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전 세계 66개국 탐험한 박찬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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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 경험, 살아있는 수업으로 넓은 세상 보여줄래요"

    “10년 전 티베트 꺼얼무에서 라싸로 넘어갈 때야. 5000m의 고개 2개를 넘다가 고산병에 걸렸어. 열이 많이 나고, 밥만 먹어도 자꾸 토했지. ‘아, 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원주 교동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 선생님의 티베트 여행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TV 화면에는 황량한 티베트 고원과 전통 가옥 사진들이 펼쳐졌다. “이곳에선 염소 똥마저도 소중해. 말려서 불 지필 때 쓰거든. 참, 채식을 하는 염소 똥은 냄새가 안 난단다.” 선생님의 말씀에 교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킬리만자로 산은 얼마나 높아요?” “사하라 사막은 더워요?” 한참 동안 이어지던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 66개국을 여행한 박찬수(35세) 선생님의 수업 모습이다.

    
	전 세계 66개국 탐험한 박찬수 교사
    원주=이신영 기자

    ◇오지여행 매력에 빠져 전 세계 66개국을 탐험

    박 선생님이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릴 적 우연히 본 만화 덕분이다. 그는 "마르코폴로의 실크로드 여정을 그린 만화를 보고 여행을 꿈꿔왔다"고 했다. 2002년 7월 티베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32개국, 동유럽 8개국, 아프리카 26개국 등 총 66개국을 다니며 그 꿈을 실천했다. 특히 차드,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를 주로 다녔다. 그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소말리아에서는 에티오피아 전쟁 때문에 탈출하는 데 3일이 걸렸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 산(5895m)을 오르며 폐가 찢어질 듯한 고통도 느꼈다. 그는 "그래도 오지여행이 좋다"고 했다. "오지여행에선 현지 사람들을 순수하게 만날 수 있어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모으고 직접 찾아가보는 게 재밌죠."

    박 선생님은 배낭에서 손때 묻은 여행 서적들을 꺼내 보였다. 여행 시 늘 함께한 애장품이다. 그는 "책에서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여행의 맛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여행할 때 빼놓지 않는 게 또 있다. 바로 그의 홈페이지(ww w.travel4edu.com)에 여행기를 남기는 것. 구체적이고 생생한 여행수기가 연도별로 나눠 담겨 있다.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그는 "오지국가에 대한 여행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소한 일기라도 여행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된다"며 뿌듯해했다.

    
	2012년 동아프리카‘차드’에서의 미술수업 시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펼쳐보이고 있다.
    2012년 동아프리카‘차드’에서의 미술수업 시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펼쳐보이고 있다.
    ◇여행 중에 얻은 특별한 경험, 수업에 녹아내

    그는 "여행 덕분에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됐다"고 했다. 다양한 여행 경험이 수업에서 생생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여행할 때도 교육적인 테마가 있거나 교과와 연계된 곳을 주로 찾고, 여행지에서 느끼고 알게 된 점을 수업에서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6학년 과학 시간에 아랄해가 자연 파괴로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는데 정작 사진이 없었죠. 2006년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아랄해 사진을 직접 찍었어요.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버린 아랄해의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이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더라고요. 도덕 시간에도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목격한 고통 받는 아이들 얘기를 하면 아이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죠."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4/2013111402972.html

    여행 경험은 학생들과 가까워지는 데도 도움을 줬다. "아이들이 여행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여행은 아이들과 쉽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여행은 2003년 티베트의 웨이동 소학교에서의 미술 수업이다. 그는 "드넓은 산과 야크가 그려진 아이들의 그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12년에도 사하라 사막에 있는 '차드'에서도 미술 수업을 했는데, 그곳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그림을 그려본 적 없었던 거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차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박찬수 선생님.
    차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박찬수 선생님.
    ◇교내 동아리 만들어 뮤지컬 문화 교류 나서

    교실의 아이들도 세계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박 선생님은 2005년부터 교내 연극·뮤지컬 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이 해외에서 공연할 기회를 마련했다. 교동초 뮤지컬 팀은 2009년 '인도 국제아동연극제'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태국 치트랄라다 왕립학교를 방문해 공연을 펼쳤다. 2012년에는 중국 베이징의 국제학교 등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현지 아이들과의 문화 교류에도 나섰다. 올해 10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의 '제9차 APEC 미래교육포럼'에 초청돼 필리핀 아이들과 한 무대에 섰다. 그는 "마닐라 아이들은 흥부놀부와 콩쥐팥쥐를, 한국 아이들은 필리핀 전래동화인 '바하이쿠보(오두막)'를 주제로 각각 뮤지컬을 선보였다. 공연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자신의 여행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다른 나라와 교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글로벌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행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인내심, 도전정신을 갖게 해줄 거예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구나' 느끼면서 겸손해지고, 세상 보는 넓은 시각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린이 여러분도 나중에 꼭 여행을 떠나보세요!"