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화)

또 다시 학기가 마무리 되고 겨울방학이 돌아왔다. 이번 겨울 여행은 아라비아 반도와 에티오피아 고원지역을 둘러보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아라비아 반도를 여행하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겨울 이란을 여행 중일 때 함께 한 동갑내기 뉴질랜드인 마크에 의해서이다. 마크는 예멘에서 시작해 오만을 거쳐 두바이로 거쳐 이란으로 들어왔다. 아라비아 반도는 2000년 전의 아랍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하며 꼭 한번 들르라고 한다.

아라비아 반도는 배낭여행자들이 거의 여행하지 않는 오지 지역이기에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예멘을 입국 방법을 알아보면서부터 에티오피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에티오피아에 대해 조사하면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한 고대 기독교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신비한 나라로 나에게 다가왔다.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교통 요지인 우선 두바이 왕복 항공권을 구입해 두바이부터 여행을 시작 한 후 시간 사정을 보아가며 두바이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때문에 여행의 끝이 예멘이 될지 에티오피아가 될지 지부티나 에리트리아가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는 두바이 왕복 항공권이다. 대한항공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비교적 싼 항공으로는 타이항공(100만원 조금 넘음) 에미리트 항공(110만원 정도)을 찾았지만, 타이 항공은 경유를 해야 하는 서울~방콕 간 구간이 완전 매진되었고, 에미리트 항공은 두바이를 경유해서 유럽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여행자들에 의해 이미 매진되었다.

케세이, 싱가폴, 걸프 항공을 알아봤지만 이미 매진되었거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 얼마 전 신문에서 요즘 여행자들이 많아 항공권 구하기가 힘들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게 나의 이야기가 될줄이야..

비싼 항공권이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며 인터넷을 뒤적거릴 때 구세주 같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바로 에어차이나 중국국제항공사이다. 두바이 왕복이 59만 9천원이며 텍스까지 합하면 73만 4천원이다. 또한 베이징을 경유하기 때문에 비자만 있으면 북경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좌석에도 여유가 있다.

역시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을 뒤적거린 보람이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두바이, 이스탄불, 유럽을 여행할 분은 참고하기 바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오후 1시 베이징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솔로로 우울하게 지낸지라 여행을 시작하니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2시간 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베이징 공항은 비행기 바로 환승을 해도 입국, 출국 스탬프를 다 받아야 한다. 3시간을 대기해서 두바이 행 비행기에 올랐다.

9시간의 지루한 비행을 하니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야경이 보인다. 바로 중동의 허브가 된 두바이에 도착한 것이다. 현지시각 밤 10시가 갓 넘었다. (우리나라와 5시간 시차이다.)

두바이 공항은 꽤 큰 규모에 아름답게 지어져 있고 비행기들이 거의 줄을 서다시피하며 이착륙을 하고 있다. 24시간 비행기의 이착륙이 끊이지 않다고 하니 과연 중동의 허브라 불릴만하다.

비행기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한국인 2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할머니 한분은 두바이에 사는 아들을 방문한다며 음식 보따리를 가득 가지고 오신다. 또 한분은 젊은 여자 분인데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아프가니스탄을 가기 위해 두바이로 왔다고 한다. 아프간 현지 NGO 초청을 받아 서울에서 겨우 15일짜리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8월 기독교 단체들의 무리한 행사 추진으로 인해 한국인 여행자에 대한 비자 발급이 완전히 중단 된 상태이다.

얼마 전까지 탈레반에 의한 가장 폐쇄 된 이슬람 원리주의의 지배를 받았고 미군 침공으로 인해 기독교 국가에 대해 적대적이며, 무엇보다 내전으로 혼란 상태인 아프가니스탄에 수 천명 규모의 기독교 평화 행사를 열겠다는 정신 나간 발상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교회에서 했었다.

결국 안전 문제를 우려한 정부와의 마찰 끝에 겨우 행사가 무산되었고 그에 대한 유산으로 한국인 여행자의 아프간 입국이 완전 금지되었으며, 국회에서는 위험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 얼마 전 통과되었다. 결국 선량한 여행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교회의 단기 선교에 대해 문제점을 많이 보았다. 선교라는 이름의 여행 비스무리 한 이벤트성 활동이 현지인의 반감을 주고, 나아가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을 몸소 전달하는 현지 선교사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아프간 간단 정보를 전하려다 이야기가 길어졌네..^^ 아무튼 아프간 비자는 현지 NGO 초청장을 받아도 쉽지 않으며 15일짜리 비자만 받을 수 있지만 카불에서 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2년 전에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중을 나온 할머니 아드님에게 도움을 받아 권사장님에게 전화를 드릴 수 있었다.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시는 권사장님을 알게 된 동기도 좀 드라마틱하다.

올해 연극부에서는 과감하게 뮤지컬을 시도했는데 우리반 반장 아이가 피아노를 반주를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하루 날 잡아서 옆 반의 정성시 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아정이(반장아이)에게 자장면을 사줬다. 정성시 선생님은 사진에 푹 빠지신 분으로 이번에 중동을 여행하신다.

자연스럽게 여행이야기를 하며 두바이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정이가(반장아이)

‘어? 우리 삼촌이 두바이에 사세요.’라고 말한다.

난 장난으로 ‘그래 선생님이 두바이 가면 놀러갈게’라고 말했는데 장난으로 한 그 말을 아정이가 집에 그대로 전했나보다.

사실 장난스럽게 이야기 했고 또한 학부모이기에 부담스럽기도 해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방학식날 아정이 어머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하시더니 두바이 삼촌에게 이야기를 다 해놨으니 꼭 만나 뵈라고 하신다. 고민을 했지만 학년도 끝나고 UAE(아랍에미리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 두바이의 권사장님을 뵙기로 했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1$= 3.6디르함, 1디르함에 250원으로 계산하면 됨) 택시를 타는데 기본요금이 20디르함(5000원)이다. 뭐 이렇게 비싸? 알고 보니 공항 택시 요금이 무척 비싸다고 한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큰 길에서 택시를 잡으면 비교적 쉽게 시내로 접근 할 수 있다.

약속 장소에 가니 아정이 삼촌인 권휘 사장님과 91년부터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신다는 김성학 사장님, 에미리트항공 승무원인 전미순씨가 반갑게 맞아주며 맥주를 권한다. 결과적으로 비록 하루지만 UAE와 이곳 지역에 대해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맥주 한잔을 하며 두바이의 발전상에 대해들을 수 있었다. 91년에는 거의 허허벌판이었던 두바이가 지금은 거의 유럽의 한 도시 수준이 될 정도로 발전을 한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니 이미 새벽 1시가 다되어 간다. 한국시각으로 새벽 6시..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어 그런지 피곤하다.

오늘 잠은 김성학 사장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다. 사장님은 내 집처럼 편하게 자라며 배려를 해주신다. 여행 첫날부터 공짜로 신세를 지다니..

뭐.. 제자하나 잘 둔 덕분이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