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목)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을 마무리 하는 시기가 왔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산 도넛과 밀크티로 아침식사를 한 다음 UNEP을 방문했을 때의 질문지를 상세하고 작성하며 아침을 보냈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쿠마트로 갔다. 나쿠마트는 인도인 소유의 마트로 나이로비에서는 가장 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마트다. 2층에는 식당이 있어 중국음식을 시켜 먹었다. 떠난지 오래 되어 한국 음식에 그리운 우리에게 중국 음식의 매운맛은 그나마 그리운 음식에 대한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쿠마트 주변에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외국인 3명이 길거리에 서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현지인들에게는 이색적인 모습인가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 쳐다본다.

 

 세종학당에 가서 어제 주문한 돌만스 커피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한 여자가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한다. 세종학당 학생으로 어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며 언젠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녁에는 뉴케냐 롯지 앞에 우리의 지정 휴식터가 된 바에 갔는데 경비원은 우리를 알아보며 검사를 하지 않고 통과시켜 준다. 축구 시청을 하며 맥주한잔을 했다.    

 

 


1월 27일(금)

 

 새벽 5시 숙소 옆의 교회에서 기도소리가 들린다. 이곳 교회 목사의 설교는 정말 박력이 있다. 마이크에 엄청난 고성을 지르며 설교와 기도를 하는데 예배가 시작이 되는 자는 것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경험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덕분에 일찍 일어나 UNEP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를 넉넉하게 할 수 있었다.

 

 9시 40분 숙소 앞에는 한국대사관에서 보내준 차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에 탑승해 대사관으로 가서 정종선 참사관님을 뵙고, 함께 UNEP을 방문했다. 드디어 UN본부를 방문하게 되는구나..

 

 UN본부답게 입구에서부터 까다로운 신분 확인과 검문이 이어진다. 입구부터 물품검사를 받고 visitor 신분증을 발급받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UNEP 내부에 들어가니 바깥은 혼잡함과 달리 대학 캠퍼스처럼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날씨도 좋고 깨끗한 건물에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었다.

 

 참사관님은 회의가 있어 먼저 가시고 우리는 라운지 소파에 앉아 쉬는데 무선인터넷이 잡힌다. 유엔 본부라서 그런지 한국과 비슷한 빠른 속도이다.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국내 뉴스를 체크하고 있을 때 UNEP 기후변화적응팀 신진수팀장님이 오셨다. 과일음료를 마시면서 1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UNEP은 설립 된지 40년이 되었다. 때문에 현재 4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금년 2월에는 Govern Counsil Meeting이 있는데 각국 환경 장관들이 와서 환경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고 한다.

 

 1972년에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유넵을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그 해에 유엔 총회의 의결되었다. 40년 전에도 환경문제가 부각되었었는데 잘 다루지 못했다. 이제 유넵은 40년 동안 환경문제를 조정하고 다루는 기관으로 성장하였다.

 

  UNEP 본부를 나이로비에 두기로 한 것은 정치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개도국에도 유엔 본부가 하나정도는 있어야한다는 취지에서 이곳에 본부를 두기로 결정하였다. 유넵은 그 동안 큰 역할을 했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에 관한 패널)을 만들게 된 것 자체가 유넵이 주도한 일이며 지금까지 4차에 걸친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내었는데 나올 때마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고서를 중심으로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면 각국에서는 그것을 토대로 기후변화 협의를 도출한다. 

 

 기후 변화 문제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볼 수 있다. 원인은 주로 유럽, 북미, 중국 등 선진국 내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에서 제공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다. 아프리카는 특정지역 뿐만 아니라 전 지역이 골고루 영향을 받고 있으며, 케냐만 하더라도 건기와 우기가 예전에는 뚜렷했었는데 이제는 건기, 우기가 뚜렷하지 않고 건기인데 비가 많이 오거나 우기인데 비가 별로 오지 않는 변화를 겪고 있다. 기후 패턴 자체가 변화되어 가뭄지역은 더 가물어 지고 있다. 나이로비는 물이 풍족한데 오히려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많다.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이 녹고, 차드 호 수량 줄어드는 등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전 지역이 영향을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어야 하지만 현재 물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식수 문제가 심각하고, 물이 있더라도 비위생적인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인성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로 인하여 고기잡이 어민들의 문제, 동식물 생태계 서식지 부족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 자본을 유입시킬 수 있는 관광산업도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 실례로 2~3년 전 마사이마라지역의 강물이 말라서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다녀오신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이 점점 녹으면 관광객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물은 국가간의 외교에도 영향을 미쳐 나일강을 두고 에티오피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기목축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의 목초지 부족, 부족 간 분쟁, 유목민들의 이동경로가 넓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물은 국가간의 전쟁까지 유발하는 형편이다.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실생활에서 필요 없는 전구는 끄고, 가스 단속을 잘 해야한다. 또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수돗물을 적당량 절약하며 쓰는 습관을 기르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잘 받으면 성인이 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지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도서 지역과 해안 지역에 특히 문제가 있다. 산업화가 되면서 농 ․ 공업용수로 많이 쓰기 때문에 물이 점점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용할 수 있는 수량은 한정되어 있고 환경 파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댐을 무작정 많이 건설할 수는도 없다. 물을 절약하고 수요를 적정선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때가 왔으며 가정에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역할을 해줘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UNEP에서의 한국에 대한 위상은 많이 높아졌다. 2차 대전 직후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해주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전쟁 후 아프리카보다 못살았는데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끼고 있으며 환경적인 측면에도 발전되어 가고 있어서 아프리카 지역에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유넵이 최근에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녹색성장이며 그중에 선도적인 국가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다. 작년에 나온 녹색성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시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UNEP에서는 Billion Tree 캠페인을 2007년부터 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나무가꾸기 운동으로 총 10억 그루를 목표로 출발했는데, 작년 말 기준으로 12억 그루를 심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나무심기가 잘 되어야 하기에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무가 많이 있어야 함에도 나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연료로 쓰기 때문에 현재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조한 지역에 나무가 자라려면 30년에서 40년이 걸림으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찾아야하고 앞으로 나무 심기 운동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뷰를 말미 팀장님에게 UNEP에 한국인 교사로는 우리 방문이 최초라고 여쭈니 그렇다고 확인해 주신다. 첫 방문의 영광을 우리가 누린셈이다.

