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금)

연 이틀간 3번씩 다이빙을 해서 그런지 몸이 많이 피곤하다.

다이빙을 할 때에는 항상 즐겁고 신나지만 물속이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몸이 피곤해 하는 것 같다.

오늘 다이빙 하는 곳이 이곳 다합에서도 가장 포인트라고 불리는 곳이며 임무만 완수하면 어드밴스 자격증이 나에게 주어진다.

오늘의 또 다른 행운은 폴란드 사진작가 프랑코가 동행한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세븐헤븐에 머무는 여행자인데 10$를 주면 같이 동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하지만 서핑을 가거나 다른 할일이 있으면 동행하지 않는다. 즉 돈 떨어질 때쯤 아르바이트를 하는 셈이다.

지난번 다른 한국인 여행자는 프랑코에게 사진을 찍어주라고 부탁 했으나 서핑을 간다며 사진기만 덩그러니 던져주었다고 한다.

어제 영선생님이 프랑코에게 오늘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한지 물어봤을 때는 곤란하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우리를 따라 나선다고 한다.

세븐헤븐에서 준비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Canyon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이 다이빙 코스의 백미는 이름 그대로 Canyon(계곡)이다.

30m 깊이의 계곡이 쭉 이어져 있어서 어드밴스 훈련하는데 제격인 곳이며 풍경은 말 할 것도 없이 절경이다.

다이빙을 하고 계곡 근처로 가자 공기 커튼이 쭉 이어진다. 이미 계곡에 들어간 다른 다이버들이 내뿜은 공기가 땅속에서 파고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꽤 멋있다.

계곡 밑바닥으로 내려가니 수심계 바늘이 30m를 가리킨다. 와.. 내가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계곡을 서서히 헤쳐 나와 아름다운 산호로 이어지는 지점을 감상하면서 지났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또 공기가 부족하다. 영선생님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하니 예비 호흡기를 나에게 물려주신다.

난 왜 이렇게 산소를 많이 먹지?

평소에 학교에서 뮤지컬부를 운영하면서 복식호흡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산소를 많이 먹는다. 앞으로는 단전호흡을 하든지 해야지.

오늘 첫 번째 다이빙이 끝나고 다음 다이빙 장소인 Blue Hole(파란 구멍)으로 이동했다. 레스토랑에서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시켰다.

식사를 하면서 영선생님에게 다이빙에 입문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영선생님은 2년 전만 하더라도 물을 무서워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다합에 다이빙을 한다는 것조차 모르시던 영선생님이 주변의 권유로 다이빙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합을 잊지 못한 영선생님은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 다합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2년이 지났다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정해진 길을 걸어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영선생님은 우리 때문에 며칠째 강행군을 하기는 하지만 결코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마 행복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Blue Hole은 바다에서 툭 튀어나온 지름 20m 정도의 구멍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구멍의 깊이가 무려 90m라고 한다.

이 특이한 지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노쿨링을 하러 이곳으로 모여든다. 더 놀라운 것은 블루홀과  붙어 있는 주변 바다의 깊이가 900m가 된다는 것이다.

장비를 갖추니 온 몸이 무겁다. 웨이트벨트까지 합치면 25kg은 넘지 않을까 싶다.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어서 바다로 들어가고픈 마음이 굴뚝 같다.

다이빙 시작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절벽에 붙어 있는 비석이 보였다. 모두 이곳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죽은 다이버의 비석이라고 한다.

다이빙 시작점은 블루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지름 2m 정도의 구멍에서 시작된다. 이 구멍은 사람 한사람이 들어갈 넓이 밖에 되지 않으며 29m 깊이까지 내려간다.

29m에서 홍해 쪽으로 구멍이 나있는데 이곳이 바로 수심 900m 낭떠러지이다. 프랑코가 들어가고 영선생님 한빛 순으로 구멍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

스카이다이빙을 하듯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구멍 밑에까지 천천히 수압조절을 하며 내려왔다.

구멍 밑에서 영선생님이 준비가 되었는지 체크한다.

물론 OK~

자 이제 홍해로 뛰어들었다.

구멍을 빠져나오자마자 온 세상이 파랗다.

단지 절벽에 산호와 물고기가 있을 뿐 나머지는 온통 파란 세상이다.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수심 30m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사실 난 30m보다 좀 더 내려갔었음^^)

마치 절벽위에 우리가 둥둥 떠서 가는 기분이다. 어렸을 때 본 드레곤볼이라는 만화에 초사이어인이 된 초사이어인들이 하늘을 둥둥 떠다니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바로 초사이어인이 된 것 같다.

