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반에 일어나 ‘칭기스칸 천년의 제국’을 읽고 10시가 되어 아침을 먹으러 게스트하우스 주방에 갔는데 바게트가 몇 조각 안 남아서 3조각씩 해서 버터, 쨈, 초콜릿을 발라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프랑스팀이 나가서 우리 짐을 큰방으로 옮기고 울란바타르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광장 근처 환전소에서 1달러에 1169투그릭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UB게스트 하우스에서 도로를 따라 플라워센터 방향으로 가서 플라워센터 맞은편, 그러니까 우회전을 해서 한참을 해서 걸어가니 간단사가 나왔다. 간단사는 몽골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우리도 들어가려는데 입장료가 2500투그릭이어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어차피 티벳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원이어서 티벳을 다녀온 사람이 3명이나 있어서 안에는 어차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90년대 재건된 건물이라 다른 곳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울란바타르 시내에 있는 언덕에 올라갔는데 정상에 오보가 있고 주변에 염소 무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시내 건너 산 중턱에 칭기스칸의 모습이 하얗게 보였다. 길을 가다가 통유리 안으로 사람들이 만두 같은 것을 먹고 있길래 다 같이 맛있어 보인다며 들어갔다. 양고기만두였는데 각자 3개씩 먹고 샐러드, 오믈렛, 음료수를 곁들였다. 비린 맛이 느껴지긴 했지만 간이 맞고 가격도 5000투그릭 밖에 안 나와서 다음에 다른 메뉴도 먹어보기로 했다.

  식당을 나와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입장료는 2500투그릭이었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학생증을 제시하니 1000투그릭으로 할인을 해주었다. 이곳은 공룡화석이 유명해서 여러 공룡의 뼈와 화석을 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낙타, 몽구스, 와일드 캣 등 사막성 기후에 사는 동물들의 박제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론 몽골 역사박물관에 갔다. 대부분 장신구와 의류 등이 많았는데 갑자기 거북선이 있어서 설명을 봤더니 예전에 노태우대통령 방문 시 기념으로 놓았단다. 예전에 중국과 동유럽, 고려까지 침공하고 일본까지 진출하려던 몽골이, 이제 사방이 육지로 막힌 나라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거북선이 있으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두 박물관 둘 다 동해를‘Japan Sea'라고 표기해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에서 이런 작은 박물관도 꼼꼼히 살펴서 동물과 세계인의 머리에 동해가 일본해라고 불리는 불행이 없었으면 한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오면서 ’State Department Store'와 ‘MK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MK마트는 한국식품을 사러 간 것이고, 백화점엔 나머지 식료품을 사러갔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는데 재용이 안색이 하얗게 변해서 쉬게 하고 아저씨께 가서 소고기 등심 파는 곳을 물었다. 원래는 소고기불고기를 해먹으려고 해서 근처 식육점을 물어봤는데 시내 지도를 주셔서 찾아가보니 아까 우리가 왔던 백화점이었다. 소고기를 몽골말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서 유제품에 있는 소 그림을 가지고 육류코너에 가서 주문했는데 소소기가 다 떨어졌다는 것인지, 아예 안 판다는 것인지 연신 “No!”만 외쳐댔다. 젊은 직원이 와서 말했지만 그 직원도 치킨, 피그, 카우 밖에 몰랐다. 결국 소를 몽골말로 ‘구르’라고 부른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양꼬치구이가 먹고 싶었는데 여행하고 다시 울란바타르 와서 먹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라면에 밥을 저녁으로 먹고 다시 장을 보러 재용이랑 MK마트가서 삼겹살과 생수, 감자를 샀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에페스’라는 터키맥주를 마셨는데 성경에 나오는 ‘에베소’ 지역의 이름이 딴 것 같다. 만찬을 마치고 노트북을 하다가 내일 테렐지에 가기로 했다. 긴 여행을 먼저 할까 했는데 차가 없다고 해서 일단 가까운 테렐지부터 가기로 하고 2층 침대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