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화)

오늘은 바라나시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날씨를 보니 안개가 자욱이 껴있다. 오늘 역시 쉽지 않겠군..

버스터미널에 가니 한국인 여행자가 꽤 보인다.   가서 Satna 행 버스를 알아보니 오후에 출발한다고 한다. 카주라호는 메인 도로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11Km 남쪽의 바미타(Bamitha)에서 버스가 많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바미타로 가는 버스편도 만만치 않다. 오토 릭샤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른다.

론니 지도를 보니 철도가 카주라호 북쪽의 마호바(Mahoba)를 지나고 있다.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편은 많을 것 같아 터미널에 물어보니 하루에 두 편 있다고 하고 마호바로 가는 버스는 매 시간마다 있다고 한다.

혹시 오전 열차가 늦어지면 내가 도착할 때쯤에 마호바로 들어오지 않을까? 행운의 여신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오전 10시 정각 마호바행 버스(35Rp)에 탔다. 버스는 전형적인 고물버스로 처음에는 좌석에 여유가 있다가 마을을 들를수록 점점 더 사람을 구겨 넣는다. 역시 인도 버스는 어디가나 마찬가지이다.    

버스 여행에서 가장 고역은 화장실.. 정류장에는 잠깐씩 서기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이 없으며 무엇보다 자리가 꽉 찬 상태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게 된다. 인도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출발 전 반드시 화장실을 들려 몸 속의 버려지는 수분 성분을 다 빼고 나서 버스에 타야 한다.

카주라호 버스 정류장에서는 2시간이면 마호바까지 간다고 했는데 결국 3시간 반을 달려 마호바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차역까지는 5Km 떨어져 있어서 합승 오토릭샤를 타고(10Rp) 저렴하게 기차역에 갈 수 있었다.

역에서 스케줄을 알아보니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는 오후 11시에 있다고 말한다. 9시간이나 남은 상태이며 오늘도 연착 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막막해졌다.

역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역에는 많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견공(개)들도 있는데 떠돌이 개들의 피부병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개를 쫓아  내거나 피하지 않는다.

낮에는 햇볕을 쬐러 플래폼에 나와 있다가 해가 저물고 휴게실에 들어갔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추위와는 꼼짝없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오후 11시 결국 기차는 연착되었으며 언제 도착하려는 지는 역무원도 모른다고 한다.

결국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를 기다린 채 휴게실에서 자게 되었다.  .
  

1월 20일(수)

휴게실에서 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역에서는 기차 진행 상황을 무전으로 받는 사무실이 있는데 매 시간마다 사무실 역무원에게 기차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면 안개가 심해서 늦어진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몸 전체에 담요를 덮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위가 으슬으슬 스며든다. 기다림이라는 자체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결국 지쳐서 잠이 들었을 새벽 5시 반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가 왔다.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역무원이 축하 인사를 건낼 정도이다.

기차에 타면서 플래폼에 담요에 의지해서 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거의 대부분이 쭈그려서 자는데 추위를 버티느라고 그럴 것이다. 나야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되지만 기약 없이 매일 같이 추위에 떨며 자는 사람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기차에 타자마자 승차권 체크를 한 후 곧바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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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오전 10시 날은 밝았지만 여전히 안개가 자욱이 껴 있는 상태이다.

좀 있으면 바라나시 도착예정 시각이지만 기차가 도착하려면 아직 한창 멀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래 칸에 앉아 밖을 보며 떠들고 있다.

어제 거의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고팠다. 다행히 기차는 한 역에 정차를 했고 그곳에서 삶은 계란 샌드위치를 2개 사먹었다.

결국 바라나시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반.. 어제, 오늘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로 이동  하는데 소요되었다. 여행초기 일정을 타이트하게 해서 날짜의 여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계획 된 여행이 완전히 틀어질 뻔했다.

바라나시 중앙역인 캔톤먼트 기차역에서 여행자들이 몰리는 고다울리아 지역까지는 4Km 정도 되는데 릭샤를 타고 가야 가능한 거리이다.

고다울리아 지역은 복잡한 골목으로 되어 있어서 숙소를 찾기가 힘든 지역이다. 이럴 때면 삐끼를 이용하는 것이 최고다.

역시 내리자마자 릭샤를 타라는 삐끼가 붙는다. 역 구내로 들어오니 릭샤뿐만 아니라 경찰이 붙으며 관광청 오피스에서 여행 정보를 얻으라고 한다. 경찰이 안내해주는 곳은 외국인 매표소 옆에 있는 Up 관광청 오피스이다. 이곳에서 우마상까르 할아버지는 모르는 걸 질문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한다. 과잉친절인가? 적당한 릭샤 가격을 비롯해서 바라나시에서 가야(Gaya)로 가는 기차 스케줄을 물어 보았다. 관광청의 할아버지는 스케줄을 종이에 적어주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관광청을 나가려고 하니 방명록을 적으라고 하신다.

