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다른 방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서 일어났다. 씻고 와서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보니 멀리 성곽이 보였다. 론니를 보니 Sum Khokh Burd라고 부르는데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가보려고 하는데 찬수형도 일어나서 같이 가자고 한다. 10세기에 사원이 만들어졌던 장소인데, 150년 뒤에 다시 그 자리에 성이 만들어졌단다. 성 옆으로는 Sangiin Dalai Nuur라 불리는 호수가 있었는데 수많은 새들의 서식지를 제공했다. 오보가 있는 낮은 동산에 오르니 한 눈에 전망이 들어왔다. 성곽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중간이 늪지대라서 물이 없는 곳까지만 갔다 왔다. 원래는 언덕에 지어진 성곽이었는데 오랜 세월동안 비가 내려서 주변에 물이 흐르게 되고 섬 형태로 변하게 되었단다. 이 돌은 300Km 떨어진 곳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다녀와서 론니를 살펴보니 우리가 간 건너편으로 돌길이 있다고 했는데 너무 멀어 다녀오기가 힘들 듯 했다.

  들어와서 형준이와 재용이를 깨우고 아침으로 볶음밥을 먹었다. 차가 떠나기 전에 찬수형이 머리를 감는다고 했는데 머리에 샴푸를 바르고 헹구려는 순간, 단수가 되어서 물이 나오지 않아 생수로 거품기를 제거해야했다. 10시 정각에 출발해서 40여분을 달리니 초원에 스투파와 폐가가 있었다. 이름은 ‘조킹사원’이었다. 마니차를 돌리고 위구르 문자를 구경하고 차에 탔는데 출발하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프랑스팀 차량과 함께 이동한단다. 아이스밸리까지 동행한다고 했는데 매번 우리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차 안에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형준이가 에케메에게 칭기즈칸이 맞냐고 물어봤더니 칭기즈항이라고 발음한다. 맨 처음에 칸을 몽골식 발음으로 하면 항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물어보니 항은 황제 격이고, 칸은 왕을 뜻한단다. 어제 260Km, 오늘은 250Km를 달린단다. 12시 반에 ‘루스’라는 작은 마을에 들러서 식료품 가게에 들어갔다. 감자와 음료수를 사고 차에 타니 나라가 과자를 건네준다. 그런데 우리 뒤에 따라오는 프랑스 팀을 태운 기사는 정말 심심할 것 같았다. 우리 차는 기사의 가족들도 타고 있고, 우리가 몽골 단어들을 배우려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는데 프랑스 팀은 연인 커플이 와서 기사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게다가 우리는 찬수형은 자무카, 형준이는 박카스칸, 나는 껄걸 텡그리, 재용이는 용칸이란 별명을 지어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 먹을 것도 나눠먹는데 뒤에 차는 챙기는 사람이 없어 우리 기사와 함께 우리 음식을 나눠 먹었다. 땡볕 더위를 질러 한참을 달리니 풀도 점점 사라지고, 말의 시체와 뼈도 보였다. 4시에 우리 차에 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잠깐 내려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니 프랑스 커플이 인사를 했다. 나는 우리 여행 일정을 말해줬다. 우리를 따라오는 차에 탄 사람은 모두 프랑스인이고, 이 3커플은 울란바타르에서 만나서 왔다고 한다. 남자는 얀이고 여자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잊어버렸다. 차 수리가 끝나서 돌아가는데 도마뱀이 보여서 쫓아가서 몰았더니 찬수형이 손으로 꼬리를 잡았다. 오토코에게 보여주니 칭기즈칸의 후예답지 않게 무서워한다. 하긴, 칭기즈칸도 어릴 때 개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4시 반에 아골이라는 작은 동굴에 들어갔다 .내 랜턴이 그나마 밝아서 중간에서 앞뒤를 비춰주며 나아갔다. 바닥이 진흙이라 옷을 많이 버렸다. 몸집이 큰 형준이는 작은 구멍을 빠져나오다 구멍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 아저씨 얼굴을 잘못 짚어서 아저씨를 질겁하게 만들었다. 다시 차를 타고 Tsagaan suvarga 라는 암석지대로 향했다. 마치 터키의 카파도키아의 일부 같았는데 한 몽골 아이가 산 정상에서 30m 아래까지 산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용기가 넘치다 못해, 무모해보였다. 절벽 아래 붉은 언덕이 보여서 사진도 찍고 차를 타니 6시에 Tsagaan suvarga에서 8Km 떨어진 게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형준이와 수제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한 여자가 와서 저녁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몽골어를 알아듣지 못해 결국 에케메를 불러서 말했더니 8시에 저녁이 나온단다. 그때까지 시간이 남아 여기 사는 붐바예르라는 아이와 축구를 했다. 오토코가 업어달라고 해서 업고 축구를 했는데 고지대고 오토코가 목을 꽉 껴안아서 숨이 막혔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프랑스 여인이 우리 노는 모습을 계속 캄라에 담고 있었다. 설마 나까지 몽골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니겠지;;

  7시 반이 되어 저녁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국그릇 크기에 스파게티 같은 것이 담겨 나왔다. 우리는 수제비를 만들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것을 다 먹었는데 형준이와 찬수형은 입맛에 안 맞아 수제비를 먹겠다고 했다. 형준이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돌가루가 자꾸 씹혀서 나도 수제비를 같이 먹었다.

  저녁을 먹고 이제 막 걸음마 연습을 하는 잠부스와 놀아주었다. 잠부스는 매우 이국적으로 생겼다. 머리카락 색도 갈색에 곱슬머리여서 몽골 아이 같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저녁  노을이 질 때쯤 다시 붐바예르와 공 뺐기 놀이를 했다. 바람이 많이 빠져서 잘 나가진 않았지만, 간만에 많은 사람들과 축구를 하게 된 붐바예르는 즐거워서 연신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다.

  날씨가 어두워져서 게르 안으로 들어오려는데 핀란드 남녀가 말을 걸어왔다. 둘은 친구이고 핀란드에서 러시아를 거쳐 몽골에 들어왔단다. 남고비에 갔다가 다시 핀란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KTM이라는 오스트리아 오토바이를 타고 GPS까지 가지고 다녔다. 여행 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쿨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초원 한가운데 있는 게르 안에서 촛불을 켜 놓고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