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다. 이런 날은 방에서 노트북에 저장 된 영화를 보며 쉬기에 좋은 날이지만 여행의 목적지가 변경 된 이상 한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수라바야에서 이리안자야로 가는 비행기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마저 든다.


체크아웃을 하고 꼬따 버스를 타고 메인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맞은편 좌석에 앉은 아저씨는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가 신기한지 연신 사진을 찍는다.
어제 여행사에 물어봤을 때 수라바야(Surabaya)까지 가는 버스비가 거리에 비해 만만치 않았다. 현지인들이 타는 버스를 타면 좀 저렴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꼬따 버스에서 하차했다.


‘너 어디 가는 중이야?’
버스 안에서 디카를 만지작 하던 아저씨가 말을 건다.
‘비행기 알아보려고 수라바야로 가는 중이야.’
‘그래? 나도 수라바야로 가는데 함께 가자.’


이거 뜻하지 않은 지원군이 생겼다.


아저씨는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장료를 대신 내주었으며 복잡한 터미널에서 단숨에 수라바야까지 가는 정류장으로 갈 수 있었다.


족자에서 수라바야로 가는 럭셔리 버스는 65,000루피아(6.5$)인데 버스 수준이 우리나라 일반 버스와 우등 버스 중간이 될 정도로 좋은 버스이다.
회사 차량이라 승객이 차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정시에 출발하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며 출발하자마자 물을 서비스로 준다. 무엇보다 여행사에서 알아봤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높은 기온에 도로에는 수많은 차들과 오토바이가 달리는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편안한 의자에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니 영화 한편을 감상하듯이 스쳐 지나간다.


아저씨 이름은 싱기이고 업무상 수라바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버스에 타는 절반 정도의 시간을 휴대폰 통화를 하는 것으로 봐 좀 잘 사는 것 같다.
사실 오늘 터미널에서 수라바야로 가는 버스 편이 여의치 않으면 Solo로 가서 수라바야 방향으로 나눠서 타려고 했는데 싱기 덕분에 편하게 되었다.
정오에 Solo에 도착했다. 버스가 멈추자 많은 잡상인들이 버스에 올라 먹거리를 판다. 아침을 먹지 않았던 관계로 튀김 만두 4개를 사 먹었다.


개인 버스와 달리 버스 안에 사람이 꽉 차지 않아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덕분에 두 자리 모두 차지에 한쪽에는 배낭을 올려두며 여유 있게 앉을 수 있었다.


족자에서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 50분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을 한다. 싱기는 여기서 식사를 할 것이라고 하며 빨간색 표를 달라고 한다. 처음 버스를 탈 때 하얀색 빨간색 종이 하나씩을 주었는데 그중 하얀색은 영수증이고 빨간색은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는 식권이다. 65,000루피아가 식사까지 포함 된 가격이었다.


아얌바카라는 음식을 먹으니 꽤 맛있다. 여행하면서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인도네시아 음식은 우리와 잘 맞는 음식이다.
단 양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이곳 사람들은 소식을 즐기는 문화인가? 그래서 그런가? 비만인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버스는 수라바야에 오후 6시 20분경 도착했다. 시간이 꽤 늦었는데 공항에서 비행편을 알아볼 수 있을까?


싱기와 작별인사를 하고 곧장 공항으로 향하는 Darmi(15,000)에 올랐다.


수라바야 공항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공항 중간에는 각 항공사 부스가 있는데 다행히 모두 문을 열었다.


자야푸라로 항공편을 많이 보유한 Merpat항공 부스에 가니 오늘 10시에 출발하는 항공이 3,500,000루피아(350$)가 넘는다. 편도인데 이렇게 비싸다니.. 그나마 싸게 가려면 28일에 출발하는 항공은 싼 편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남는 떨이 좌석이라도 있을까 기대했지만 자야푸라로 가는 항공 자체가 몇군데를 거쳐서 가는 항공이기 때문에 불가능 한 기대이다. 다른 항공사에 알아봐도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Merpat항공 부스에 다시가 28일에 출발하는 항공편은 얼마인지 물어보니 1,925,000루피아(192$)라고 한다.


다행히 신용카드 결재가 되기 때문에 별로로 돈을 뽑지 않고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직원은 친절히 스케줄을 알려주며 28일 오후 8시까지는 공항에 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제 이리안자야로 가는 일정은 확정이 되었지만 남은 4일은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보다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하나?


수라바야는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한 매력을 가진 도시이다. 단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중간에 거쳐 가는 여행객은 있다고 한다.
론니를 보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맞다. 그 유명한 브로모(Bromo)화산이 있었지!’


활화산인 브로모산은 사람들에게 ‘신의 산’으로 불리며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다. 보이지 않는 신께서 믈라삐 화산을 대신 브로모 화산을 보라고 지시했나보다.


목표가 정해지자마자 곧장 행동에 옮겼다. 다시 터미널로 가서 마랑(Malang)로 향하는 버스편을 알아보니 오후 9시에 출발하는 버스(15,000)가 있다.


30분 정도 여유가 있기에 터미널에서 식사를 했다. 체인점 같은 식당인데 배고픈 김에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20,000루피아(2$) 정도가 나왔다.
오후 11시에 마랑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시내에서 5Km 떨어져 있는데 도착하자마자 삐끼들이 붙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로 가라는 것이다. 가격도 비싸게 부른다.
터미널을 둘러보니 시내로 통하는 미니버스가 있는데 기다려도 도통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가 할 수 없이 터미널 근처의 숙소라도 잡을 겸 밖으로 빠져 나오니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10,000루피아에 호텔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헬리시오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방이 꽉 찼다고 한다.
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 한군데 방이 있는 곳이 있지만 150,000루피아를 부른다. 좀 비싸다는 생각에 돌아섰지만 이내 후회를 하게 된다. 시내 대부분의 호텔이 방이 없다.


이거 야밤에 시내 탐방을 한 셈이다. 1시간 반을 헤매 처음 도착했던 헬리시오스 호텔 근처에 Jona's Homestay가 있다. 이곳이 거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업원을 깨워 방을 물어보니 없다고 이야기 한다. 지금 밤이 너무 늦어서 아무 대나 깔고 자면 안 되는지 물어보니 곤란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일 체크인 할 테니 짐을 여기에 맞기고 인터넷 카페에 가서 잔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종업원은 그렇게 하라고 하며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이제 보니 방이 하나 있었는데 종업원과 내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방을 잡은 시각은 새벽 2시 반..
샤워를 하니 더운 물이 나온다. 더운 물 샤워 덕분에 온몸이 나른해 진다.
샤워를 마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다.
남은 4일 동안 이곳 마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브로모 화산 탐방은 물론 이리안자야 여행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