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토)

1학기 내내 학교에서 우리반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학기말에는 처리할 일들이 무척 많기 때문에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7월 20일 아이들과의 잠깐의 이별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에게는 방학숙제는 거의 내주지 않는 대신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많은 추억과 경험을 쌓고 오라고 이야기 했다.

나 역시 말한 것을 실천해야겠지?

2006년 여름은 몽골 여행이 나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즐겨왔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 3명의 든든한 후배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럼 몽골이란 어떤 나라인가?

우리는 흔히 ‘몽고’라고 부르지만 몽골 사람들에게는 아주 실례가 되는 말이다. ‘몽고’는 중국 사람들이 몽골 민족을 ‘몽매한 오랑캐’라고 낮춰 부를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일본인들이 우리민족을 낮게 부르는 ‘조센징’이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몽골’이라는 뜻은 이곳말로 ‘진정한 중심’이라는 뜻으로 13~14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인들의 자긍심이 잘 나타나있다.

지금의 몽골이 몽골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몽골은 외몽고이고 중국에 속한 지역은 내몽고라고 부른다.

국토는 남한 면적의 15배정도 되지만 인구는 불과 247만명이다. 인구에 비해 어마어마한 땅 넓이이지만 이마저도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87만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후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으로 눈비가 내리지 않고 일교차와 연교차가 무척 심한 편이다.

나와 상걸이 형준이는 어제 서울에서 만나 내동생 자취방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같이 지냈다.

아침에 청주 공항으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순간... 아차...

카메라를 두고 왔네.. 만약 지하철을 먼저 탔으면 꼼짝없이 카메라를 둔 채 여행을 할 뻔했다. 즉시 동생집으로 전력 질주를 했다.

아침부터 시간에 맞춰 카메라를 가져오느라 정말 진땀을 뺐다.

우리 일행은 청주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로 몽골리안 항공을 이용했다. 왕복 비행기표가 1인당 50만원으로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청주 공항은 지방공항이기는 하지만 다른 공항에 비해 꽤 활성화가 되어있다. 그 이유는 저렴한 국제 비행기 노선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공항세를 최대한 낮추고 시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 결과이다.

국제공항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국제노선 하나 없는 양양공항이 참고를 해야 할 듯하다.

공항세는 제대로 받으면서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저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기를 바라는 양양공항이 답답하기만 하다.

청주에서 1시 4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중국 텐진(천진)에서 잠시 멈춰 기름을 넣는다. 우리나라 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이곳 기름을 이용하기 위해서인가보다.

비행기를 타면서 이렇게 공항을 주유소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처음 보았다. 다시 2시간을 날아 오후 6시 10에 몽골에 도착을 했다. 비행기 창으로 본 몽골의 첫 모습은 그야말로 끝없는 초원이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려고 하자 택시삐끼가 다가와 10달러에 울란바토르 시내까지 태워준다고 한다. 당연히 거절했다. 일단 공항에서 환전을 했다. 1달러에 1170투그릭이다. 국제공항의 환율은 안 좋다고 알고 있기에 20달러를 환전했지만 알고보니 공항 환율과 시내 환율이 거의 같기 때문에 부담 없이 환전을 해도 괜찮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상태에서 공항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이라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항 밖 삼거리에서 북쪽 방향으로 가는 22번 버스(200투그릭)를 타면 된다.

혼자 여행을 했으면 당연히 버스를 탔지만 일행이 4명이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금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4000투그릭에 UB게스트하우스까지 가기로 했다.

참고로 원화는 1$에 960원, 몽골환은 1$에 1170투그릭으로 원화가 투그릭보다 20%정도 가치가 높지만 이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는 그냥 투그릭을 원으로 부른다.

30분 정도를 달려 UB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택시 운전자는 말을 바꿔 미터기로 나온 6300투그릭을 내라고 한다.

잠시 실랭이가 있었지만 여행의 처음이고 UB게스트하우스의 김사장님이 택시를 타고 6000투그릭이면 싸게 온 거라고 이야기하셔서 택시기사에게 6000투그릭을 지불 했다.

몽골 여행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행은 모은 뒤 차와 기사를 렌트해서 여행을 한다.

김사장님은 18박 19일의 고비사막을 비롯한 명소들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해주면서 일행 1~2명이 더 모이면 차 한대를 렌트해서 떠나라고 하신다.

UB게스트하우스는 한국인이 경영하기는 하지만 서양 배낭여행자들에게도 꽤 알려진 게스트하우스이다. 하루에 숙박하는 숙박비도 5$로 저렴한 편이고 무엇보다 같이 여행을 할 일행을 구하기에 수월한 곳이다. 김사장님은 바쁘시기는 하지만 몽골에 관한 것은 아는대로 잘 설명해주신다.

근처 Happy Day(한국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대는 한국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몽골은 한국과 1시간 시차가 나지만 지금 이곳은 섬머타임을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시간이 똑 같다.

고위도에다가 섬머타임이 겹쳐서 그런지 밤 9시가 되도록 바깥은 밝다. 맥주한잔을 걸치며 우리 일행의 이름을 E4라고 부르기로 했다. E4는 Explore(탐험가) 4명이라는 뜻이다. 4명의 열혈 사나이들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이 무척 기대가 된다.

