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반,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밤을 샌 찬용이 형이 깨워주었다. 몽골 가서는 자주 못할 것 같은 샤워도 하고 마지막 짐정리를 한 후 8시 반 신림역으로 갔다. 그런데 찬수형이 지하철 역 앞에서 디카를 놔두고 왔다고 해서 집까지 다시 뛰어갔다 왔다. 가까스로 차 시간에 맞춰 강남버스터미널에서 청주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찬수형이 햄버거를 사와서 버스 안에서 먹었는데, 예전에 몽골 기마병들이 고기를 안장 아래 넣고 연해지면 먹던 것이 햄버거의 원조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몽골 가는 설레임을 더해주었다. 청주공항에서 재용이를 만나서 우선 달러환전도 하고 인터넷을 하며 1시 45분 비행기를 기다렸다. 재용이는 먼저 다른 곳에서 환전을 해왔는데 원화가 비싼 곳에서 해서 출발부터 우리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몽골민항기를 타려고 출국수속을 밟는데 찬수형 여권이 뜯겨져 수리를 하고 늦어져서 우리는 아침 디카사건과 여권사건으로 이번 여행의 고문관이 될 거라고 찬수형을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륙하는데 날씨가 흐려서 구름이 많이 보였다. 3시 반에 중국 천진에 들러서 주유를 하고 다시 4시에 이륙을 해서 6시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몽골을 ‘몽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원래 중국인들이‘우매할 몽, 옛 고’를 써서 몽골을 비하하기 위해 부르는 말이다. 원래 ‘몽골’이라는 말은 칭기즈칸이 배출된 부족의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국가명칭으로 쓰이고, 일반적으로 중국의 내몽골을 제외한 외몽골 지역만을 이르는 말이다. 수도 울란바타르의 원래 이름은 ‘후레’였는데 20세기 초반 사회주의 혁명을 겪으면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가진 키릴 문자의 발음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선 20달러만 몽골화폐인 투그릭으로 환전했는데 1달러가 1170투그릭이었다. 일부러 적게 환전한 이유는 혹시 울란바타르 시내 은행에 가면 환율이 더 좋지 않을까해서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몽골택시기사가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서 버스를 타려고 큰길로 나왔다. 그런데 노란 택시가 오더니 6000투그릭을 달란다. 우리는 합의 끝에 4000투그릭에 하기로 했는데, UB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서보니 미터기 요금으로 달라서 해서 실랑이가 붙었다. 물론 오면서 공사구간이 있어서 더 돌아오긴 했지만, 처음 인상 좋아보이던 아저씨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싸늘한 표정으로 변했을 때 등골이 오싹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김사장님이 나와서 중재해줬는데 택시기사에게 2000투그릭을 더 주고 우리가 식사하고 오면 택시기사에게 커미션을 주지 않아도 되니 대신 우리 숙박비를 4달러 디스카운트 해준다고 해서 16달러에 방 하나를 빌리게 되었다.

  우선 저녁을 먹으려고 게스트 하우스 주변에 있는 ‘해피 데이’라는 식당에 들어가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소고기불고기를 먹었는데 역시 돼지보다는 소가 훨씬 싼 곳이어서 그런지 김치찌개에 있는 고기도 소고기였다. 아이스커피를 디저트로 마시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김사장님이 우리가 론니 하나만 보고 여기 찾아왔다고 하니, 여행할 루트를 뽑아서 보여주셨다. 우리 숙소로 가보니 프랑스 여행객들이 먼저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 한국인 남자 한명이 들어와 있다고 해서 내일 만나서 같이 갈지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창밖이 환했다. 위도가 한국보다 높아서 밤9시가 넘어야 어둠이 찾아온다. 원래 한국과는 한시간 정도의 시차가 나는데 여름에는 썸머타임이 적용되어서 한국과 시차가 같다. 골든고비맥주를 사와서 마시고, 샤워를 한 후 찬수형이 가져온 노트북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했다. 맥주를 마시려는데 재용이가 뉴질랜드에서의 교통사고로 몸이 좋지 않아 찬수형이 대신 마셔준다고 해서 형준이가 탁자에 대고 뚜껑을 따려는 순간 샴페인처럼 거품이 올라와 급히 막았는데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은 재용이 옷에 튀었다. 우리는 “괜찮아?”라는 말도 없이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이유는 오늘 재용이가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불행한 사나이’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해외여행에 한약을 가져오지 않나, 입국 심사 때 줄 잘못 서서 한참 늦게 나오고, 게스트하우스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염주 목걸이까지 했는데 맥주세례를 받았으니 몽골에 들어오는 신고식을 제대로 한 셈이다. 내일 환전과 랜드크루저 동행 여부를 알아보고, 20일간 식단도 짜고 장도 보기로 했다. 2개의 철제침대 위에서 우리 4명은 나란히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