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화)

예멘을 여행하는 여행자를 위해 이곳 물가에 적어보기로 하겠다.

2006년 1월 2일 현재 환율은 1$에 198YR이다. 1$를 200으로 봤을 때 1YR은 한국 돈으로 4.65원으로 보면 된다. 계산하기가 번거로우면 1$를 1000원으로 잡고 100YR을 500원으로 보는 것이 편한 계산방법이다.(난 이 방법을 씀)

예멘의 주요도시에는 수많은 호텔들이 있다. 가이드북에 적혀 있는 숙소보다는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멘의 호텔에서는 숙소를 침대 개념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방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는 2~3명이서 여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방이 1800~2000YR 정도라고 했을 때 3명이서 방을 잡으면 1인당 670YR.. 즉 3500원도 안 되는 돈에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생수 750ml에 40YR, 콜라캔 350ml도 40YR 정도이다. 탄산음료(병)은 30YR이며 설탕이 많이 들어 간 차한잔은 10YR정도 이다. 레몬에이드는 20YR이면 시원하게 한잔 들이킬 수 있다.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 약간씩 변동이 있다.

식사는 평균 150~300YR 정도 보면 되고 비스켓과 같은 과자종류는 30YR~50YR정도 한다.

교통비는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데 현지인의 50%를 더 받는다고 보면 된다. 비싸게 받는다고 해도 싼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만 깍을 수 있으니까 최대한 현지인 가격에 맞도록 깎도록 하자.

그럼 본업(여행기)에 들어가서..

유일한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 4명이 3일 동안 알콩달콩 즐겁게 지냈었는데 이제 서로의 갈 길에 따라 찢어지게 되었다.

요시는 오늘 사나로 가고, 미찌는 오만으로 가서 여행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나와 지로 토모미는 남쪽 항구인 무칼라(Al-Mukalla)갈 예정이다.

오늘 헤어지는 요시와 미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명절의 기운이 조금씩 약해져서 그런지 가게의 50% 정도가 문을 열었다.

버스 터미널에 가니 무칼라로 가는 버스는 오후에 있고 요금도 비싸게 부른다.

술탄 궁전 동쪽으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근처에 쉐어택시(버스처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택시)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무칼라로 가는 쉐어 택시를 볼 수 있는데 흥정을 하니 1500YR을 부른다. 현지인은 1000YR인데 냉정한 택시 기사는 깍아 달라고 해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냥 타고 갈 수도 있는데 토모미가 허락지 않는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리 일행은 배낭을 내려놓고 주변을 슬슬 돌아다니며 다른 택시 편을 알아봤다.(하지만 이쪽 택시가 유일 함.)

반면 우리가 타려던 택시기사는 손님을 4명 확보해놓고 더 구하지 못해 출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기사는 500YR을 깎아준다며 어서 타라고 한다. 이정도면 거의 승부가 결정 난 셈이다. 난 ‘Last Price(마지막 부르는 가격) 3600YR(1인당 1200YR)'이라고 하니 택시기사는 또 거부한다. 의외의 강적이다.

난 토모미에게 5분 정도면 될 거야 라고 말했지만 1분도 안되어 택시기사는 백기를 든다.^^

택시는 먼저 술탄 궁전에 있는 Tour Police로 가서 허가증(Permit)을 받는다.

1994년 통일 전쟁을 치루고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을 때 외국인 납치가 빈번했었다. 특히 우리가 지나온 오만 국경 부근에서 납치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때문에 예멘 북부와 동부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Tour Police에서 허가증을 얻어야 한다. 허가증은 무료이지만 사윤 Tour Police에서는 버스표나 택시기사와 함께 와야지 발급해 준다.

택시는 정오에 사윤에서 출발했다.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사윤을 벗어나 이내 쉬밤(Shibam)을 지나쳐서 끝없는 이어지는 와디 한 복판을 달린다. 양쪽으로는 와디 절벽이 산맥처럼 쭉 이어져있다. 사막이라 식물이 자라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간간히 농작물이 보인다. 움푹 패인 와디지역이라 지하수고 많이 모이기 때문에 물을 구하기가 쉬운가보다.

