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맥주한잔을 하고 자는데 모기가 많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모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뚫고 들어오는지 자고 있는 나를 괴롭힌다.

결국 깨어나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었다. 로비에서 컴퓨터를 켜 아이폰을 연결해 충전을 시켰다. 로비 소파에 앉으니 어마어마한 모기의 공습이 시작된다. 로비의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우기라 모기가 유독 많다고 한다.

잠도 안 오고 모기를 쭉 잡기 시작했다. 손으로 잡은 것만 100마리가 넘는다. 나중에 영업을 마친 주인이 배드민턴 라켓 같은 모기 잡는 기구를 준다. 주인 청년은 처음 봤을 때 머리 스타일이 날라리틱 해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건이 없는 나(선교사님 댁에 두고왔음 ㅡ.ㅡ)에게 수건을 챙겨주는 자상한 모습이다.

모기를 잡다가 새벽 5시에 모잠비크로 가기 위해 체크아웃을 했다. 바로 정류장에 가니 새벽 6시에 국경도시 무로자(Muzola)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탑승했다. 이번에는 큰 국경인데 오늘도 통과가 안 되면 비행기로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기로 했다.

버스는 새벽 6시에 출발하더니 Limbe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차안에서 잠들며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8시에 버스가 출발하니 근처에 차밭이 펼쳐진다. 저 멀리 무란제(Mt Mulanje)산이 보인다. 정상이 3,001m로 말라위에서 가장 큰 산이다. 주변은 차 밭과 어울러져 참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풍경이 지리산자락이 펼쳐지기 전 평지의 구례군과 비슷한 느낌이다.(근처에 보성 차 밭이 있는 것도 비슷)

오전 9시 20분에 뮤란제(Mulanje)에 도착했고 버스는 잠시 정차 한 뒤 국경도시인 무로자로 향해 10Km를 달려 도착했다. 국경에 도착하니 버스 밖에서 나를 본 청년이 ‘China'라고 외치며 달려온다. 괜시리 기분이 나쁘다.

다행히 국경은 어제보다는 큰 규모이고 포장도로가이어져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출국 도장을 받으려 말라위 이민국에 들어가니 여권을 꼼꼼히 펼쳐본다. 어제 출국 도장을 받았다가 취소 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직원은 취소 된 도장을 보고도 별 말이 없다. 다행히 출국 도장을 받았다.

이제는 300m 떨어진 모잠비크 국경.. 이민국에 들어가니 포르투갈어를 쓴다. 다행히 이민국 직원은 친절하며 좀 기다리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국경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비자피는 30$인데 다른 단위의 돈으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말라위 콰차가 남아 지불을 하니 MK4,950이다. MK5,000을 주자 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여권에 한달짜리 비자를 줬고, 스탬프 잘 찍어줬다고 상세히 설명한다. 뭐.. MK50은 가볍게 점프.

잠비아에서 말라위로 넘어갈 때 100$를 환전했는데 결론적으로 거의 맞아떨어지게 썼다. 이민국에는 정부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모잠비크 화폐 단위는 메티칼로 Mtc로 표시한다. 1$에 Mtc33.38이 공식 환율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 국가는 모잠비크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지만 의외로 식민 지배를 했던 포르투갈은 빠져있다.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감인가?

오전 11시 국경을 통과했다.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5Km 떨어진 Milange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자전거 택시는 MK250을 부른다. 더 낮출 수 있지만 그냥 남은 돈 쓰기로 했다.

국경도시인 Milange의 은행에서 Mtc3,000을 인출했다. 목표인 남쪽의 Tofo까지 가는데 충분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US 달러를 환전하라며 접근한다. 작게는 1$에 Mtc30에서 1$ Mtc40까지 있다. Mtc40은 꽤 큰데.. 아무래도 사기일 수도 있다. 이미 인출을 하였기에 따로 환전하지는 않았다.

모잠비크는 En1 도로가 남북으로 이어져 있는데 시내의 이정표를 보니 가까운 En1 도로는 Mocuba까지 가야하며 200Km라고 써 있다. 그곳까지는 비포장도로라 여의치 않은 일정이다.

문제는 Mocuba 방향으로 가는 차편이 보이지 않다는 것. 시내를 벗어나 걷다가 가게에서 돈을 바꾸면서 목을 축이고 지나가는 차량을 기다렸다.

