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화)

새벽까지 여행기를 쓰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다. 아침은 쿠키와 차가 제공되었다.

이제 사막지역을 벗어나서 그런지 공기도 습지고 주변 환경도 생기가 돋는다. 어제 쓴 여행기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기 위해서 Arvaikheer 시내의 인터넷 카페로 갔다.

인터넷 카페는 주로 전화국과 함께 있는데 한국으로의 인터넷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한글이 보이는 컴퓨터를 잘 골라야 하고 보인다 하더라도 속도가 느리다.(한 인터넷 페이지를 여는데 10분정도)

오전 11시에 북쪽을 향하여 출발했다.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수많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오후 1시 반에 계곡 옆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거의 매일 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니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하였다. 마치 강원도 산골짜기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후 4시에 Khujirt 근방의 Water Fall(폭포)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게르가 있으며 많은 외국인과 몽골인들이 피서차 이곳으로 방문한다.

이곳의 바위는 제주도에서 봄 직한 현무암들로 이루어진 용암대지이다. 2만년전 화산활동으로 이곳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22m에 이르는 폭포는 화산이 만들어놓은 작품이다. 장엄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폭포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계곡에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나무도 별로 없고 물도 흐려 피서를 하기에는 강원도의 계곡이 훨씬 더 좋은 환경이다.

폭포를 보고 카라코람으로 향했다. 카라코람까지 거리는 71Km. 하루 종일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람에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오후 6시 40분에 에케메가 거북이상 앞에 차를 세운 뒤 이곳을 관람하고 오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라코람에 대해 조사를 할 때 거북이상을 본 것 같았다.

에케메에게 가서 물어보니 이곳이 카라코람이 맞다고 한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도시치고 정말로 흔적이 없다. 카라코람에 오기 전 형준이는 페르세폴리스 규모의 유적지가 있지 않을까 유추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그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졌다.

카라코람은 1220년 칭기스칸에 의해 계획되었다. 유목민인 몽골족은 군사와 가축을 항상 이동을 하면서 경영했다. 하지만 정복지가 넓어지고 체계적인 행정조직이 필요하게 되자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필요했다. 그곳이 바로 카라코람이다.

실제로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가 건설 된 것은 칭기스칸의 셋째 아들인 오고타이칸 때 이루어졌다.

한때 정복지의 조공과 물자가 모두 카라코람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 수천킬로 떨어져 있는 중국~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KKH)의 종착역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러나 대도시로서 카라코람은 한계가 있다. 바로 생산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량과 물자는 북중국에서 들여와야 했고 국가재정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

1260년 5대칸이자 중국에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는 수도를 대도로 옮기고 카라코람은 파괴가 된다. 대도는 지금 중국 수도인 베이징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도 1388년 만주족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었고 소련의 스탈린 시절 ‘타타르의 멍에’를 싯기 위해서 철저히 초토화 시켰다.

타타르의 멍에는 바로 몽골족이 약 300년간 러시아를 지배했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칭기스칸의 첫째아들 주치는 러시아를 정벌하고 그곳에 킵차크 칸국을 세웠다. 킵차크 칸국은 러시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몽골 지배시기를 많이 부정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아 있는 흔적이 거북이상 하나라니.. 산등성 위로 올라가 이곳 지형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전형적인 배산 임수 지형이고 강의 유속이 느려지는 지점이라 수도로 삼기에는 딱이다.

예전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드나들고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겠지만 지금은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지만 이미 저녁이 되어 서둘러야 했다.

카라코람에서 Kharkhorin(카라호린)에 도착할 때쯤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그곳에는 몽골 제국을 기념하는 대형 오보(상징탑)가 있다. 오보 겉에는 몽골 제국의 영역을 나타낸 지도가 유리타일로 그려져 있고 주변에는 많은 잡상인들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카라호린 시내는 수로도 흐르고 집들도 질서정연하게 위치해 있어 계획된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