1시간 정도 달리자 마을이 나오고 많은 차들이 정차해 있다. 기사는 이곳에서 30분 정도 멈춰 식사를 한다고 말한다.

마을에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사나, 무칼라 갈림로 사나까지는 560Km가 넘는 길이다.

식당을 둘러보니 동양인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일본인 관광객인데 말을 못하는 청각장애인분들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이 이곳 예멘을 단체 여행 하다니..

예멘은 일본인들에게는 일반적인 관광지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택시는 다시 출발하자마자 검문소와 마주쳤다. 허가증을 보여주자 바로 통과.. 다시 와디의 장관이 펼쳐진다.

바깥 구경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가 깨기를 반복하니 고개가 나오고 끝없이 아래로 달린다. 주변 바위산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식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위산 자체가 가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옷을 입지 않는 누드의 모습이라 할까?^^

4시간 정도를 달려 잠시 쉬는데 기사가 거의 다 왔다고 한다.

뭐라? 330Km를 벌써 와? 적어도 6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4시간 동안 정신없이 달렸나보다.

택시는 가스차라서 무칼라에 들어가기 전 가스 충전을 하는데 1L에 12.5YR이다. 우리 돈으로 62.5원.. 부러운 가격이다.

무칼라는 Hadramaw's의 주도로서 예멘의 주요 항구 중에 하나이다. 8세기경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 18~19세기에는 Qua'iti 제국의 수도로 번창했다. 주요 무역항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가 이름 모를 정류장에 멈추더니 내리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일..

우리는 호텔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달라고 말했다. 무칼라에는 큰 강이 흐르는데 강 하구 동쪽으로는 항구이고 서쪽으로 숙소가 몰려있다.

서쪽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버스터미널과 호텔이 있음으로 Gulf 호텔 쪽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달라고 하면 된다.

Gulf 호텔은 비싸 보이는 호텔이고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버스정류장이 보일 것이다. 정류장 근처에는 여러 골목이 있는데 골목마다 호텔이 있으니 잘 찾아보기 바란다.

우리가 찾은 곳은 현지어로 되어 있어 이름을 알 수 없는 호텔이다. 셋이서 1800YR에 방을 잡았는데 화장실, 샤워실도 딸려 있고 에어컨도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토모미는 1500YR으로 깎으려다가 안 되자 다른 호텔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지로와 나는 호텔에 남아 토모미를 기다렸다.

10분 뒤 토모미가 다시 오더니 다른 곳도 가격이 비슷하다고 하며 이곳으로 정하자고 하면서도 호텔 프런트에게 아양을 떨며 결국 1700YR로 방을 잡는다.(1인당 560YR 2800원정도)

토모미는 놀라울 만큼 깎는 능력이 있다. 토모미가 친절 미소로 악수를 하며 깎아달라고 조르면 무뚜뚝한 예멘 남자들이 사르르 녹는다. 정말 스고이(대단하다.)

토모미에게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이제는 나의 능력을 발휘할 차례이다.

무칼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Tour Police를 찾는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허가증을 얻어야 하는데 이곳 Tour Police는 정말 찾기 힘든 곳에 있다.

우리와 마주친 서양인들이 Tour Police를 찾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고 말하며 계속해서 길을 묻고 헤매기를 반복했다며 질린 표정으로 말한다.

론니 지도를 보니 Immigration이라고 표시 된 부분이 있는데 그곳인 것 같다. 난 토모미와 지로에게 충분히 찾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이야기 했다.

Tour Police를 찾아가는 길을 설명 할 터이니 혹시 필요한 분은 잘 보길 바란다.

우리가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약간 올라가면 Gulf 호텔이 있다. 그곳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걸프 호텔 남쪽으로는 2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강 동쪽으로 건너 북쪽으로 쭉 올라가야 한다. 즉 바다를 등지고 걸어가는 상태에서 강 오른쪽 편으로 걸어야 한다.

