어지는 과정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이 얼마나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국가가 흥하고 망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외국인을 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달라며 손을 벌린다.

부디 다음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게 되면 돈을 달라는 아이보다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런 아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에티오피아는 여행자들에게는 매력이 있는 나라이다. 예멘과 달리 일본 여행자의 발길이 덜 닿은 곳 중에 하나이며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두루 갖춘 국가이다.

흔히들 가는 여행지보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꼭 한번 방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