이곳 사람들은 포르투갈어를 써서 그런지 영어가 통용되지 않는다. 사람들과 어렵게 대화를 하면 분명 정류장이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일단 짐을 챙겨 다시 1시간을 걸었다가 마을 나올 기미 없자 포기하고 기다렸다. 말라위와는 달리 현지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날 바라볼 뿐 말을 걸지는 않는다. (오후 13:13)

옥수수가게 앞에서 차량을 기다리는데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에 앉아 차를 기다렸다. 주인장은 같이 밥 먹자고 하지만 차량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몇몇 차량이 지나가기를 했지만 멈추지 않는다.

멀리서 트럭 한대가 오는데 트럭 뒤에 사람들이 매달리다시피 있다. 차량을 멈춰 메인도로까지 갈 것이라고 하니 타라고 한다. 어렵게 트럭에 타니 이미 짐을 다 실은 짐칸에 줄에 매달려 타야 하는 형국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앉을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비포장 도로 때문에 차량은 자꾸 덜컹거리고 앉을 자세가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오른팔로 줄을 꽉 잡았지만 힘겨운 상황이다. 더구나 옆에 앉은 여자가 계속 손으로 자꾸 나에게 매달려 신경이 쓰인다. 여자 입장에서는 매달릴 데가 없어 그렇겠지만 더 이상 갔다간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 결국 마을에서 차량이 멈췄을 때 차량을 계속 타는 것을 포기했다.(그래도 Mtc50줌, 15:41)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등장에 수군거리며 술렁인다. 사람들이 외계인을 보는 것 같아 기분나쁘게 느껴졌다. 자기네끼리 한참을 수군거리더니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거는데 포르투갈어라 알 수가 없다. 날씨도 무척 더워 온 몸이 땀이며, 햇볕도 강하다. 참 힘든 상황이다. 이 비포장도로가 지옥의 도로로 여겨진다. 어서 이 도로를 탈출해야 한다.

20분을 마을에서 기다리니 트럭한대가 지나간다. 트럭을 세워 운전사에게 설명을 잠깐하고 일단 배낭을 밀어 넣었다. 다행히 운전사는 당황한 외국인을 받아줘 운전석 가운데에 탈 수 있었다. 운전사와 보조 운전사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거쳐 온 여행 루트를 설명해주니 많이 놀라는 표정이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없으며 사람들의 이동은 트럭에 의존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마을에 자주 정차를 하는데 운전사는 큰 아프리카 오이를 주더니 먹으라고 한다. 우리나라 오이보다 5~6배는 큼직한 오이로 배를 채웠다.

운전사와 보조운전사의 포르투갈어를 실컷 들을 수 있는데 포르투갈어는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들린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어떻게 들릴까?

트럭은 계속 달린다. 주변에는 끝없는 초록 숲이 펼쳐지고 멀리 산들이 보인다. 오후 6시 40분 아루벤피카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 메인 도로까지 거의 다 온 건가?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센킬로’ 남았다고 한다. 센킬로? 한 10Km 되나? 다시 물으니 100Km 이다. 말라위국경~메인도로까지 중간 밖에 안 왔다.

아루벤피카 마을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다시 출발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멈춘다. 현지 사람이 많은 옥수수 포대를 운반하기 위해 차량을 세웠다. 좀 짜증나기는 했지만 현지인에게는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차량을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불빛이 없어 주변은 어둡고 곳곳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난다. 길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쭉 살고 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힘들다.. 생각지도 않은 고생에 마음이 지쳐갔다.

그래도 별은 밝다. 이것이 남쪽 하늘의 별인가? 오리온자리는 알겠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다. 북쪽으로는 번개가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쪽에도 불빛이 커지는데 산불인가?

불빛은 점차 커져 관찰을 하니 보름달이다. 이렇게 큰 달은 처음 본다. 지역에 따라 달의 크기가 다른가? 운전사에게 달을 가리키니 달을 ‘루나’라고 말한다. 포르투갈어 하나 배웠다.

차량을 계속 달리고 운전사와는 대화가 되지 않아 이것저것 많이 생각을 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쭉 생각했다. 운전사는 그런 나를 배려해서인지 비교적 익숙한 팝송을 틀어준다.
오후 11시 30분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드디어 지옥의 도로를 탈출.. 메인도로에는 많은 차량이 지나갈 줄 알았지만 거의 없다.

트럭은 포장도로에 들어서도 항구인 Quelimane를 향하여 끝없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