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반에 일어나 책을 읽다가 8시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깨웠다.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야인시대 식당에 가서 김치 5Kg에 20000투그릭을 주고 샀다. 짐을 꾸리고 내려갔는데 랜드 크루저 기사가 오지 않아 게스트하우스에 올라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나와서 테렐지 갈 때 탔던 러시아 마이크로 버스를 타라고 했다. 우리가 주인아저씨와 말이 다르다고 하자 아저씨는 중국에 가셨고, 그 랜드 크루저는 옆집 사람 차란다. 김사장님이 농담을 하셨나보다하고 얘기를 했더니, 농담 할 사람이 아니라고 화를 내서 그 말에 우리가 더 흥분했다. 중간에 몽골에서 5개월을 지낸 한국 사람이 통역을 해주어서 좋게 넘어갔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와서 자리가 남는데 부인과 아들을 데려가면 안 되냐고 묻는데 몽골 전통 음식도 해줄 거라고 해서 괜찮겠다 싶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기사는 ‘에케메’ 부인은 ‘나라’ 아들은 ‘오토코’라고 했다.

  마트에 들려 먹거리를 사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고개를 넘어가는데 ‘오보’가 보였다. 오보는 몽골인들의 돌탑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처럼 하나씩 올리는 게 아니라 돌을 던져 돌무더기 형식으로 되어있다. 오보 근처에 아이락을 파는 사람들이 있기에 한통을 사서 다니면서 맛을 보기로 했다.

  2시가 넘어 초원 중간에 서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라면은 차 안에서 했다. 나라가 빵에 햄, 고기, 오이피클을 넣은 샌드위치를 줬는데 우리도 오면서 과자랑 아이스크림이랑 나눠줘서 그런 건지 아무튼 에케메의 가족들과 친하고 편히 지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4시까지 줄곧 달리는데 나의 시선은 초원보다 구름에 가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서 하늘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몇 시간 동안 구름만 봐도 질리지 않았다.

  4시 반쯤 다시 휴식시간이었는데 우물 근처에서 쉬고 있으니 염소와 소들이 와서 물을 마시고 목동이 말을 타고 와서 우리는 정말 적절한 시간에 쉬어서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 염소들을 배경으로 오토코와 사진을 찍고, 다시 한참 달리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라가 나에게 무언가를 준다. 처음엔 설탕덩어리인줄 알았는데 만져보니 돌이었다. 내가 오토코랑 잘 놀아주서 고마움의 표시로 주는 듯 하다. 처음에는 4명만의 여행을 상상했는데 에케메의 가족들과 함께하게 되어 매우 독특한 여행이 될 것 같다.

  6시 반에 Baga Gazarin Uul'에 도착했다. 론니를 보니 예전에 할흐족과 오이라트족의 전쟁이 있었던 곳이란다. 승려들에 의해 지어진 곳인지 오보가 유난히 많이 보였고, 나무들마다 파란 천이 휘날리고 있었다. 구경 중에 장대비가 내려 형준이랑 급히 차로 왔는데 더 높이 갔던 찬수형과 재용이는 비를 많이 맞았다.

  8시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건물에서 잘 수도 있고, 게르에서 잘 수도 있다. 우리는 먼저 건물 안 침실을 잡아 나랑 찬수형이 2인실을 사용하고, 형준이와 재용이가 같이 3인실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외국인들이 들어오지 않아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조리 못하고 가져온 부대찌개가 있어서 먹고 있으니 에케메와 오토코가 들어와서 먹으라고 권했다. 아무래도 저녁을 거른 듯하다. 월 소득이 7000~30000투그릭이라는데 운전사는 그나마 많이 버는 직종이라고 했다. 자는 것도 차 안에서 자는 것 같아 우리 밥을 조금 더 해서 같이 먹기로 했다. 호텔이라지만 중국의 초대소 분위기가 난다. 시설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화장실도 남녀가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점만 빼면 세면기, 좌변기도 있어서 당분간 여행하면서 사용하기 힘든 최첨단시설일 듯 하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방에 가서 불 꺼놓고 얘기하다가 12시쯤 피곤해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