E4 대원소개-

박찬수 - 현재 양양초등학교에 재직중이고 한국나이로 29살이다. 현재 마지막 20대를 불태우고 있다. 결단력과 리더쉽이 있어 E4에서는 대장겪이고 주요 여행은 ‘티벳,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동남아, 이란등 주로 실크로드 지역을 여행했다.

박형준 - 다음 여행 동호회(하늘여행)에서 만난 강릉 사나이로 27살이다. 나보다 더 많은 해외여행 경력을 자랑한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또한 요리솜씨가 무척 뛰어나다.

이상걸 - 현재 강원도 철원에 소재한 토성초등학교에 재직중이다. 나와는 5년전 대학교 국토 순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많은 여행을 같이 했으며 이제 제대한지 1달 넘은(공익) 26살 후배이다. 해외여행 경력은 얼마 안 되지만 호기심이 많고 현지인들과 마음을 열고 쉽게 친해지는 편이다. 앞으로도 많은 여행을 함께 할 전망

박재용 - 현재 제주도에 임용시험을 봐 발령 대기를 하고 있다. 24살이고 대학교후배이다. 나와 함께 파키스탄을 여행하다 총을 맞을 뻔한 경험이 있으며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혼자서 터키~이란~파키스탄~중국을 여행한 베테랑이다. 얼마전에는 뉴질랜드에 3개월동안 워킹할리데이를 했다.

7월 23일(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울란바토르 워킹투어에 나섰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걸으면서 시내를 둘러보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에서는 한글 간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버스도 낯익은 버스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신호등까지도 똑같다. 이것도 한국에서 떼어 왔나?

가장 먼저 간 곳은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큰 간단사 바로 앞쪽에 위치한 Lamrin Sum이다. 사원에 들어가니 티벳 사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몽골 인구의 90%가 티벳 불교를 믿는다는 것이 실감난다.

간단사는 1840년에 건립된 몽골의 가장 중요한 사원이다. 사원에 들어서려고 하니 1인당 입장료를 2500투그릭을 내라고 한다.

이미 티벳에서 사원을 많이 봤고 간단사는 1990년에 재건 된 것이라고 해서 일단 생략하기로 했다.

동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언덕 위에 돌탑이 보인다. 바로 Tasgany Ovoo이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언덕위로 올라가면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저 멀리 산중턱에 칭기스칸 초상화가 보인다. 주변에는 양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다음은 울란바토르에서 꼭 가봐야 되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입장료는 2500투그릭이고 사진은 5000투그릭이다.

하지만 국제학생증을 제시하면 1000투그릭이니 학생증이 있으면 꼭 준비하도록 하자.

  (내 학생증은 기한이 지났지만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인다.)

몽골의 동물, 식물, 광물이 20000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거대한 공룡 전신뼈와 화석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천산 산맥에서만 살고 20m를 점프할 수 있는 설표 박제가 인상적이다.

대부분이 1750부터 20세기 초까지 사냥을 해서 박제해놓은 것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동물들을 볼 수 있지만 어린 동물까지 무분별하게 사냥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음은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학생증을 제시해서 2500투그릭을 300투그릭으로 할인 받을 수 있었다. 두 박물관을 합해 14800투그릭을 절약한 셈이다.

역사박물관은 선사 시대 때부터 칭기스칸 시대를 비롯해 현재의 몽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인간 탄생의 계보표이다.

인간과 원숭이는 1000만년전부터 계보가 분화되었으며 흔히 인간의 최초의 조상이라고 알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원숭이 쪽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시간 반에 걸친 시내 관람을 끝냈다. 아직 울란바토르에서 못 본 명소들이 많지만 앞으로 몇 번은 더 들를것임으로 차차 보기로 했다.

UB 게스트하우스 서남쪽에는 큰 백화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서커스장 쪽으로 길을 건너면 MK 마트가 바로 보인다.

MK 마트는 한국식료품과 생필품을 파는데 국내보다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일단 여행에 필요한 다시다, 고추장, 라면등을 샀다.

백화점 지하는 MK마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일단 오늘 먹을 맥주와 쌀 등을 샀다.

숙소에 돌아오니 4명의 남정네 모두 침대에 쓰러졌다. 게스트하우스가 꽉 찬 관계로 바로 옆 아파트에 머물게 되었다. 덕분에 도미토리와는 다른 독립된 공간에서 우리끼리 요리를 해먹는 것이 가능했다. 마치 설악산 콘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저녁때는 맥주에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정말 팔자 좋다.

김사장님께 내일 고비사막으로 향할 수 있는지 여쭤보니 차량이 없다고 하시면서 대신 몽고에 들른 사람은 다 들리는 테렐지 국립공원을 싸게 해주신다고 하신다.

테렐지의 게르(몽고 유목민 전통집)에서 1박을 하고 3끼 식사에 말 2시간을 타는데 30달러가 소요되지만 우리는 비교적 저렴하게(주인아저씨가 꼭 비밀로 해달라고 함) 갈 수 있었다.

내일은 아름다운 초원 경치로 유명한 테렐지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