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게르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지 않기로 했다. 전통음식도 아니고 매일 4000투그릭씩 내는데 배도 안 부르고 결국 우리가 밥을 지어먹으니 돈이 2배로 드는 것 같아 차라리 우리끼리 요리해서 배부르게 먹자고 했다. 간만에 늦잠을 자고 아침 산책을 하러 나오니 주인집에서 염소를 잡고 있어서 구경을 하다가 라면을 먹으러 게르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서 날씨가 쌀쌀했다. 누워 쉬면서 얘기를 하다가 재용이와 찬수형은 영화를 본다고 해서 혼자 호숫가로 나왔다. 몽골 아저씨 두 명이 물고기를 낚았는데 70cm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바위 위에서 고기 손질하는 것을 보다가 다시 게르로 와서 쉬다가 형준이랑 구경을 나갔다.




  언덕에 몽골국기가 있는 오보에 갔더니 근처 게르에 있던 한국 여대생들이 반갑다며 인사를 해왔다. 오보에 올라가니 한국 남자 한명이 말을 걸어왔다. 창원에서 왔고, 25인데 고등학교 친구들 2명과 함께 여행을 왔단다. 우리랑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와서 많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그 쪽은 하루에 40달러를 내는 대신 기름값이 자가부담이란다. 그런데 게스타하우스에서 텐트와 침낭을 무료로 빌려줘서 숙박비를 아꼈단다. 게다가 기사가 한국어를 간단히 할 수 있어서 가이드가 따로 없어도 된단다. 자기들은 낚시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얘기 도중 빗방울이 떨어져 다시 게르로 돌아왔다.




  비가 그치고 찬수형, 재용이와 함께 게르 옆 바위산에 올랐다. 멀리 용암이 호수로 밀려와 굳어진 모습이 장관이었다. 능선을 타고 호숙가로 오니 날씨가 맑아져서 그런지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르로 돌아와 UB게스트 하우스와 사막에서 만났던 선생님을 또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아까 만난 창원 학생들을 만나러 갔는데 고기가 잘 안 잡힌단다. 우리도 수영을 하려고 호수로 갔는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할 마음이 안 생겼다. 오토코가 호숫가에 서 있었는데 재용이가 장난을 치느라 물에 던졌는데 코에 물이 들어갔나 보다. 다음에 재용이가 놀자고 불러도 삐져서 근처에도 안 온다. 게르 위에 옷을 말리고 있는데 게르 주인이 와서 장작을 넣어준다. 처음에 고맙다고 했는데 계속 가지 않아 생각해보니 에케메가 우리에게 이것저것 많이 받았다고 자랑을 한 듯 하다. 맥주 한 캔을 주고 우리가 불을 지피겠다고 했다. 저녁으로 감자탕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전구의 불이 나갔다. 간이 발전기를 12시까지만 돌리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랜턴을 켜 놓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