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50분에 일어나 게르 주변을 한바퀴 산책하고 짐을 꾸렸다. 9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우리 아침식사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출발이 약간 늦어졌다. 아침은 밀가루로 만든 과자였는데 간이 맞지 않아 꿀을 찍어 먹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차를 타야 할 것 같아 과자를 봉지에 넣고 가면서 먹기로 했다. 오늘은 길이 좋지 않아서 4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10시 10분 갑자기 차가 섰다. 알고 보니 3번째 따라오던 차가 고장 나서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에케메가 도와주고 오는데 50분이 걸려 사막 한가운데서 더위 먹는 줄 알았다. 11시에 다시 출발해서 1시 반에 어떤 우물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3명의 어린 남매가 물을 뜨러 왔는데 줄이 우물에 빠져 있어서 어떻게 하나 봤더니 남자아이가 자연스럽게 철사를 자기가 가진 줄에 연결해서 끄집어냈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3개씩 주고 라면을 먹는데, 오토코가 얄미운 짓을 했다. 라면을 먹으면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매들에게 자만스러운 눈짓을 보냈다고 한다. 모두의 의견이 오토코가 나중에 울란바타르 양아치처럼 되기 전에 콧대를 꺽어놔야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거리를 두고 생활하기로 했다.




  2시에 출발해서 5시에 쿨치너스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주스를 사먹었는데 옷 구경을 하다가 한글로 불량이라는 낱말이 적힌 옷을 보고 웃겨서, 이 사람들이 이 옷을 입을 때 어떤 글씨가 써 있는지 알고나 입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7시가 되자 오랜만에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려 아르바케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르바케르는 인구 2만 2천여 명이 살고 울란바타르와 교통량이 빈번한 도시 중에 하나이다. 큰 도시답게 인터넷과 전기,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장에 갔더니 원래는 1100투그릭인데 우리는 2000투그릭을 내란다. 외국인이라서 바가지를 씌워 바로 나와 버렸다. 샤워는 내일 다른 목욕탕에서 하기로 하고, 게르로 왔다. 식재 정리를 하는데 햄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햄 한통이 큰 돈은 아니지만 오늘 오토코 일과 겹쳐져서 모두 주객전도가 되는 여행은 안되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오토코가 너무 버릇없이 굴면 혼을 내고, 식사도 매번 우리가 준비해주는데 당분간 따로 챙겨먹기로 했다. 에케메의 가족들과 관계가 서먹해지겠지만,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한 예비조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게르 안에 콘센트가 2개나 있어서 찬수형 노트북과 내 디카를 충전했다. 형준이가 저녁으로 감자간장조림과 햄을 볶아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찬수형이 디카를 보다가 액정이 깨진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앞으로 주요한 장면은 내 디카로 찍어주기로 했다. 디카 충전을 하면서 사진 정리도 했다. 찬수형 노트북으로 맨발의 기봉이를 보고 있으니 양고기 볶음밥이 저녁으로 나왔다. 우리는 아까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이상 먹지 못하고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하고 얇은 이불이 있는 침대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