바라나시는 인도 여행자에게는 중간 휴식 지점과 같은 곳이다. 여행자들이 묵기에 좋은 숙소와 레스토랑이 있으며 무엇보다 물가도 싸고, 분주한 사람들을 사이로 생각에 잠기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계산을 하니 내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박 3일.. 아쉽지만 그 시간 안에 바라나시를 둘러보려고 한다.

외국인 매표소에서 바라나시에서 가야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매한 다음 릭샤(30Rp )를 타고 고다울리아 지역으로 이동했다.

바라나시는 인도 최고의 성지이며 갠지스 강을 따라 가뜨(강에 있는 계단)가 쭉 이어져 있으며 각각의 가뜨는 힌두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담가 일생의 죄를 씻기 위해 방문하는 신자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면 해탈을 얻기 때문에 바라나시에 죽음을 맞이하러 오늘 사람들이 찾는 도시이다.

이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으며 여행자들은 죽음에 대해 깊게 고뇌하고 고민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소설가나 시인 영화관계자가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힌두교의 성지이자 분주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 볼 수 있으며 그들의 정신 세계로 살짝 들어 갈 수 있는 이곳이 인도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예상대로 릭샤 운전자는 좋은 숙소를 안내해주겠다며 고다울리아 골목 이리저리를 헤쳐 나간다.

“너 커미션 받으라고 안내하는 거지? 이미 다 알고 있어.“

당황한 운전자는

“그건 사실이지만 10Rp밖에 안 받어. 정말 괜찮은 숙소니까 일단 가봐. 혹시 다른 숙소 알고 있으면 그리로 데려다 줄게.”

“좋아 일단 가보고 안 좋으면 그냥 나온다.”

릭샤 운전자가 안내해준 숙소는 바라나시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마니까르니까(Manikarrnmlka) 가트 근방의 Mishra 게스트하우스이다. 더블룸이 250Rp, 싱글룸이 150Rp이다. 뜨거운 물이 잘 나오고 각 방마다 강이 보이는 발코니가 있다. 무엇보다 옥상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강이 한눈에 다 보인다. 식사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알아봤지만 이곳에 가장 났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나중에 한국인 여행자와 비교했을 때도 괜찮은 숙소이다.

짐을 내리고 지리를 익히려 가트에 가니 엄청난 인파로 붐비고 시도 때도 없이 화장할 시신이 운구가 되고 있다.

우리는 장례를 엄숙하게 하는데 반해 이곳은 장례를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시체가 옆에 지나가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기 할 일 하며 시산을 지나친다.

운 좋게 다사스와메드 가트에서 뿌자(기도)의식을 볼 수 있었다. 매일 열리는 의식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 된다.

골목길이 복잡한 나머지 숙소로 돌아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골목 모퉁이마다 각 게스트하우스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도에는 우리나라 요거트와 비슷한 음료인 라씨가 대중화되어 있는데 바라나시 ‘블루 라씨’가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9Rp유명하다.

미로 같은 골목길이긴 해도 물어물어 블루라씨 가게를 찾았다. 한국인을 의식한 듯 이미 한글 간판을 걸어 놓았다.  

플래시 라씨(15Rp), 바나나 라씨(20Rp). 초콜릿 라씨(25Rp), 사과와 파파야 라씨는 30Rp 이다. 바나나 라씨를 하나 시키니 컵 한 가득 담아준다. 다 먹으면 배가 부를 양.. 소문대로  맛인 일품이다. 여기까지 찾아오는 과정이 아까워 플래시 라씨를 하나를 더 시켜 먹으니 배가 부른다. 과일을 섞은 라씨보다는 순수한 플래시 라씨가 더 맛있다.

숙소에 돌아와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워낙 뜨거운 물이 잘 나와 찬물을 섞어가며 물을 틀어야 할 정도이다. 인도에서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게스트하우스의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밀린 여행기를 올렸다. 늦은밤 잠깐 가트에 산책을 나오니 계속해서 시신이 화장을 기다리며 운구가 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느끼며 삶의 대한 생각에 잠겼지만 정작 시신을 운구하는 사람들과 가족은 차한잔을 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수다를 떠는 모습이다. 바라나시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 자체로 우리로 치면 호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