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화)

게르안에서 이불을 덥고 자기는 하지만 서늘함이 느껴졌다. 여름철에도 서늘함이 느껴지는데 겨울철에는 얼마나 추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오전 11시에 어제 타고 왔던 봉고가 캠프로 되돌아왔지만 일본인 이시다가 산책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기다려야만 했다. 모두가 따분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상걸이와 형준이가 씨름을 한다.

덩치가 압도적으로 작은 상걸이의 패배가 당연해 보였지만 형준이가 의외로 고전을 한다. 치열한 씨름 승부를 다른 서양인들이 흥미롭게 바라본다. 난 옆에서 이게 한국 전통 스포츠라고 자랑하기 여념없었다.

이시다가 당황한 모습으로 도착하자마자 봉고는 출발했다.

12시가 조금 넘어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을 꺼내서 점심을 먹었다. 테를지 게르에서 3끼 식사를 주기는 하지만 4명의 남정네가 감당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다. 때문에 돌아오자마자 라면을 삶아 먹었다.

김사장님에게 가서 18박 19일 여행에 관한 진척사항을 물어봤다. 차량만 준비가 되면 우리는 4명이서 떠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사장님은 밖에 있는 지프를 봤냐고 하면서 그것을 타고 여행을 떠나라고 하신다. 밖의 지프는 랜드쿠르져가 아닌가?

여행자들이 최고로 치는 SV 자동차 도요타 랜드쿠르져를 타게 된다면 정말 저렴한 비용으로 몽골을 여행하는 것이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여행기를 올렸다. UB 게스트하우스에도 인터넷이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가 1대라 많이 기다려야 했고, 무엇보다 속도가 느리다.

재용이와 근처 인터넷 카페에 가서 50분 정도 인터넷을 하니 1200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1시간에 600투그릭인가? 생각보다 저렴하고 인터넷도 빠르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김사장님이 우리 모두를 불렀다. 사무실에 가니 40대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 여행자가 앉아있었다.

사장님은 이분까지 같이 껴서 5명이서 여행을 하면 더 비용이 적게 들거라고 하신다. 어짜피 모두 합쳐 1364달러를 내야 하기 때문에 팀을 구성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낮아진다.

그렇지만 E4팀 4명이서 여행하는 것과 1명이 더 늘어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끼리 여행을 하면 마음도 잘 맞고 일정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지만 모르는 1사람이 낀다는 것은 모든 것을 일일이 한사람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3주나 되는 여행이기 때문에 팀원 구성이 중요한 여행이다 자칫 팀원 간에 분쟁이 생긴다면 여행자체가 망치기 쉽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내가 팀원 구성이 어렵다가 정중히 이야기 하는데 한 대학생이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우리 대화에 끼어든다.

알고보니 이 대학생이 아줌마를 부추겨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라고 한 모양이다. 그 사람 왜 우리 여행에 관여를 하는지 기분이 나빴다.

더욱이 자신은 여행을 많이 했고 몽골에 대해서는 다 안다는 식의 태도(그것도 역전의 용사 앞에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언쟁을 높이면 김사장님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에 대학생 이야기는 무시하고 아줌마에게만 이야기했다.

내 확고한 태도 때문인지 김사장님이 아줌마에게 다른 여행팀과 함께 하라고 이야기 하신다.

아줌마와 이야기가 끝난 후 김사장님과 내일 여행에 관한 계약을 했다. 그동안의 숙박비와 테렐지 관광비 18박 19일 자동차 투어를 합해 1500달러를 지불했다.

요리사 형준이가 저녁 식사로 돼지불고기를 준비했다. 재료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던지 뚝딱하는 형준이가 있어 정말 든든하다. 설거지는 내가 하려고 하자 상걸이가 ‘찬수옹은 좀 쉬셔’라고 하며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 이러다 나태해지는 건 아닌지..

방안에는 비디오가 있어서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비디오를 보며 밤을 지샜다. ‘F학점 첩보원’, ‘G I 제인’ 모두 다 주말에 명화에 나올법한 오래된 영화이지만 다리 쭉 뻗고 나긋나긋 감길 듯한 눈으로 비디오를 보니 심신의 피료가 풀리는 듯하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