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부산스러움이 느껴졌다. 찬수형과 재용이가 게르 밖에 나가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게르 주변을 돌고 있었단다. 랜턴을 비추니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갔다는데 아무래도 도둑들인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짐을 다시 꼼꼼히 챙겨서 옆에 두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9시였다.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갑자기 내 앞에서 말 싸움이 벌어져서 뒷발에 차일까봐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게르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까지 책을 읽었다.




  사람들이 일어나서 같이 설거지를 하러 갔는데 물이 엄청나게 맑았다. 2박 3일 있어본 결과 White lake는 아침에 흐리고 저녁 즈음해서 해가 나고 더워진다. 물도 아침엔 맑고, 저녁에 더러워서 대게 아침에 물을 길어다 놓는다. 고등학교 여선생님을 불러서 아침으로 볶음밥을 해 먹고 어제 전기가 나가서 쓰지 못했던 일지를 마저 썼다. 찬수형과 호수 입구로 가는데 검은 돌들이 많이 보여서 가보니 현무암으로 만든 오보가 수 백 개나 서 있었다. 날씨가 흐려져서 다시 게르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우박이 내렸다. 8월에 우박이라니. 우박이 금방 그치고 해가 났다.




  에케메에게 부탁을 해서 슈퍼가 있는 마을에 갔다. 원래 부침개 거리를 사러 갔는데 재료가 마땅치 않아 양배추와 감자만 샀다. 에케메네 가족과 고등학교 여선생님, 이 호수에 사는 현지인이 한명 같이 탔다. 내 옆에 현지인이 앉게 되어서 말도 안 통하고 해서 디카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게르에 돌아와서 저녁으로 감자볶음과 양배추쌈을 먹고 소화도 할 겸 재용이와 같이 뒷산 바위까지 올라갔다. 바위 중간이 터널처럼 뚫려있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였다. 내려와서 저녁에 먹다 남은 감자볶음에 밥을 볶아 먹었다. 내일 9시에 출발이라 일찍 자려고 했는데 찬수형이 나무를 너무 많이 넣어서 더워서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