절벽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 바로 밑인 900m 아래는 어떤 세계일까? 궁굼하기는 하지만 내가 내려 갈 수 있는 최대 수심은 지금 있는 30m가 전부이다.

한편 다이빙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 놀랍다. 바닷물을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바닷물이 짠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닷물과는 철저히 차단이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가끔 내가 아이맥스 영화관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이빙을 하는 도중 동료인 한빛이 갑작스럽게 상승을 한다. 아마 부력조절이 잘 못 되었나보다. 주변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프랑코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상승을 해서 한빛을 잡아준다.

도중에 공기가 거의 떨어져가 다시 영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블루홀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스노쿨링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15m아래에서 수면에 떠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이빙이 끝나자 영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한빛에게 주의를 주신다. 아까 갑작스럽게 상승을 한 탓에 많이 놀라셨나보다. 한빛을 잡아주려던 프랑코는 급상승을 해서 귀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영선생님은 블루홀이 가장 위험하기 때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고 하면서 다시금 주의를 주신다.

마지막 코스인 아일랜드(Island)는 오후 6시에 들어갔다. 이곳은 수중에 3개의 섬이 있는데 가장 산호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깊지는 않지만 바닥에 산호가 워낙 많이 깔려있기 때문에 부력조절이 자유로운 어드밴스 과정부터 이곳에 다이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산호와 물고기를 감상하며 돌아다니는데 갑작스럽게 강한 조류를 만났다.

다행히 조류는 우리가 가려는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에 여러 동작을 곁들이며 힘들이지 않고 조류에 의지해서 떠내려갔다. 마치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다이빙을 마치니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한빛과 나는 역전의 용사가 된 양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핀(오리발)과 마스크를 챙기고 해변으로 나왔다. 이제 모든 다이빙이 끝나고 어드밴스 자격증을 정식으로 딴 순간이다. 홍해와도 이제 이별이겠지?

영선생님이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절차를 설명해주시고 3개월 동안 유효 하는 임시 자격증을 주셨다. 요 며칠 동안 우리를 지도하시느라 많이 피곤하신지 2일 정도는 쉬신다고 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동안 친해진 사람들과 우리의 아지트인 SAKARA에 가서 맥주한잔을 했다.

이집트 여행에서 가장 큰 소득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처음 다합에 왔을 때는 다이빙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어드밴스를 딴 지금은 다이빙 마스터 과정으로 눈길을 서서히 돌리고 있다.

8월 11일(토)

다이빙을 하고 12시간 안에는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제는 맥주를 걸치며 푹 쉬었다.

한빛과 내가 카이로로 출발하려고 할 때 그동안 친해진 찬우와 장호가 배웅을 해준다. 장호는 룩소르에서 함께 했는데 다합에 머무는 동안 물에는 발 한번 담그지 않았다고 한다. 한빛이 왜 그런지 물어보니.

‘넌 산이 있으면 오르고 싶어?’라고 답한다. 나름대로 소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븐헤븐에서 택시(5£E)타고 오전 8시 반에 출발하는 카이로행(67£E)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나이반도를 가로지르더니 수에즈를 거쳐 9시간 반 만인 오후 6시에 카이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칸 알 카릴리(Khan al khalili) 지역으로 가서 간단한 기념품을 샀다.

이곳에는 ‘조르디’라는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값도 저렴하고 관광객에게 정직하기로 소문이 나서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집트 상형문자로 된 기념 목걸이(30£E)와 교실 뒤편에 전시할 파피루스(30£E)을 사고 난 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가는 택시를 잡으니 45£E를 부른다.

뭐 마지막인데 어때? 기분 좋게 흥정을 하고 카이로 국제공항으로 갔다.

출국 수속을 하는데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지 안 좋은 욕을 한다. ‘니들 수준(Lever)이 그것 밖에 안 되니?’라고 반문했다.

이 나라의 마지막 인상을 그 직원 때문에 나쁘게 품고 떠난다는 것이 안타깝다.

12일 00시 10분 비행기 싱가포르로 향했다.

짧지만 많은 경험을 했던 이집트 여행이기에 많은 것을 얻고 간다.

엄마가 시장에서 장을 양껏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과 비슷할까? 수많은 이야기와 경험들을 교실에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풀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