북쪽으로 걷다보면 처음에 사람들만 지나다닐 수 있는 다리가 보일 것이다.(하구 쪽 차량이 지나는 다리는 아님)

만약 강 서쪽 편에 있으면 동쪽으로 건너가면 된다.(대부분의 호텔이 서쪽에 있음으로 다리를 건너가면 됨.)

평화로운 강과 도시,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을 슬슬 감상하며 강을 따라 쭉 걸으면 이번에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비교적 큰 다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차량이 다니는 다리의 동쪽 끝에는 동그란 로타리가 있는데 북쪽으로 두 갈래 길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쭉 올라가면 큰 모스크가 보일 것이고 모스크를 중간 정도 지나쳤을 때 오른편 큰길로 꺾어서 간 후 150m 정도 올라가다보면 남정네들이 노닥거리는 큰 공터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경찰서이다. 정문에서 경찰에게 이야기를 하면 투어폴리스까지 안내해 줄 것이다.

혹시 잘 모르면 현지인들에게 ‘폴리스 리스’라고 말하면 알려 줄 것이다.

한 번도 헤매지 않고 Tour Police를 찾아내니 지로와 토모미가 ‘스고이(대단하다)’라고 외친다. 그들은 나에게 굿 네비게이션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딴 건 몰라도 지도를 보며 길 찾는 것은 자신 있다니까^^ 물론 다른 것도 자신 있음.. 움하하~(내가 왜 이러지?)

그런데 Tour Police에 오면서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바로 여권이다. 호텔에 체크인할 때 여권을 맡겼는데 그것을 생각지 못했다.

경찰에게 사정을 잘 말하며 여권 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로 안 되는지 물었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경찰은 그럼 경찰차로 태워줄테니 호텔에서 가서 여권을 가져오라고 한다.

생각지 않게 경찰차를 타게 되었다. 역시 운전하는 경찰은 굿 네비게이션인 내가 안내를 했음을 물론이다.

호텔에서 여권을 가지고 여권 사진 면과 예멘 비자 면을 복사(이것은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하고 다시 투어폴리스에서 가니 허가증이 나온다.

허가증은 몇 부 더 복사를 해서 지로와 토모미에게 나눠줬다. 이제 동부 여행을 할 때는 이 복사본을 검문소에 넘겨주면 된다.

다시 강을 따라 항구로 향했다. 강을 따라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산책을 나왔다.

내일 사나에 갈 표를 구하기 위해 버스회사에 들렸다. 버스회사는 여러 곳이 있으니 잘 돌아보면 스케줄에 맞는 표를 구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나로 가는 버스는 내일 오후 6시에 있다. 내일 무칼라를 둘러보고 가기에는 딱 좋은 스케줄이고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 잠으로 호텔비를 굳힐 수 있다.^^

매표원은 처음에는 외국인이라 3000YR(15000원)을 불렀는데 토모미가 악수를 하며 아양을 떨자 이내 현지인 가격인 2000YR(10000원)로 떨어진다. 이번에는 나와 지로가 감탄했다.

지로는 절망하는 표정으로 나와 토모미를 특기가 있는데 자신은 없다며 한탄한다. 하지만 지로는 바디랭귀지와 표정으로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무엇보다 코믹한 행동을 많이 해서 옆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바다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니 꽤 입맛에 맞는다. 토모미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한다.

그도 당연할 것이 지나가다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서슴없이 다가가 말을 걸며 음식을 집어 먹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뻔뻔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현지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몇 푼 안 되는 돈을 아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깎는다는 부담을 주면서도 그들에게 서슴없이 먼저 다가가 이야기 하고 서로 즐거움을 주며 결국 깎아내는 친절을 받아내는 이러한 과정이 비록 외국인이지만 현지인과 어울리고 대화하고 통하는 과정이며 이것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토모미에게 배운 훌륭한 여행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