 

 신진수 팀장님은 급한 일이 있어서 가시고 잠시 라운지에서 기다리다가보니 정종선 참사관님이 오셨다. 참사관님과 점심식사를 하고 UNEP 회의실, 건물, 야외 관람을 했다. 각국 대표들이 앉아 회의를 하는 회의실은 탁자마다 컴퓨터가 있으며 2층에는 6개 언어로 통역을 해주는 통역관이 있어 헤드폰으로 원하는 언어를 들으며 회의를 한다. TV에서만 보던 의장석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UNEP 건물은 최대한 친환경으로 구성이 되었으며 곳곳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UNEP을 둘러보고 한국 대사관으로 와서 정종선 참사관님과 인터뷰를 했다.

 

 UNEP운 각국 공관들이 상주대표 회의체라는 것을 통해서 모든 논의를 하며. UNEP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한다. 물론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배제할 수 없고 이를 통해 모든 문제를 바라본다. 때로는 굉장히 첨예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각을 세기도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생태계 보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이미 자국 내에 그런 시스템들이 다 갖추어져 있어 새로운 기구를 만들게 되면 결과적으로 자기들은 돈만 내는 역할을 하기에 반대를 한다. 개도국 같은 경우는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지면 수혜자 입장이 되니까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이것을 설립하는 회의 과정에 제가 계속해서 참여하고 수없는 논의를 했는데 서로의 입장이 갈리는 그런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으며 중간에 각국의 입장이 조율되고 많은 시간의 회의를 통해서 합의를 이루어 간다.

 

 결국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며 UNEP라는 하나의 틀은 기본적으로 공동의 선을 추구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들은 철저히 자국의 이해에 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져본다.

 

 인류가 짊어지고 가야할 공동선의 문제에 각국들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라는 측면이 있고, 자국의 이해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일을 하다 보니 하나의 국제적인 컨센서스(consensus)를 이루어 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으며 하나의 이슈가 정착되기까지는 보통 4~5년이 걸린다고 이야기 하신다.          

 

 참사관님은 UNEP 회의에 참석하면 앞에 ‘Republic of Korea’ 라는 팻말이 항상 붙어있는데 이에 굉장한 자부심과 사명감 및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신다며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에게 두 가지를 바라신다. 

 

  먼저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경 문제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만들자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제는 환경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면 인류가 충분히 멸망할 수도 있는 시기에 와 있다. 그만큼 환경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환경 문제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조사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공부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두 가지인데 우선 자신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롯하여 환경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내가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실천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또한 실천하는 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쉬운 것부터 실천해나간다.

 

 작은 노력들이 모아져야만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다면 내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간에 토론 및 자료 조사 등의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참사관님은 우리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환경 문제가 있는 현장을 탐방은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되며 실제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께 이런 기회를 많이 드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신다. 실제 현장을 탐방하여 탐구하고 공부하는 작업은 상당히 좋은 활동이며 환경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차드 호수 탐방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며 만년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킬리만자로산 탐방 역시 좋은 활동이고 이야기 하신다.

 

 교육 당국이나 행정 기관이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조사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며 탐사 활동이 선생님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고 하신다.

 

 인터뷰를 마치고 참사관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대사관 차량으로 숙소까지 오는데 걷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 나이로비의 교통체증을 제대로 경험했다.

 

 11시 20분 비행기라 저녁 먹고 저녁 일찍 먹고 7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어. 재용이가 커피를 더 사고 싶다고 해서 나쿠마트에 가서 햄버거랑 볶음밥으로 저녁을 먹고 마트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서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공항까지 1300케냐실링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기사에게 물어보니 1800케냐실링 달라고 한다. 다른 차는 1300케냐실링까지 해준다고 말했더니 바로 자기도 1300케냐실링에 해준다. 

 

 혼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지나 공항에 도착하니 여유가 있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을 둘러보며 공항 내를 돌아다니는데 프랑스행 비행기에 낯익은 인물이 보인다. 목의 문신.. 자세히 보니 사진작가 김중만씨이다. 김중만씨는 바쁜 듯 프랑스행 비행기에 수속을 밟고 있었다. 가서 말을 걸까 싶었지만 바쁜사람에게 누가 될까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오후 11시 20분.. 이제 비행기가 출발한다. 글로벌 녹색성장 교육 프로젝트로 선정되고 나서 막막하기만 했었는데 목표한 성과를 모두 이루고..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성과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프로젝트 성과물을 전국의 학생들에게 교육 가능한 콘텐츠로 개발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많이 바빠지겠지..

 

 지금까지 방문한 아프리카 국가는 26개국이다. 언제쯤 그 숫자가 27로 변경이 될까? 아프리카를 떠나자마자 다시 아프리카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