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모두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찬수형과 설거지를 하러 호수에 갔다. 내 실내화가 끊어져서 형준이 것을 신고 갔는데 너무 커서 계속 질질 끌었다. 설거지하러 간 김에 세수도 했는데 게르에 돌아와 보니 종아리가 빨갛게 타서 계속 따끔거렸다. 어제 말 탈 때 반바지를 입고 5시간이나 햇빛에 노출되었으니 후유증이 남을 만도 하다. 긴팔, 긴 바지로 갈아입고 건강고스톱을 했는데 아침부터 팔굽혀펴기를 200번 넘게 했다. 역시 난 도박 운은 없는 사람이란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점심을 하고 있는데 게르 주인 아들이 검은 봉지를 건네주며 “No Pay"라고 했다. 맨 처음에 뭔가 궁금해서 봉지 안을 봤더니 물고기 4마리가 들어있었다. 20cm가 넘은 것들이었는데 여기 와서 이것저것 많이 얻어먹고만 가는 것 같아서 미안할 정도였다. 점심을 다 먹었는데 주인아주머니와 딸이 어제 우리가 말한 전통음식을 가져왔다. 음식이름은 ‘호쇼르’였는데 숭어를 갈아서 양파, 당근과 버무려 밀가루를 입혀 튀긴 것이고, 우리나라 분식점에 파는 고구마튀김만한 크기였다. 이 음식을 보고 우리는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Flower inside fish"라고 하는 줄 알고 물고기에 꽃이 든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밀가루(Flour) 안에 물고기가 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당 150투그릭이어서 20개를 달라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단숨에 3개나 먹어치웠다. 물고기가 더 있거나 아까 만들고 남은 것이 있다면 저녁에 또 시켜먹기로 했다.




  오후에 산책을 할까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6시가 넘어서야 그쳐서 재용이랑 마을에 가서 장을 봐오기로 했다. 원래 부두 근처 샵에서 사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물건도 별로 없고, 가격도 비싸서 어제 갔던 마을에 다시 갔다. 가는 도중 나무 선착장이 있어서 끝까지 걸어 가봤는데 호수가 너무 맑아서 아주 깊은 곳 바닥도 보였다. 가게에 가서 콜라, 보드카, 과자를 사오고 피곤해서 잠시 테라스에 가서 쉬면서 일지정리를 했다. 게르에 와서 장작을 가져와 불을 지피고 있으니 주인 아들이 와서 ‘수데부다’라는 몽골 전통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밥에 우유를 넣어 만든 것인데 맛이 달고 죽 같아서 재용이와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아주머니가 지니가는 아들을 불러 우리와 얘기하라고 하고선 나가셨다. 10시에 시작된 대화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처음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공부하는건 어떤지 물어봤다. 원래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컴퓨터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러시아쪽에 원서를 넣고 시험을 보게 해서 가게 되었단다. 학교 얘기가 끝나고 몽골 전통 음식과 스포츠, 역사 등에 관해 얘기하다가 보드카를 함께 마셨다. 울란바타르가 집이고 여기는 여름에만 와서 장사를 한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겸손하고 순진한 19살 청년으로 보였다. 단 몇 시간이었지만 19살 몽골 대학생과의 대화는 몽골에 대한 어떤 책자의 설명보다 값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