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목)

차가 오전 10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어제 못 봤던 호수를 둘러볼 수 있었다. 사막 기후라 그런지 낮에는 무척 더웠지만 아침에는 꽤 서늘해진다.

잠바 하나 걸치고 상걸이와 언덕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저 멀리서 새소리가 들린다. 티벳과 마찬가지로 몽골도 언덕이나 산 정상에 사람들이 올라올 때마다 돌을 놓아 돌탑을 만드는데 그것을 오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성황당에 쌓인 돌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호수에는 백조를 비롯한 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고 섬 한가운데는 성 모양의 건물이 있다.

섬까지 다가가려고 했으니 질퍽질퍽한 호수가 우리의 발길을 막는다.

오전 10시에 다시 남쪽을 향해 출발하는데 프랑스인 여행자 6명을 태운 차도 우리와 같이 출발한다. 에케메는 5일 동안은 같은 루트이기 때문에 당분간 같이 다닐거라고 한다.

이제 초원은 완전히 벗어나 사막으로 들어선다. 사막이기는 하지만 7월 우기라 약간의 풀은 돋아 있고, 유유히 풀을 뜯는 가축들은 보인다.

30분 넘게 달리니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건물 몇 개가 보인다. 에케메는 조킹히트사원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티벳식 절로 마니차도 보인다. (오전 10시 35분)

마니차는 글씨를 모르는 신도들을 위한 도구로서 원통형 통에 불경을 넣어 한번 돌리기만 해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한다.

드넓은 사막에서 유목을 하던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사원에 잠시 들려서 마니차를 돌리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주변 풍경이외에는 작은 사원에서 크게 볼 것은 없는데 프랑스 여행자들이 질질 시간을 끈다. 프랑스 사람들이 개인적인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시간을 끈다. 결국 에케메가 재촉을 해서 출발..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사막을 더욱 황량해지고 그에 따라 가축들도 뜸해진다. 에케메에게 몽골 제국 영웅들에 대한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흔히 칭기스칸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칭기스항이라고 부른다. 칸은 왕이라는 뜻이고 항은 황제라는 뜻이다. 때문에 왕급인 우구데이(오고타이)칸, 차카타이칸이고 황제급인 칭키스항, 쿠빌라이항이라고 부른 것이다.(명백한 차이가 있을줄이야..)

12시 22분에 Luus(루스)에 도착했다. 도시라기보다는 몇몇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 Dundgov(몽골의 한 지역)은 78,000제곱킬로미터의 넓이에 인구는 50,500명이 산다. 참고로 남한 전체 넓이는 100,000제곱킬로미터가 채 안된다.

루스의 한 가게에서 싱싱한 감자(2Kg 900투그릭)와 피클(920투그릭)을 샀다. 쌀, 양파, 밀가루를 비롯해서 앞으로 이런 오아시스 마을에서 식량을 조달하면 되겠다. 울란바토르에서 무분별하게 식량을 사지 않기를 잘했다.

마을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 점심을 먹었다.(오후 1시)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와 프랑스인 여행자와 크게 대비가 된다.

우리 쪽 차는 화기애애하고 에케메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고 점심을 나눠먹으며 심심치 않게 올 수 있지만 프랑스 여행자 쪽은 지극히 조용하다. 우리는 봉지라면을 함께 넣어 끓여먹는 반면 저쪽은 개인별로 컵라면을 먹는다. 아마 민족성이겠지.

여행을 하면서 4명의 별명을 붙였다. 몽고식 이름으로 재용이는 용칸, 상걸이는 껄껄텡그리, 형준이는 박카스칸으로 지었다. 난 전 유럽의 공포에 떨게 했던 바투를 떠올리는 박투로 원하짐나 형준이는 칭기스칸의 라이벌 자무카를 하라고 한다. 그냥 대칸으로 할련다.
앞에서 에케메 가족들이 흥미롭게 쳐다본다.

점심을 먹고 사막을 3시간 내달리다 보니 오른쪽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이번 여행 들어 첫 고장~(오후 4시)

고장이 나서 따분하기도 하겠지만 차에서 내리니 주변 사막이 훤히 보이는 지점이다. 절묘한 지점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이다.

얼른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바위산 위에 올라가서 주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상걸이가 ‘도마뱀이다.’며 도마뱀을 ?i는 것이다.

우리 4명은 도마뱀을 포위하고 잡으려고 했지만 도마뱀은 재빠르게 도망을 쳤다.

그렇지만 우리가 누군가?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결국 형준이의 일격에 도마뱀은 잡히고 만다. 에케메 아들 오토코에게 도마뱀을 보여주니 무서워서 도망을 친다. 기마전사의 후예답지 않군.

타이어를 다 고치고 차가 출발할 때 도마뱀을 놓아주었다.

숨쉬기조차 힘은 열사의 사막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신기 할 따름이다. 도마뱀 이외에도 망구스, 들쥐도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 45분 갑자기 차가 멈춘다. 이번에도 고장이 난건가?

에케메는 후래쉬를 들고 따라오라고 한다. ‘아골’이라고 부르는 동굴이다.

오랜 세월 빗물이 뚫어놓은 동굴로 그렇게 큰 특징은 없다. 입구에서 반대편까지 50m 정도 이어져 있는데 동굴의 폭이 좁아 덩치가 큰 형준이가 고생을 했다. 동굴안의 온도는 서늘한 편이라 더위를 피하는 데는 제격이다.

동굴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Tsagaan Suvraga(짜간 수브라가)가 있다. 이곳은 지상으로부터 30미터 높은 암반이라 평평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형태이다.

암반 위에서 바라본 주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의 바위를 비롯해서 오랜 세월 빗물이 만든 예술품인 기암괴석이 쭉 이어져있다. 우리와 프랑스인 여행자는 이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과히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8Km 떨어진 곳에 게르 숙소가 있다. 도착하니 오후 6시이다. 끝없이 평평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서 그런지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오후 8시가 안되어 게르에서 저녁식사가 나왔지만 입맛에도 맞지 않고 양이 적다. 형준이가 곧바로 수제비를 끓이기 시작한다. 이곳 밀가루가 빵밀가루라 수제비를 재료로는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게르캠프에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애가 사는데 농구공으로 혼자 축구를 하면서 심심함을 달랜다.

우리 4명이 같이 놀아주니 무척 좋아한다. 특히 재용이는 꼬마애에게 축구 강습을 해준다.(재용이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 였다나..)

오토바이를 타고 핀란드에서 이곳까지 여행을 온 커플과 이야기를 했다. 4주 동안 핀란드를 거쳐 이곳 몽골까지 온 후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참 대단한 여행자들이다.

오후 9시 35분에 해가 완전히 졌다. 그 뒤로는 화려한 별쇼가 펼쳐진다.

이곳은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사막이라 구름 한점 없다. 또한 전기가 전혀 없어서 불빛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변에는 아무런 산이 없어서 별을 보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화성, 금성은 기본 적으로 찾아냈고 북극성도 금새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오리온, 페르세우스의 사각형도 찾아냈다.

좀 더 자세히 보이 띠 형태로 이어진 은하수가 보인다. 카시오페아 끝부분의 직녀성이 은하수 오작교를 타고 견우성과 만난다고 하던데.. 견우성은 잘 못 찾겠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별자리표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면 움직이는 별들이 있는데 바로 위성이다.

이곳에서 볼 때는 느리게 지나가지만 위성은 1시간 30분에 지구를 한바퀴씩 돈다.
꿈 같은 별자리 쑈를 감상하고 우리는 금새 잠이 들었다.

총 이동거리 - 250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